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곤·이원욱發 '꼼수 탈당 방지법' 국회 문턱 넘을까?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뉴시스]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ㅣ박철호 기자] 정당을 탈당하기 위해서는 탈당 원서를 팩스로 발송해야 한다. 터치 한 번이면 은행 계좌도 만드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간편한 방식은 아니다. 반대로 탈당은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한 가장 쉬운 방식이다. 논란이 일은 정치인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탈당을 결정하는 그림은 참 익숙하다. 그러면 정당도 그의 노고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박수를 쳐준다. 탈당은 결코 당과 정치인 모두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이제 정치권도 선당후사가 아닌 결자해지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 

황보승희 '탈당' 존중하는 與

지난 19일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과 함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보 의원은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구·시의원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당초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황보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당무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소명을 들을 계획이었으나, 황보 의원이 탈당하며 조사는 무마됐다.

이에 여당은 한시름 놨다는 반응이다. 황보 의원이 연루된 의혹은 개인의 비위와 함께 당 전반의 도덕성과 관련된 사안이다. 당 지도부 또한 황보 의원의 의혹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황보 의원이 탈당한 날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황보 의원) 본인은 굉장히 깊은 고뇌 끝에 선택하셨을 걸로 생각한다"며 "그 결정에 대해 당의 입장에서는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당의 정치적 부담 앞에 국민의힘이 탈당을 대하는 모습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비판하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서 코인 거래 논란이 불거진 김 의원도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앞두고 탈당을 결정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과 김 의원의 '꼬리 자르기' 꼼수 탈당을 비판하는 한편, 직접 당 차원의 코인 거래 의혹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며 총력전을 펼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19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당무위 감사를 앞둔 황보 의원을 '자진탈당'시키기로 하는 모양"이라며 "말이 '자진탈당'이지 논란이 지도부로 번지니 꼬리를 잘라내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탈당의 신개념 이룩한 '위장 탈당'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민주당의 비판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는 민주당의 과거 탈당과 복당의 역사 때문이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은 교섭단체 수준에 준하는 11명의 탈당·제명 과정이 반복됐다. 민주당의 첫 탈당자인 이상직 전 의원은 이스타 항공 대량 해고 및 임금체불 논란이 일자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 끼치지 않고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고 말하며 탈당했다. 

당시 정의당은 탈당은 '면죄부'가 아니라며, 복당 예고가 아닌 의원직 사퇴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정의당의 말대로 탈당은 의원의 비위에 대한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으로 기능하기엔 역부족이다. 

당이 정치적 책임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 의원의 의정 활동 간 차이점을 찾기란 힘들다. 실제로 쟁점 법안의 상임위원회 통과에 힘을 보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의 행보도 부지기수다.  

최근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돼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례도 탈당의 모호함을 나타내는 사례다. 돈봉투 의혹은 민주당의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근원이다. 

표결 전 여론도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할 명분이 없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결과는 부결이다. 이를 두고 동료 의원에 대한 온정주의 혹은 향후 발생 가능한 당내 여러 위기에 대한 포석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원인은 미지수지만, 탈당 이후에도 민주당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결과는 동일하다. 

또 정치권이 지적하는 탈당의 백미는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단독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한 사례다. 헌법재판소도 검수완박 법안은 유효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이뤄진 민 의원의 위장 탈당은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전례 없는 '꼼수 탈당 방지법' 발의마저 나오는 까닭  

정치권에서 탈당이 급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넘어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본령을 위협하자 그 자정작용으로 인해 아예 '꼼수 탈당 방지법'의 발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또 탈당 방지법은 21대 국회 들어 탈당의 오남용이 심각해짐에 따라 추진됐기 때문에 그 전례가 없는 법안이기도 하다.

현재 꼼수 탈당 방지법은 여당의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의 이원욱 민주당 의원의 안이 존재한다. 김 의원은 지난 5월경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소관 상임위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며, 이 의원도 동일한 법률안 개정의 성안을 마치고 공동 발의 의원을 모집 중이다. 

두 의원의 정당법 개정안은 간단하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당원이 탈당 신청서를 제출하고 정당이 이를 접수하면 즉시 탈당의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두 의원의 개정안은 사회적 논란을 빚은 당원이 탈당 신청할 경우, 정당의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탈당이 이뤄지게끔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두 법안은 각론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김 의원의 법안은 개정안이 적용되는 당원을 선출직 공직자로 한정한 반면 이 의원의 법안은 선출직 공직자와 함께 정당의 대표자 및 투표로 선출된 당직자(최고위원)를 포함한다. 

또 김 의원의 법안은 탈당 신청 시 정당이 징계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징계사유가 있는 경우 정당의 징계의결기구를 통해 징계절차를 개시한다. 또 정당은 그 기간 동안 해당 당원의 탈당 접수를 '유보'해야 한다. 

반면 이 의원의 법안은 정당은 당헌·당규에 따른 징계 사유 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실 여부를 확인해 관련 징계 절차가 종료되거나 판결이 확정된 후 탈당신고를 수리해야 한다. 또 해당 내용을 탈당원 명부에 기재해야 한다. 아울러 탈당의 효력 또한 신고서 '접수'가 아니라 정당이 신고서를 '수리'할 때부터로 변경된다. 

다만 탈당 방지법의 국회통과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다. 그중에서도 개정안은 선거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행안위 소속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진다. 

현재 정개특위는 핵심 사안인 선거제도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여·야는 선거제 개편의 구체적인 논의조차 나누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꼼수 탈당 방지법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는 셈이다. 아울러 21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므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위주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탈당 방지법은 사실상 후순위 법안일 수밖에 없다. 

설사 꼼수 탈당 방지법이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해도 정치권은 탈당에 대한 정당의 책임을 두고 법안까지 발의된 현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대의민주주의 아래서 정치의 소비자는 유권자임에도 불구하고 탈당이 이뤄질 때는 왜 항상 당과 정치인의 '선당후사'만이 고려되는지 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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