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밥먹었니’라는 말이 인사로 통한다”

문화평론가 나리카와 아야가 일본 MZ세대에 전할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문화평론가 나리카와 아야가 일본 MZ세대에 전할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송강호는 아니지만 계획은 없는 편입니다(웃음)”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 나리카와 아야. 전직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나리카와 아야는 한국에서 칼럼니스트, 문화평론가 등으로 불린다. 2008년부터 기자로 근무했지만, 2017년 별안간 한국 유학을 결심하고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현재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이기도 한 그는 국내 언론에 칼럼 게재 등 꾸준히 글 쓰는 활동을 이어오면서, 일본 MZ세대를 향해 한국 문화 알리기에도 나섰다.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을 알게 됐다는 나리카와 아야. 그는 신간 韓國映畵·ドラマのなぜ(한국 영화, 드라마는 왜?)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MZ세대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한국에서 ‘밥먹었니’가 인사말이라는 것도 신기했다는 그는 영화 ‘봄날은 간다’ 대사 중 “라면 먹고 갈래”의 의미를 처음 듣고 놀랐던 경험도 언급했다.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된 서울시 정동길 레스토랑에서 나리카와 아야를 만나 그의 한국 이야기를 간단히 들어봤다. 

“설경구 주연 ‘박하사탕’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을 알게 됐다”
영화 ‘봄날은 간다’를 통해서 알게 된 “라면 먹고 갈래”의 의미

첫 한국 방문을 떠올리며

- 어떤 계기로 방문했나? 
▲ 1994년 초등학생 때 가족 여행이었다. 엄마와 오빠랑 셋이서 제주도, 경주, 서울 등으로 여행을 다녔다.

- 당시의 한국 이미지는?
▲ 여행 중 오빠가 갑자기 맹장염으로 입원하게 됐다. 엄마는 오빠 때문에 정신없었고 저는 매일 간호사 언니들과 놀았는데, 한자로 필담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일본어를 알려주던 게 너무 즐거워서 ‘나중에 한국에 유학가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됐다.

- 처음 ‘어디에 있든 나는 나답게(한국어)’라는 책을 출판할 때 어떤 이야기 하고 싶었나?
▲ 기본적으로 중앙일보 연재 칼럼을 엮은 것으로, 출판보다는 칼럼 집필 당시 어떤 이야기를 쓸 지 고민했다.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일본과 일본사람의 이미지가 있겠지만, 오해도 많은 것 같다. 되도록 내가 아는 실체와 가까운 일본, 있는 그대로, 그리고 다양한 일본과 일본사람에 대한 생각이 전달됐으면 했다. 너무 일본 정치인, 아베 정권 당시, 아베 총리의 이미지가 강했기에 그렇지 않은 부분은 가려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에 있든 나는 나답게

- 기자로 근무할 때 어떤 분야를 주로 맡았나?
▲ 주로 문화를 담당했다. 연극 뮤지컬 담당을 가장 오래 했고 영화는 메인으로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어로 인터뷰할 수 있어서 한국의 감독이나 배우가 일본을 방문하면 주로 제가 인터뷰했다. 부산영화제도 매년 취재하고.

- 기자 시절과 지금의 다른 점은?
▲ 일단은 저와 맞지 않는 일은 안 해도 된다는 것. 그 대신 수입은 적고 불안정하다. 그런데도 저는 성격상 그게 더 맞다. 아사히신문에서 배운 것도 많고 아사히신문 출신이라 (주변에서) 신뢰해주기 때문에 잘 다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 훨씬 좋다.

- 지금 생각하는 한국과 처음 와 본 한국의 차이점 있다면?
▲ 30년 전이라 너무 다르긴 한데, 일단 물가만 봐도 당시 일본보다 훨씬 쌌는데 이젠 한국이 더 비싼 것 같다. 그만큼 한국이 경제 발전을 했다는 건데 이게 지금 한국 젊은 세대가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라고도 생각한다.

MZ세대에 전하는 말

- 한국과 일본의 MZ세대에게 공통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좋아하는 건 실컷 좋아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눈치 볼 필요 없이. 한일관계가 안 좋아질 때마다 서로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불편한 시기도 있었는데, 저는 문화로라도 소통해야 한일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이라도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

- 한국 MZ 세대에게 일본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면?
▲ 일본은 한국에 비해 변화가 느린 만큼 하나를 오래 지속하는 힘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수준도 하루아침에 높아진 게 아니라 정말 긴 기간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 신간 韓國映畵·ドラマのなぜ(한국 영화, 드라마는 왜?)를 통해 일본 MZ세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 다르다는 건 혐오의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다는 것. (이는) 받아들이기 나름인데 저는 한국에서 8년 생활하면서 지금도 일본과의 차이를 발견하면 그냥 재밌다. 차이의 배경을 생각하는 것은 재미도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도 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웃나라 한국은 일본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해 살펴보는 건 다시 일본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서로 좋은 점을 배워가면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 한국어로 출간할 생각 있나? 있다면 동일한 내용? 혹은 일부 수정?
▲ 일단 일본 독자만 대상으로 생각하고 낸 책이지만, 일본어를 아는 한국 지인들이 재미있다고 하더라. 일본인들이 한국의 어떤 점을 궁금해 하는지, 한국에 사는 일본사람 입장에선 어떻게 보이는지 한국 독자에게도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번역 출판해줄 출판사 있으면 연락 바란다(웃음) 출판하게 된다면 일부 수정은 해야 할 것 같다.

양국 문화 교류에 대해

- 처음 한국 방문 당시보다 현재 문화 교류가 더 활발한가?
▲ 1994년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전이라 비교가 안 되지만, 처음 유학했던 2002년과 비교하면 엄청 활발해졌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한국 문화는 한류 붐이라기보다 완전히 정착해서 지속 수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 K드라마·영화에 대해 일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 일본드라마보다 한국드라마를 더 많이 보는 사람도 꽤 많다. 제 주변만 봐도 한국에 관심이 있든 없든 한국드라마는 본다. 영화는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이 나뉘지만 ‘기생충’ 이후 확실히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한국 영화나 드라마와 일본의 차이점이 있다면?
▲ 일본보다 한국의 예산 규모가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일본은 영화 한 편을 한 달 정도로 찍을 때 한국은 3개월 정도 찍는 수준이다. 다만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애니메이션은 예산 규모가 큰 편이다. 흥행이 잘 되는 영화도 실사보다 애니메이션이다.

- 책과 언론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향후 계획을 말한다면?
▲ 송강호는 아니지만 계획은 없는 편이다.(웃음) 책은 한국에서 두 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고, 언론 기고도 계속할 예정이다. 일단 올해 목표는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한국에 회사를 만들어서 문화로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을 해나갈 생각이다.

나리카와 아야가 출간한 韓國映畵·ドラマのなぜ(한국 영화, 드라마는 왜?) [이창환 기자]
나리카와 아야가 출간한 韓國映畵·ドラマのなぜ(한국 영화, 드라마는 왜?)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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