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표의 활로, "Move! Move! 김 대표는 지금 뭐가 됐든 해야 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호시우보·욕속부달' 사자성어로 마무리했다.

호시우보(虎視牛步)'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걷는다'는 뜻이고 욕속부달(欲速不達)'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당 대표로서, 보여주기식 1회용 쇼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진 정치를 하겠다"면서 '김빠진 사이다 정치' 대신 '숙성시킨 와인 정치'를 얘기했다.

그러나 100일 기자회견은 와인 보졸레 누보처럼 신선한 맛도 없고 '샤토'처럼 숙성된 맛도 없는, 본인의 바람과는 반대로 '김빠진 사이다' 그 자체였다. 취임 이후 존재감 제로에 가까운 행보로 100일도 되기 전부터 '비대위' 얘기가 나왔던 판에 100일 기자회견이 다가오자 국민과 당원은 뭔가 새로운 전환 점, '새로운 희망'을 기대했으나 역시나였다. 지난 100일만큼이나 다시 한번 김 대표의 존재이유를 의심케 했다.

'관리용 당 대표'로 점찍었던 용궁(용산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들도조차 후회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심지어 김 대표가 각종 국정과 정치 현안에 대한 용궁의 의중도 모르고, 당 대표로써 마땅히 해야 할 역할과 실무적 조력조차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김 대표가 용궁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범여권내 일부 세력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거나 김 대표와 당을 좌지우지하는 실세그룹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쯤 되면 '관리형 대표' 로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1년 가까이 남았는데도 22대 총선 공동선대위를 조기를 발족시켜 당무와 총선 준비, 공천 관리를 (김 대표 아닌)공동선대위원장에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달 말 사임할 것으로 알려진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실질적으로 당을 맡게 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사실 여의도에는 김 대표의 태생적 한계를 거론하며 동정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 당 대표 경선 당시 상대 후보들로부터 '윤심 경선'이라는 비아냥과 반발을 불러올 정도로 용궁과 여권 핵심세력의 적극적인 작업(?)으로 당선됐다.

나경원, 안철수 후보 등 인지도 높은 여러 유력 후보들이 있었으나 '이준석 난행'으로 식겁(食怯)한 용궁과 여권실세들이 1년여 후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트라우마'(20대 총선 공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다 결국 총선실패, 대통령 탄핵 비화) 재현을 우려, 안심할 수 있는 '순한 관리형 대표'를 원했고 그 적임자로 김 대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기와 지지가 가장 높아야 할 집권 1년차임에도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당 대표가 여론의 주목을 받아서는 안 된다. 눈에 띨만한 '집권당 대표' 행보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상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지난 100일은 용궁과 여권 핵심세력, 국민과 당원 모두로부터 인정은커녕 지원과 협력을 얻기 힘들었다. 정치입문(2004) 이후 '집권당 대표'라는 정치 최 정점에 오른 지금 김 대표는 최대 위기에 처했다. 한 발만 잘못 짚어도 앞으로의 정치미래를 점치기 힘들게 급전직하할 수 있다.

다행이 다음 총선이 10개월여가 남은 지금 김 대표에게 호재도 있다. 각종 사법리스크, 방탄과 코인, 오락가락 친북·친중 행보, 골만 깊어가는 당내 갈등 등 갈수록 나락으로 빠지는 이재명 민주당이 있고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대통령 지지도가 있다. 용궁과 당원, 국민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 욱일승천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일촉파삼관(一鏃破三關)은 세 가지 관문을 한 번에 꿰뚫다는 말이다. 지금 김 대표에게 필요한, 잡아야 할 용궁과 당원, 국민 세 가지 난제가 있다. 또 통합과 개혁, 총선승리라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

파삼관의 '일 촉'은 김 대표 선택과 결행이다. 요즘 젊은층에서는 숙성 와인보다 3~4개월간 짧게 숙성된 신선와인이 더 인기다. 김빠진 사이다도 '사이다'는 사이다다. 사이다 흉내라도 내야한다. 김 대표의 활로를 묻는 질문에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의 '뼈 때리는' 한마디를 전한다. "Move! Move! 김 대표는 지금 뭐가 됐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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