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이종혁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이종혁 변호사]

“변호사님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진짜 이번에는 이혼해야겠습니다”

1년 전 이혼 소송을 진행하던 남자 의뢰인께서 다시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문제는 이번 이혼 소송이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벌써 세 번째라는 것이다.

의뢰인은 수년 전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가 다시 서로의 정에 이끌려 감정적으로 소송을 취하해버리거나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사실 의뢰인이 겪은 혼인생활을 들어왔던 담당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이 피고(아내)와 계속 공동생활을 해 내가는 것이 여간 걱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이혼소송의 중단을 섣불리 찬성할 수가 없었고, 오히려 의뢰인이 처음 소송을 시작할 당시에 무슨 문제로 소송까지 생각하게 되었는지와 혼인 유지가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했던 그 근원적인 이유를 환기시키면서까지 신중한 결정을 해야함을 거듭 당부했었다.

하지만 의뢰인은 완강했고 “이번에는 정말 서로 믿어보기로 했습니다.”라는 다짐을 하여, 결국 의뢰인의 뜻을 존중하여 소취하를 결정하였다.

그리로부터 한참이 흘러 위 남자 의뢰인은 사무실을 다시 방문하여 자신의 과거 결정을 후회하면서 세 번째 이혼 소송을 의뢰하였다. 달라진 점은 이번에는 이혼소송만이 아니라 형사 피의사건, 고소사건까지 추가되었다는 사실이다. 의뢰인과 피고(아내)는 그 기간동안 오히려 갈등의 골이 더 심각하게 깊어지다 못하여 서로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건까지 터졌던 것이다. 이미 커질때로 커져버린 사건은 쉽게 봉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특수폭행, 상해, 재물손괴, 협박 등 수많은 고소가 남발된 상태였다.

우려했던 대로 의뢰인은 필자가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던 도중, 별건의 형사사건이 진행되어 법정구속까지 되었다. 소송준비를 위해 필자는 의뢰인이 구속되어 있던 구치소에 접견을 가야했고, 의뢰인은 수척해진 몰골로 형사재판의 항소심을 필자에게 추가로 의뢰하였다. 결국 변호사로서는 일이 하나 더 늘게 되었다. 이제 가정법원에서는 이혼소송을, 항소심 형사법정에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변론을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쌍방의 합의는 실패가 거듭되었다.

혼인은 우리의 삶에서 참 큰 의미를 지니지만, 한편으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무너졌다면 처음 쌍방이 약속했던 결합은 의미를 잃는다. 그리고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는 관계는 처음에는 단순 말다툼 정도에서 시작하겠지만, 그 골이 깊어지면 이와같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물론 부부 사이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해로써 치유함을 목적으로 해야하고, ‘이혼’은 최후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가정법원 역시 이혼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숙고의 기간을 제공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해를 위해 부부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변호사 역시 초기 상담의 경우 당사자가 감정에 치우쳐 본인의 상황을 과대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신중히 검토하고자 노력하며, 더 이상의 공동생활이 서로에게 불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에 비로소 의뢰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혼 소송을 진행한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이 이혼을 통해 혼인의 해소가 절실히 필요한 경우에도, 이혼을 쉽게 결단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부부가 함께 산 인생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숭고한 것이기에 이를 제3자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 우려되어 깊은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앞의 의뢰인과 피고(아내)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일체의 범죄 전과도 없었을 뿐더러 각자 회사를 다니며 성실한 사회생활까지 평온히 해 오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둘의 혼인생활은 각자를 서로에 대한 형사범죄 전과자로 만들고 나서야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혼사건에 이어 형사사건까지 변론을 하게 되자 필자는 오래전 나의 판단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더 강하게 설득해서 이혼을 성립시켰더라면, 형사사건이 발생할 일도, 구속될 일도 없지 않았을까.’

대법원은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도덕 및 풍속상 정당시되는 결합을 이루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표현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4741 판결). 부부가 더 이상 애정과 신뢰가 남아있는 관계라 할 수 없고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되는 관계로 되었다면, 혼인의 해소를 통해 각자의 삶을 되찾는 것이 서로에게 올바른 길일 뿐만 아니라 앞 사례와 같이 극단적인 파국을 막는 예방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종혁 변호사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졸업 ▲법학박사 ▲변호사시험 합격 ▲前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 전문변호사 ▲기업 자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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