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 이후 국무위원 향한 야권의 재공조 이뤄질까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건설노동자 故 양희동 열사의 분신과 관련해 음모론을 제기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사죄와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중인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야당 의원들 [뉴시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건설노동자 故 양희동 열사의 분신과 관련해 음모론을 제기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사죄와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중인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야당 의원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소속 의원 109명이 건설노동자 고(故) 양회동 씨의 사망을 두고 동료 직원의 '분신 방조' 의혹을 고수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사죄와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원 장관은 사과할 부분이 없는 정치적 공세라는 입장을 표명하는 중이다. 이에 야권이 원 장관을 향한 더 강력한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야당 의원 109명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원 장관은 건설노동자 고(故) 양 열사의 분신 현장에 있었던 건설노조의 동료 간부가 분신을 방조·방치했다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음모론을 재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들은 "음모론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가짜뉴스임이 곧 밝혀졌다.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YTN 기자가 '동료 목격자는 양 씨의 분신을 만류했다'고 증언했고, 해당 사안을 수사했던 강릉경찰서 관계자도 '분신 방조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으며, 양 열사가 남긴 여러 유서들 역시 본인의 필적임이 확인됐다. 조선일보도 취재가 충분치 않았다며 오보였음을 명백히 시인하고 잘못을 바로잡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원 장관은 억울한 수사에 목숨으로 항거한 고 양 열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긴 데 대해 즉각 사과하라. 아울러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를 패륜집단으로 몰아 노동탄압을 정당화하려는 교활한 술책을 포기하고, 자진 사퇴하라. 그것이 인간으로서 남아 있을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지난달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동료가 시너를 몸에 뿌리고 불을 붙이던 현장에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이를 말리지 않고 한참 동안 바라만 봤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달 17일 해당 간부의 자살 방조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으며,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노조 간부가 양 씨의 분신사망을 방조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와 이를 SNS에 게시한 원 장관 등을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한 바 있다.

입장 고수한 元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반면 원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 기간에도 '분신 방조' 의혹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SNS 글과 관련) 원 장관에게 사과 의사가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원 장관은 "저는 양 씨의 죽음 그 자체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거나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그 옆에 있던 건설노조 부위원장이 1분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전혀 만류하는 행동이나 발언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의문스럽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 장관은 "제가 지적한 것에 대해서 고인에 대한 명예가 훼손된다거나 고인의 죽음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과) 요구나 비난은 과녁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민 의원은 경찰이 자살 방조 정황이 없다고 일축한 부분을 언급했고, 원 장관은 "그 후에 보도를 보니까 그 위원장은 그때 당시에는 '기억이 안난다'라고 까지 밖에 발언을 못했다. 자기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저는 그 발언 자체도 매우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원 장관은 "그 부위원장이 그때 가서 왜 10여M나 떨어져 있으면서 왜 다가가지도 않았고 왜 말리지도 않았나. 그러니까 물론 여기저기서는 '문자로 말렸다'고 얘기는 하고 있으나, 실제 그 후의 여러 가지 진술들,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본인은 결정적인 시간대에는 '기억이 안난다'는 말로 넘어가고 있다. '기억이 안난다' 이거 어디서 자주 듣던 이야기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날 "주무장관으로서 건폭몰이에 희생된 고인 앞에 고개를 숙여 애도해도 시원찮은데 사자명예훼손을 하면서 고인을 두 번 죽였다"며 원 장관의 발언을 두고 패륜적 언사라고 질타했다. 

이에 원 장관은 지난 19일 야권의 사죄와 자진 사퇴를 촉구에 대해 "제가 SNS에 올린 글을 정확히 읽었다면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며 "도대체 어느 부분이 패륜이고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저도 혹시나 하고 읽어봤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내용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야권은 지난 2월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주무장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직무유기로 규정했다. 그 뒤 야권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79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시킨 바 있다. 

따라서 야권이 입장을 고수 중인 원 장관을 향해서도 더 강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야권 한 관계자는 지난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109명의 의원이 모인 것은 국회 차원에서 원 장관의 발언이 문제인 것을 알리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며 "이 장관과 같이 해임과 탄핵 사유를 묻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장관의 탄핵 추진과 관련해서도 탄핵의 요건인 중대한 위법 사항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만큼, 원 장관의 발언 자체를 두고 탄핵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관계자는 "최근 건폭몰이로 상징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과 언론 탄압이 강해지는 만큼 다양한 방식의 야당 공조는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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