소아 스테로이드 장기간 노출⋯ 성장 호르몬 악영향

최근 미국에서 ‘좀비 마약’이 화제다. 펜타닐은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며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펜타닐은 만성통증에 사용하는 오피오이드계 아편성 진통제의 일종이다. 모르핀에 비해 적은 양을 투입해도 효과가 50배 이상 뛰어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때문에 의학계에서 많이 사용해 왔다. 그러나 그 뛰어난 효과가 역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한 해 7만 명이 넘는 사람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인 평균 기대 수명도 하향 조정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미국보다 더욱 심각하다. 최근 ‘다이어트 약 성지’로 불리며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는 서울 구로구의 비만클리닉에서는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혐의로 수사 중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상당수는 온갖 증상에 양약의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복용할 뿐만 아니라, 마약성 약물도 쉽게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펜타닐 패치 등 펜타닐 관련 약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대상포진후유증, 섬유근육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 통증치료 환자들도 펜타닐을 처방받는 경우가 있다.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처방받아 복용중인 양약을 살펴보면 펜타닐뿐만 아니라, 평균 3-4개 정도의 진통제 처방은 기본이다.

현재 필자가 진료하고 있는 수원 바를정 한의원은 이명난청을 특화하여 치료하는 한의원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명으로 인하여 내원하는 환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약물의 오남용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성분으로 구성된 양약은 뇌신경을 교란하여 이명을 유발하게 되는데, 진통제를 과량 복용 혹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통 항생제, 이뇨제, 아스피린, 퀴닌성분의 약 등 이독성(耳毒性) 약물의 복용은 이명을 일으킨다.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양약의 잦은 복용에 무감각해지면서 항생제와 해열제, 스테로이드의 남용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약물의 오남용 그리고 과도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미쳐 장내 면역 반응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며 이는 여러 가지 난치성 질환을 유발한다.

스테로이드는 아주 강력한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으나 복용 중단 시 증상이 심해지는 반동현상(리바운드현상)이 있으며, 남용할 경우 쿠싱증후군,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 골괴사, 백내장, 녹내장, 위궤양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 외에도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였을 때 내성이 생기며, 피부의 콜라겐이 얇아지면서 피부가 위축되고,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억제된다. 또한 고혈당, 고지혈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방조직 분포에 변화가 생겨 얼굴이 보름달처럼 동그랗게 되며 목 뒤의 지방조직이 발달하게 되고 복부의 지방조직도 증가하게 된다.

특히 소아에게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가 성장호르몬 생산을 억제하고 작용을 방해하여 성장이 지연되게 된다. 성장을 위하여 성장호르몬은 잘 맞으면서 정작 다른 한쪽에서는 조금만 열이 나도 스테로이드가 범벅된 감기약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마약성 진통소염제의 남용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방법은 바로 한방치료이다.

일본의 임상진료지침(CPG, clinical practice guideline) 중에서 “소아기침 진료 가이드라인”, “알레르기질환 치료가이드라인 95개정판”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의존성 천식에 시박탕 활용이 가능함을 언급하였다. 시박탕은 소시호탕과 반하후박탕을 결합한 처방으로서 알레르기성 염증과 호산구 활성의 억제, 항히스타민작용, 혈소판활성화인자 생산억제 작용, 기도염증 억제에 따른 진해작용이 탁월하다. 또한 시박탕은 천식뿐만 아니라 아토피피부염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일본 의료현장에서 시박탕은 주로 스테로이드제 의존성이 있거나 스테로이드제 감량을 목적으로 할 때 다빈도로 활용되고 있다.

시박탕은 필자가 매우 자주 사용하는 빈용 처방중 하나이다. 시박탕이 효과가 있을 만한 환자들에게 처방하였을 때 증상이 빠르게 좋아지는 것을 지금까지 숱하게 경험하였다. 이러한 시박탕의 효능은 한약 처방을 체질과 증에 맞게 잘 투여하면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치료효과를 발휘한다는 반증이다.  

대부분 살면서 한 번 정도 아주 피곤할 때 미세하게 귀에서 ‘삐~’하는 소리를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들리는 이 소리는 귀와 뇌가 힘들다고 소리치는 빨간불 신호다. 이명 난청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양약 오남용을 줄이게 함과 동시에 자연적인 한의학 치료를 진행하였을 때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각종 양약을 남용하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의 몸과 뇌는 점점 질병을 향하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바를정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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