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대중화 목표는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진짜·가짜를 잘 구별하는 것”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으로 직접 가는 과학 유튜버 지식인미나니,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는 유튜브 구독자 수 약 19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인 그는 KBS나 TBN교통방송, YTN사이언스 등의 게스트 출연 또는 도서 출간(총 3권) 등을 통해 과학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그는 다른 과학 유튜버들과 달리 같은 주제래도 관련 연구소나 기관을 직접 찾아가서 촬영하고 인터뷰하면서 숨은 이야기들을 발견해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이런 현장성 콘텐츠를 주로 창출하다 보니 여러 국가연구소(출연연), 대학연구소, 기업연구소 등의 협업 요청도 많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MIT-IBM 왓슨 AI연구소, 프랑스 파리 국제우주대회의, 미국USC공대 등에도 초대돼 콘텐츠를 제작한 바 있다.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

- 한의대에서 한방식품약리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때 발효공학실의 학부생 연구원이었거든요. 연구실에 과학, 연구 장비들이 많이 있었는데, 학교 실험 후 남는 시간에 여러 과학 장비들을 사용하고 화학 실험을 하면서 찍은 영상들이 유튜브에서 인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본업이 따로 있지만 유튜브를 병행하다 보니 유튜브 관련 일들이 많아져 과학 유튜버로 전업하는 중이에요. 마침 과학문화 대중화 흐름과 함께 과학 관련 행사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국민분들께서 과학에 점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기쁩니다.

- 올해 2022 대한민국정부 창작자 콘텐츠 제작사업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정부에서 어떤 노력과 업적을 인정해 이 상을 주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번에 장관상을 받게 된 콘텐츠는 다누리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4개월간 준비해서 만든 영상인데요, 다누리가 스페이스x에 실려서 발사되던 때부터 달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4개월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문체부(정부) 등과 협력하면서 계속 준비해나갔어요. 우리나라 탐사선이 달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 처음이기도 하고 성공 또한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실패하더라도 실패한 상황에 맞게 결론을 내는 영상도 같이 준비했었습니다. 물론 기대했던 대로 궤도 진입에 성공했죠. 이렇게 대중의 눈높이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들다 보니 보다 깊은 내용으로 다룰 수 있었고 조회 수도 약 38만 회가 나와서 업적을 인정받은 것 같아요.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
이민환 KAC한국예술원 교수

- KAC한국예술원 방송영상디지털콘텐츠 예술계열 유튜브·크리에이터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 학생들에게 어떤 점을 중요하게 강조하며 가르치시나요.

▲유튜브에 맞는 영상 구성법, 서사 방법을 강조하고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에요. 영상을 몇 개월 정도 만들다가 그만두면 더 이상 유튜버가 아니게 되거든요. 수년간 영상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 유튜버로서 과학 지식 채널 미나니도 운영 중이신데 ‘미나니’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 채널을 개설한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네이버의 지식채널미나니도 유튜브 지식인미나니와 같습니다. 이름만 조금 다른 것뿐인데 별 의미가 없어요. 유튜브에 올린 과학 영상이 네이버에서도 검색되도록 네이버에 추가로 개설했는데요. 여기서 미나니는 제 별명이에요. 이름이 이민환인데, 민환이를 빠르게 발음하다 보면 미나니가 되거든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장

- 많은 과학 관련 연구기관과 협업해 과학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 널리 알리고 계시는데, 알리는 과정 중 고충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과학 이야기를 전하다 보면 현장 촬영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연구기관의 보안상 또는 일정 등으로 현장 취재가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아쉬워요. 그리고 대학교 연구실 등에서 연구 성과를 홍보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연구소들을 알 수 있는 플랫폼도 있으면 좋겠네요. 어떤 연구실들이 있는지 알기 어렵거든요.

-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려면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하며, 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게 되나요.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대부분 과학 관련 전공자가 많아요. 아무래도 과학적 사고로 모든 면에 많이 접근해본 사람들이 더 잘 받아들이니깐요. 물론 과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할 수는 있어요. 호기심과 재미로 과학 이야기들을 전해 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고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과학은 검증이 돼야 하잖아요. 내가 준비한 내용이 실제 이론이나 과학사에 맞는 이야기인지 가짜 뉴스의 일부는 아닌지, 제대로 된 근거자료로 내용을 구성했는지 등을 잘 체크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파리국제대회에 참가
파리국제대회에 참가

- 한국항공우주학회 최초로 유튜버 논문을 발표하셨는데, 논문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장으로 가는 콘텐츠가 일반적인 자료화면의 유튜브 영상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시청자 반응이 좋은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자료화면/파일만으로는 구성할 수 없는 것들이 현장 콘텐츠에는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다른 과학 유튜버들보다 특별한 지식인미나니만의 콘텐츠를 어필할 수 있는 내용도 들어가 있습니다.

- 과학이 대중화되려면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대중들이 과학을 최대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엔 기본적인 학교 수업에서 과학적 사고법을 교육했으면 좋겠어요.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하는 법, 그리고 어떤 근거들을 찾는 법, 사실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법을 배우면 과학적 사고도 발전할 것으로 생각해요. 과학 대중화의 궁극적 목표는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진짜와 가짜를 잘 구별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USC공대연구소
USC공대연구소

-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우주 과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그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긴 기간 동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금, 그리고 국민의 관심과 지지 정도에 따라 그 국가의 과학 수준이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의외로 연구개발에 엄청나게 투자해요. 기술 관련 분야에 자금을 많이 쓰는데 그 기술의 본질인 기초과학 분야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 엽기적이면서도 참신한 실험을 즐기시는 ‘괴짜’라고 소문나셨는데, 실험하셨던 것 중 가장 재밌었던 실험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화학 실험들이 있었던 만큼 제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많이 만들었었는데 그 주제들이 참신했어요. ‘만약 태풍에 핵폭탄을 터트리면 어떻게 될까?’, ‘만약 지구 크기가 2배가 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지구가 반대로 자전하면 어떻게 될까?’ 등 ‘만약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로 영상들을 만들었고 놀랍게도 이런 생각을 해외에 많은 연구자도 해본 것이더라고요. 실제로 주요 연구기관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한 내용도 있어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파리대학 촬영
파리대학 촬영

- 요즘 과학 트렌드는 어떠하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학문끼리 융합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천문학자들이 단순히 천문학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생물학과 합쳐져서 우주생물학이 나오고 화학과 합쳐져 우주화학, 우주물리학 등이 나오고 있어요. 앞으로 우주인들이 우주를 계속 개척해나가면서 우주에 많이 나갈 텐데 우주에 오래 있으면 생기는 의학적, 생물학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잖아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과정에는 기초과학들이 필요해요. 현대 기술의 본질적인 것들도 모두 기초과학 연구에서 나온 것이 많거든요. 모든 과학 분야가 융합돼야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경험이든 자산이 되거든요. 최근에 주한 미국 대사관의 지원으로 여러 교육 인플루언서와 미국 대학교를 탐방하고 왔어요. 미국 대학들은 학과들끼리 서로서로 교류하며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서 팀 과제를 수행하고 연구해요. 초소형 건강 측정 기기를 만든다 하면 단순히 공대생만 모여서 센서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학 전공자, 소재 전공자 등도 모여서 함께 과제를 수행했어요. 왜냐면 의료적 부분과 센서에 쓰일 소재들 등에 대해 한두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거든요. 또 미국 대학교들은 학과를 이동하는 (전공을 바꾸는) 전과가 아주 쉬워요. 제가 만난 학생은 4번이나 전과를 했는데 여러 전공을 경험함으로써 과제를 수행할 때 배운 것과 경험한 것이 모여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