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제1야당 대표는 朴 전 대통령
구심점 없는 '非朴' 김무성-유승민의 실패한 쿠데타 속 교훈  

2021년 10월 11일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를 하고 있는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명박 정부의 제1야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다. 역사는 당시의 형식적인 야당을 두고 반향을 일으킬 세력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은 거야(巨野)의 힘으로 집권 세력을 긴장시키고 있을까. 민주화 이후 최대 의석수를 자랑하는 '공룡 정당'은 그 크기에 비례하는 내부 문제로 인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여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여당 속 야당'의 견제구다. 다만 역사적으로 여당 속 야당의 유통기한은 길지 않다. 회광반조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오염수'부터 '킬러 문항'까지 전방위 타격 
6월 한 달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논란이 일은 대표적인 사안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기조와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 조절에 대한 발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오니(汚泥)의 해양투기가 금지된 지금 그보다 훨씬 위해 가능성이 큰 원전 오염수를 해양 투기하겠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찬성하지도 않을 것이고 찬성해서도 안 된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5월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독자적인 검증과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 결과만 그대로 믿을 생각이었다면 시찰단은 대체 왜 파견했나”라며 “대통령실은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식으로 벌써 바람 잡고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시장과 유 전 의원의 오염수 문제에 대한 직격은 여권이 풀지 못한 숙제에 대한 지적이란 평가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5%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밝힌 대통령의 부정평가 요인 중 2위는 오염수 방류 문제였다. 오염수 방류는 직전 조사와 비교해 8% 상승한 9%를 기록하며 급상승했다. 

이는 여권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강조한 선동 배격과 과학적 설득의 기조가 국민의 불식을 종식시키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여권에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되풀이 하는 '오염수 음용' 가능 발언은 국민적 반감을 강화시켰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의 오염수 공방은 실효성 없는 음용 논쟁으로 지속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조절 발언도 그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수능과 관련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그 외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했다"고 전했지만, 몇 시간 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정정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해당 발언과 관련 이 장관에게 엄중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6일에는 윤 대통령의 교육 개혁 기조와 발맞춰 대학 입시를 담당하는 교육부 국장인 인재정책기획관의 전격 교체가 이뤄졌다.

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이 (수능 출제와 관련해) 몇 달간 지시하고, 장관도 이에 따라 지시한 지침을 국장이 버티고 이행하지 않았다"며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로 경질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그 뒤 소위 스타강사들이 정부의 수능 관련 발언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여권에서는 고액 강사들을 사회악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논란의 여파가 커졌다.

이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교육 업계에서 강사들이 고소득자라고 공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수가 해야 될 일이 아니다. 그들은 정해진 법의 테두리 내에서 그냥 영리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고 비판했으며 "이들에 대한 막무가내 악마화는 논리도 빈약할 뿐더러, 전략적으로도 바보 같은 행동이다"고도 덧붙였다.

유 전 의원 역시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이 또 남 탓을 한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본인의 발언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자 그 책임을 교육부장관에게 떠넘긴다"라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윤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 위에 둔 트루먼 대통령의 경구다.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꿈틀'하는 잠룡에 가차 없던 與

(왼쪽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지난 1년 간 윤 대통령과 여권 내부 잠룡들의 사이는 점차 멀어졌다. 그 과정에서 커진 여권의 원심력은 여당 속 야당의 활동 폭을 더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로서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 및 친윤계와 마찰을 빚으며 아슬아슬한 동거를 지속했다. 선거 이후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6개월 정지를 결정하며 일선에서 내려온다. 

그 뒤 당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텔레그렘 대화 중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말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전 대표도 '양두구육'이란 표현으로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직격하며 응수했다. 이에 당 윤리위는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최근에도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이 전 대표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섭외한 KBS 시사 프로그램을 두고 취소 성명을 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이 전 대표도 모든 방송 섭외에 예외없이 응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유 전 의원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유 전 의원은 경쟁 후보였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와의 경선에서 여론조사 부분은 김 수석을 앞질렀으나, 당심이 반영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큰 차이로 패배했다. 

이를 두고 유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경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때 당시 당선인, 지금의 대통령 측에서 정말 별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저를 떨어뜨리더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유 전 의원은 지난 3월 전당대회 출마도 저울질했으나, 경선 방식이 당원 투표 100% 반영 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아무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출마를 포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 초반 친윤 주자임을 피력하며 의욕적으로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으나 점차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격화됐다. 안 의원은 경선 패배 이후 하락하는 여권의 지지율을 두고 당심 100% 룰의 결과라며 당이 민심과 괴리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여당의 실책을 지적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자 당 지도부는 홍 시장을 당의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의 해촉을 두고 이 전 대표는 지난 4월 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두고 ‘정치초보’라고 발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 하루도 박근혜를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는 MB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전당대회 기간 동안 여당 내부에서 강조된 부분은 '원 팀' 수립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이 전 대표와의 불편한 동거를 경험했다. 이렇다 보니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거머쥘 차기 당권 주자와의 불협화음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여권의 당 내부 정리는 결과적으로 파급력 있는 잠룡들을 적으로 돌리며,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여당 속 야당이 여당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여당의 외곽 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홍 시장은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 1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MB는 대통령 재임 중 단 한 번도 박근혜를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제17대 대선은 한나라당의 당내 후보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했다. 이 전 대통령은 치열한 경쟁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당권은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소유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경선 결과를 수용하고 이 전 대통령의 대권 행보를 도우며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공고히 쌓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취임 후 허니문 기간에 치러진 제18대 총선의 공천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불거졌다. 

친이계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친박계를 대거 탈락시켰으며,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라며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후보들에게 "마음이 찢어진다.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한다.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을 통해 친박연대는 14명, 친박 무소속연대는 13명의 후보가 당선됐다. 그 뒤 한나라당으로 금의환향한 친박계의 영향력은 더 강력해졌다. 광우병 사태 이후 조기 레임덕이 온 이 전 대통령은 여당 속 야당 역할을 맡은 박 전 대통령 앞에 동력을 잃었다. 

특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통령의 견제 심리 아래 이뤄진 세종시 수정안 갈등은 박 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당시 친이계는 박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충청도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학교 총장을 국무총리 임명했고, 그에게 세종시 수정안의 추진을 맡겼다. 

그 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은 재적 291명 중 275명 참석,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자신이 당대표 시절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세종시 원안 고수에 성공했다. 

대통령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은 당권을 장악한 상태였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는 곧 여당의 당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친박계 서청원 전 의원을 박심으로 내세웠으며, 비박으로 돌아선 김무성 전 의원과 맞붙었다. 

결과는 박 전 대통령의 전당대회 방문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김 전 의원의 지도부는 유 전 의원이 원내대표로 가세하며 점차 청와대와 다른 독자 노선을 걷게 된다. 이후 유 전 의원이 여·야 합의를 통해 이끌어 낸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는 선거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다.

유 전 의원은 끝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의원은 홀로 공천권을 사수하기 위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국민공천제 도입도 논의했으나 친박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다. 그 뒤 김 전 의원이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옥새 파동'을 일으키며 극에 달한 갈등으로 인해 집권여당 최악의 총선 패배를 맞이한다. 

보수 집권 10년간 여권에 나타난 당내 야당의 존재는 차기 대권주자급 인물이란 구심점의 유무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맞았다. 그럼에도 구심점도 없고 당권도 없는 현재의 여권 잠룡들과 비교하면 두 사례의 여당 속 야당의 경쟁력이 더 높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인 것은 자명하다. 아직까지는 총선을 앞두고 여권 잠룡들을 향한 원심력과 구심력의 가능성이 모두 남아있다. 국민의힘도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노원구에 조직위원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만큼 극적인 상황에 대한 상상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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