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진보, 양향자·금태섭 신당 궤적 차이에 '각자도생' 행보
정책·민생 의제 파급력 부족에 인물론 부재까지 현실장벽↑

한국의 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당 깃발 흔드는 리허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의 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당 깃발 흔드는 리허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총선을 10개월여 앞둔 가운데, 여론조사 지표상 30%에 달하는 무당층을 겨냥한 정치권 제3지대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도 각자도생 조짐이 뚜렷해 제3지대발(發) 파고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양향자 무소속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한 '한국의희망'이 창당을 공식화한 데 이어,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성찰과 모색'과 정의당이 제3지대 성격의 신당 창당 또는 재창당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극심한 편가르기 정치에 피로감이 누적된 중도층 사이에서 여야 양비론이 비등한 상황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새 정치'를 표방한 군소세력들이 뚜렷한 의제를 확보하지 못한 채 표심 동향에 편승한다면 결국 거대 양당으로 흡수되거나 금세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광의의 제3지대에 깃발을 꽂은 세력은 크게 3개 그룹이다.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성찰과 모색, 재창당을 준비하며 제3지대 담론에 올라탄 정의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거대 양당 혁파, 다당제 정착 등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지만,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여야 정당을 위협할 만한 제3지대발 '빅텐트' 구성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포문을 연 것은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정의당과 진보당이다. 이들은 지난 26일 창당을 공표한 한국의희망과 금 전 의원의 세력화 움직임에 대해 '기회주의적 야합'이라며 궤적이 달라 세계관을 공유할 수 없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지난 27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의당은 아까 얘기했듯이 사회적 약자를 뚜렷이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한 길을 걸어 왔는데, 그런데 두 분(양향자·금태섭)의 이전까지의 정치적 이력은 정의당이 걸어왔던 길하고 좀 다른 사이드에서 진행돼 왔던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전날(26일) 윤희숙 진보당 대표도 대표단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기회주의적 야합이 본격화됐다"며 "이들은 '제3지대' 신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공천을 못 받은 사람들의 '헤쳐모여'가 된다면 결말은 뻔하다"고 견제했다. 

금태섭 전 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제2회 복합위기 시대, 한국정치의 돌파구는?'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태섭 전 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제2회 복합위기 시대, 한국정치의 돌파구는?'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금 전 의원 측은 즉각 반응했다. 금 전 의원 측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정미) 대표는 '성찰과 모색'을 주도하는 금 전 의원을 콕 찍어 '삶의 궤적' 운운하며 공격했다. 무례하다"며 "조국 사태를 방관했으며, 위성정당 꼼수에 들러리 서고, 검수완박에 찬성한 정당의 대표가 반성과 성찰은커녕 특정 개인의 삶을 공격하고 있으니 어이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진보당을 향해선 "전주 재보궐 선거에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당선된 의원이 진보당 의원 아닌가,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에 가입하려고 기웃거렸다가 안팎의 거센 반발에 철회한 의원 또한 진보당 의원 아닌가"라며 "제발 민주당과 야합할 생각이나 하지 마라"고 날을 세웠다. 

'양향자 신당'도 타 세력과의 연대에는 신중한 모양새다. 양 의원은 지난 26일 창당 발기인대회 당일 취재진에 "다른 당과 여타 신생 정당들이 들어올 것인데, 아직까지 신생 정당이 어떤 가치를 표방하는지, 어떤 비전이나 꿈, 철학을 가졌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저의 관심사가 아니"라며 독자 노선에 무게를 뒀다. 

한편, 이들 제3세력은 저마다 내년 총선에서 20~50석 확보를 목표로 잰걸음을 내고 있다. 이들의 총선 전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한정된 유랑 표심을 겨냥한 정책·민생 어젠다로는 성공 사례가 전무한 '제3지대 잔혹사'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 중평이다.

심지어 30% 안팎에 불과한 무당층을 놓고도 제3지대의 '각자도생'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 기성 정당들을 위협할 만한 세력을 구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들 사이에서 당장 제3세력화를 주도할 만한 거물급 인사나 여야 지지층까지 움직일 수 있는 '뉴 패러다임'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제3지대 움직임은 미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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