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4년~고교 3년까지 과목별 등급수업제 · 교과목 외 취미·예체능·직업 교육 종합지원 · 12세 전 과목 패스 대학진학도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사교육 이권 카르텔' 발언으로 정국이 어수선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체로 방향은 맞지만 시기와 방법이 어설펐다는 정도로 정리되고 있다.

물론 야당에서는 "교육 비()전문가인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교육계가 초토화되고 있다"(민주당 유기홍 의원), "윤석열 대통령이 뭘 안다고 대입 수능시험에서 초고난이도 킬러 문항을 출제하라 하지 마라 하나, 수능 시험 문제까지 감놔라, 배놔라 하나"(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어김없이 내로남불의 비난 일색이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문제, 특히 대학 입시정책은 수십 차례, 정권 바뀔 때마다 거론되고 수정되어 왔지만 아직도 뾰쪽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시험 응시자가 44만여명인데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은 46만여명이고 올해 일반대 정시모집 전국 193개 대학 중 사실상 미달로 여겨지는 평균 경쟁률 31 미만 대학교가 68개교다.

입학할 학생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할 것이다. 수도권 포함 지방대학 소멸 위기를 일컫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천안·아산 이북 대학 상당수도 정원을 외국인학생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고3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대학'을 못가는 경우는 없다. 60% 이상이 수학능력이나 내신성적에 관계없이 원서만 내면 갈 수 있는 대학이 허다하다. 심지어 대학들은 원서만 내면 100% 합격’ ‘1년 학비 면제+토익 수강비 지원등을 낯뜨거운 입시공고에 게재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소위 명문대, 명문학과 입학을 선호하는 학생과 부모들의 '교육열'은 결코 식지 않고 있고 소위 명문 대학, 인기학과를 가기 위한 사교육 열풍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앞서 거론됐던 수능 킬러 문항도 대학 입학 순위를 정하기 위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학원비, 교제 등 사교육비 비중이 더 높다. 이제는 영유아와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여름 강남 수능대비 학원은 수강비와 교재비 등 월 300만 이상인데도 이미 사전예약이 끝났다.

이번 윤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발언 이후 나온 반응도 옮고 그름이 아니라 '시험이 몇 달 안 남았는데 왜 혼란을' '내신 성적 중요, 학원으로 더 몰릴 것' 등이다.

킬러문항이라는 것은 사실 전체 수능고시 응시생 중 1%미만, 한 두 문제로 당락이 좌우될 정도로 예민한 학생과 학부모에 국한된 문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고3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 그렇지 않은, 전 국민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교육 12년간의 노력이 수능고사 한 번에 결정되고 대학 졸업장 하나로 평생의 계층과 삶의 질이 달라지는 좁은 문, 각박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왔다. 자본도 식량도 일자리도 크게 부족했던 개발시대에는 모두 함께하기 보다는 옥석을 가리고 서열을 나누어야만 하던 시대였다. 과거 조선시대 양반의 과거가 그랬고 근·현대의 우리 교육과정이 그랬다. 2030 영유아 학부모부터 고3 입시생을 4050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 사교육 열풍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교육개혁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나온 단골메뉴 중의 하나였다. 또 대통령이 임기 중 쓸 수 있는 정책카드 중의 하나가 교육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그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인 교육개편, 대입개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일 정부가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교육개혁 정책은 '대학 규제개혁과 교육·돌봄의 국가책임 강화, 디지털 교육혁신 정책' 등이다. 이 또한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생성AI, 로봇경제 등 급속한 시대전환에 비해서는 부수적인 보완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AI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우리 교육은 발상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체계는 (교육자.교육당국)공급자 중심이며 국가필요자원 양성시스템이었다. 교육의 목표에 도덕과 인격 수련, 민주적 국가관, 사회관 형성 등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것이고 시스템과 운영방식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었다.

그러나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시스템이 성적을 기준으로 걸러내는 교육이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학습자, 학생이 각각의 최상의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교육이고 교육시스템이어야 한다.

현재 학년별 교육시스템을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전체를 통틀어 '과목별 등급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가 2025년부터 실시키로 한 고교학점제를 보다 더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덧셈뺄셈부터 기하학까지 수학의 등급을 나누고 각 등급에 맞는 수업을 개설,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도록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과목별 등급 시험을 자체 등급범위와 국가등급범위를 나누어 수시로 시험볼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과목별 등급 수업이 실시되면 적어도 수포자(수학 포기자)나 졸음 수업을 피할 수 있고 학교 수업과 선생님에 대한 경시(선행학습 결과) 풍조도 없어질 것이다. 낮은 수준의 학생은 낮은 등급 수업을 재수강함으로써 수포를 막을 수 있고, 학습수준이 높은 학생은 따분한 수업을 듣지 않고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영어는 최상급인데 수학은 중간등급 수업을 듣거나 드물게 12세에 모든 과목 최상급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등급 수업이 정착된다면 결과적으로 적어도 중산층 이하 학생들의 경우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또한 국...과학 등 수능시험 외에도 다양한 과목, 체육과 예능, 직업교육까지 등급별 수업을 실시해야 한다. 대학입학은 대학 또는 각 학과별로 교육이수에 필요한 과목별 등급을 선 공개한 뒤 지원자를 대상으로 대학별로 논술 등 자체시험을 거쳐 선발하면 된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입학대학과 학과를 결정짓고 더 나아가 평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희망과 노력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학교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공교육시스템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당연히 조심스럽고 정확하고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이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새로운 미래를 행한 첫발을 내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번 이렇게 바꿔 불러보자. 교육자가 아니라 학습지원자’, 교육기관이 아니라 학습지원센터’. 즉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아니라 학생의 공부를 지원하는 학습지원자, 학교는 학생을 모아놓은 장소가 아니라 취미와 예체능까지 다양한 학습이 가능한 편의시설을 모아놓은 지원센터가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