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역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TK물갈이론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존재감이 낮고, 아무나 꽂아도 당선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도 내년 총선에서 현역의원 절반이 물갈이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TK정치권 안팎에서는 물갈이 대상이 누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쏟아낼 정도다. 이런 와중에 친박계 인사들도 TK지역에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향후 TK공천이 전국적 관심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TK 50% 물갈이론을 주장한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TK 50% 물갈이론을 주장한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영남 단골 물갈이 tk지역 이번에도 절반 이상 바꾼다?!
친박 친윤 공천 갈라치기냐 친윤 독식이냐 중대 변수로

대구·경북(TK) 의원들은 내년 총선 물갈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잦은 물갈이로 인해 선수를 쌓지 못해 다선 의원이 차지하는 상임위원장 등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 당직 경쟁에도 나설 기회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TK의원들은 무조건적 물갈이에 TK정치권이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21대 총선 결과 경북 최다선 의원이 재선에 불과한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TK정치권에서는 중진(3선 이상)과 초재선 의원들이 골고루 포함된 진용을 갖춰야 지역 정치권에도 활력이 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TK지역의 한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면 경우에 따라 지역구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정도의 힘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홍준표 TK 50% 물갈이, 현역의원들 불만표출

이런 와중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TK) 의원 50% 물갈이를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총선 국민의힘 공천에서 대구·경북(TK) 현역 의원 절반이 물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절대 우세 지역은 50% 물갈이 공천을 해 온 것이 관례다.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통상 정치 경험상 물갈이 비율이 35% 정도 돼야 국민들이 쇄신 공천을 했다고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국적으로 35%를 맞추려면 TK는 늘 50%를 물갈이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TK의원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 4일 대구광역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지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용판 의원은 홍 시장을 거명하며 “(TK의원) 싹 다 바꾸라고 하면 열심히 하는 의원들은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홍 시장이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비교하면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국회의원 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해 나간다부족한 점이 있으면 불러다 조언도 하고, 잘 모르면 지시도 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님, 제발 대구 국회의원 싹 바꾸란 말 하지 마시라고 거듭 촉구했다.

홍 시장은 김 의원의 발언에 일반적인 수치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20년간 통계 수치를 보면 (TK 지역) 물갈이 비율이 78%까지 간 적도 있었다“50% 미만 물갈이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실제 TK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를 거론하며 내년 공천에서 살아남을 TK의원들은 손에 꼽힌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TK쟁탈전은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친박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TK에서 세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윤석열 사단이 TK지역에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더욱 셈법이 복잡해졌다.

실제 TK정치권에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TK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고향인 경북 영주 출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는 박 정부 시절 국정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한 혐의 등으로 실형을 살고 지난해 특별사면됐다. 우 전 수석은 지난달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서 내가 할 역할이 뭐가 있을까 생각 중이라며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가 출마한다면 지지하겠다는 지역민들도 많다. 특히 현역인 박형수 의원과도 경쟁해 볼만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보수통합 주장한 최경환 전 총리...반윤결집?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을 입장하고 있다. 2016.12.09.뉴시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을 입장하고 있다. 2016.12.09.뉴시스

최 전 부총리는 경산에서 4선을 지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말 특사로 잔형 면제·복권됐다. 현재 경산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활동 재개를 예고했고, 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현역의원을 제치는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최 전 부총리에게) 국민의힘이 공천을 안 주면 무소속으로 나가서 당선돼서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는 그런 스토리가 다 있다“(경북) 경산 분위기는 최경환 전 장관이 조금 우세하다는 얘기가 많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 전 부총리가 보수통합을 주장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 전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이준석 전 대표 등 당내 청년 정치인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경원·안철수·유승민·이준석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두 힘을 합쳐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지난 대선 때 연합군처럼 힘을 합쳤어도 0.7%포인트밖에 못 이기지 않았나. 서로를 적대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철수 의원은 선거에서는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쪽이 이기는 것이 상식이라며 동의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대통합이란 박 전 대통령 세력인 옛 친박계를 껴안는 것이란 조언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에서 내놓은것이나 마찬가지인만큼 반대 세력과도 무소속 연대를 꾸릴 수 있다는 엄포가 회동이 노리는 정치적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향수가 강한 보수의 심장인 TK지역이 그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측근들이 TK현역 의원 지역구에 자객으로 투입될 공산이 크다. 현재까지 소문만 무성하지만 TK지역에서는 특정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에 강명구 부속실 선임행정관이 대표적이다. 강 신임 비서관은 지난 20216월 윤 대통령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직후부터 캠프에 합류해 일정 기획과 메시지를 총괄했고, 부속실에서도 대통령의 일정 조율 업무를 전담해 온 최측근으로 꼽힌다. 구미 선산 출신인 그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영식 의원 지역구인 구미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 이어 친윤계 TK출마 가능성 높아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뉴시스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뉴시스

윤석열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올랐으나 자녀 의대 편입 특혜 의혹으로 인해 낙마한 정호영 경북대병원 병원장도 대구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자녀 의대 편입 특혜 의혹에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림에 따라 윤 대통령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챙길 것이라는 게 TK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외에도 김기현 대표가 검사 공천은 없다고 말했으나 TK의원들 사이에서는 검찰출신 인사 공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친윤, 친박 인사들이 TK지역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돼, TK의원들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공천을 받게 되고, 자신들은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윤핵관을 자처했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은 불쾌감에 가까운 경계심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 측근 공천 가능성으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 친박계의 부상에 따라 자신들이 공천 배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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