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5월 프랑스, 68혁명 기념 각종 행사...보상이나 유공자 제정 요구 없어

프랑스의 68혁명(May 68)19683월 파리 근교 낭테르대 운동권 학생 체포 항의시위로 촉발되어 53일 파리 소르본대 점거농성과 경찰의 해산과 폐쇄 등으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위 중 체포된 학생 석방, 폐쇄된 소르본대학 개방, 경찰 철수 등을 외치며 평화시위를 하던 청년과 학생 등 시위대를 11일 새벽 경찰이 진압에 나섰고 무자비한 진압과정이 라디오로 생중계되어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시민과 노동조합이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하며 요구 사항에 힘을 실어주었고 전국적인 24시간 총파업 등 파리에서만 하루 최고 80만명이 시위에 가담했으며 전국 총파업에는 1천만명이 참가하는 등 전국 봉기로 확산됐다. 68혁명은 단순한 항의시위로 시작해 프랑스와 유럽,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당시 기성 정치와 사회 전반을 뒤흔든 1871년 파리꼬뮨 이후 최대 시민저항 역사로 기록됐다.

68혁명은 우리나라의 6.10민주화운동과 유사한 점이 많다. 특히 전국적 저항 이후 프랑스는 드골 대통령이 의회해산 및 총선으로, 한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선제 수용과 개헌, 대선으로 정국이 전환된 것이다. 또 당시 대정부투쟁의 주역들이 급속하게 새로운 지도층을 형성, (이전과는 다르지만) '기득권'을 주장하는 기성세대가 된 점도 같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프랑스 68혁명이 다른 점이 있다. 프랑스 68혁명 주역들은 68혁명을 빌미로 개인적인 어떤 보상이나 예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보훈 대상에 1,2차 세계대전 참전자부터 레지스탕스 자율참전자, 알제리 전쟁, 베트남전쟁, 각종 테러희생자, 독일 점령당시 합병 거부자까지 폭넓게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68혁명 참가자 및 학생운동, 파업참여자 등은 보훈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요구하는 움직임도 없다. 우리가 4월이면 4.19혁명, 5월이면 5.18민주화운동, 6월이면 6.10민주항쟁을 기념하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도 매년 5월이 되면 68혁명을 기억하고 의미를 찾는 다양한 학술·문화행사가 펼쳐진다.

그러나 68혁명 참여자들은 지금 한국의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처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요구하지 않는다. 68혁명 참여자들에게는 민주당이 젊은층의 반발이 심해 어쩔 수 없이 거둬낸 '유공자 자녀 대입특별전형'은 물론이고 수업료·입학금 면제, 공공기관과 직원 200명 이상의 민간기업 채용 시 510% 가산점, 주택 구입 등을 위한 장기 저리 대출 지원 등도 없다.

민주당과 관련 단체들이 추진하는 민주화유공자법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사망 및 부상자 829(사망자 136, 부상자 693)을 유공자로 예우하는 내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민주화운동 참여자 4988명은 민주화보상법에 보상금·생활지원금(11693000만원)을 보상받았다.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5200여명은 제외한 숫자다.

다시 민주화유공자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과도한 이중 보상이고 후안무치한 요구다. 6.10 민주항쟁이후 문민정부 출범과 평화적 정권교체, 7번의 대통령선거를 통한 합법적 정권출범 등 민주주의 성장은 그들만의 노력과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당시 대학생이라면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적어도 전위로 나서진 못해도 멀리서라도 응원했다. 거리에 시위가 벌어지면 넥타이(사무직) 데모대가 빠지지 않았고 거리거리 마다 물과 빵, 김밥이 넘쳐났으며 도망가는 시위대에게 가게 문을 열어주어 숨겨주었던 전 국민의 민주화 열망이었다.

관련단체들은 제정의 이유로 '최소한의 명예회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시위 중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등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거나 폄하되어 별도의 유공자 지정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인지 의문이다.

일제 식민지하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지독한 가난 속에 살아와 이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과 존중이 필요했다.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 참전자들이 당시 빈곤한 나라 형편 때문에 제대로 보상과 지원이 없었다. 민주화유공자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들이 독립운동과 6.25와 베트남 전쟁 참전자들과 동일시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5.18민주화운동에서부터 최근 민주화유공자법 대상 등 신원을 공개도 않는다. 국민세금이 지급되는 데도 국회나 정부에서 요구해도 '개인정보''명예훼손'을 이유로 내놓지 않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법으로 공개를 불법화 시켰다.

왜 당사자나 유가족들이 불명예(?)스럽게 생각하고 숨기는지 모르겠으나 그럴 일이 아니다. 민주화유공자법 제정을 요구하기 전에 민주화운동을 내세워 명단조차 내놓지 않겠다는 특권의식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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