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5개월 앞인데… 롤러코스터 입시제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 “킬러문항 배제, 학생 정당한 평가 받아야 해”
한국교원총연합회, “공감할 수 있는 사항” vs 전교조 “엉뚱한 이야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올해부터 킬러문항 배제’ 발표 이후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을 목적으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지만, 일선 학교와 교육계의 비판에 휩싸인 상황. 일부 “바람직하다”라는 긍정적 평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본질에서 벗어난 정책”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난도 문항, ‘킬러문항’이 배제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우선 고교학점제에 대해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선택과목의 석차 등급 병기를 폐지하고 공통과목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내신 변별력을 위해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할 것”이라며 “평가관리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등 성취평가제의 신뢰도를 제고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 공정한 수능을 꼭 만들겠다”라고 강조하며, “학원에 가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하는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성실히 노력한 학생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공정한 수능을 두고 학교 등에서 제기하는 각종 억측에 대해서는 불안과 염려를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사교육 카르텔도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22일부터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해 2주간 집중신고 기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거센 반발 “사교육비 그대로일 것”

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수능 킬러문항 배제로 사교육비가 잡힐 리도 만무하다”라며 “킬러문항보다 더 심각한 사교육비 폭증과 공교육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인 자사고·외고·국제고 다양화를 명분으로 존치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브리핑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사교육을 줄이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교육의 다양성, 자율성을 위해선 (자사고 등을) 존치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장관 브리핑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언급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에 이어 최악의 교육 참사라 불릴 만하다”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입 수능이 대혼란에 빠졌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는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올해 수능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수능도 아닌 모의평가 난이도를 이유로 평가원장이 사임한 것부터가 처음 있는 일이고, 수능을 5달 앞두고 수능 주관 기관의 대대적 감사 압박이 있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감사가 만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하루빨리 이 혼란을 수습하기 바란다”라며 ‘수험생을 향한 윤 대통령의 사과’, ‘수능 기조 방향 유지’,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근본 인식 재고’ 등을 요청했다.

“석달 전 예고했다, 불안 조장 말아야”

대통령실은 이미 3개월 전에 수능 킬러문항 제외가 예고됐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올해 수능 시행 기본 계획을 발표할 당시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3월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또한 “정상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곳에서 날아온 문제를 푸느라 난리법석을 떨고 학원을 가고, 이런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대통령께서 오래전부터 그런 말씀을 하셨다”라고 말했다.

양천구 소재 고등학교 3학년 A양은 “보통 1월에 11월까지의 일정과 학습계획을 수립하는데, 절반 정도 남은 시점에서 (수능과 관련해) 논란이 많아 심적으로 불안하다. 이렇게 확 바뀔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성동구 소재 고등학교 3학년 B군도 “걱정이 많아졌다. 6월은 반수생이 결정되는 시기인데, 이번 킬러문항 배제로 경쟁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라며 “너무 성급하게 결정되고 시행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교총 “바람직하다”, 전교조 “교육 후퇴”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킬러문항 배제 방향은 바람직하다”라며 “수능 문항이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부분을 고려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사항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경우도 많기에 (사교육) 경감 효과는 있다고 본다”라며 “킬러문항 배제만으로 다만 거대한 사교육 전체가 경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달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엉뚱한 이야기”라며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육시민단체나 연구자들이 하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사교육의 원인은 문제 난이도가 아닌 현 교육구조”라고 일갈했다.

대변인은 “킬러문항이 생긴 이유는 변별력을 기르기 위함”이라며 “난이도 있는 문제는 시험이라면 있을 수밖에 없다. 본질에서 많이 벗어났다. 교육부 대책은 결국 사교육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로 후퇴시켰다”라고 비판했다.

교육 현장에서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번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정책, 나아가 ‘킬러문항 배제’ 정책이 다가오는 수능시험에 긍정적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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