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내년 422대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의 파괴력이 커질 조짐이다. 20대 대선 이후 연장전 성격의 극단적 대결주의 정치가 난무하면서 중도무당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0.73% 포인트 차이의 박빙승부로 막을 내린 대선 이후 상당수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는 여야간 상호악재에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뚜렷한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중도무당층은 최대 30%에 이를 정도다. 뒤집어 해석하면 윤석열 대통령도 싫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더 싫다 또는 이 대표도 싫지만 윤 대통령은 더 싫다는 것이다. 여야의 기성정치에 실망한 여론이 급증하면서 제3지대 공간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야 소장파를 대표했던 금태섭·정태근·박원석 전 의원 주도의 신당설이 떠오르고 있다. 현역 시절 소속 정당이 민주당, 한나라당(옛 국민의힘), 정의당이라는 점에서 제3지대 정당의 세불리기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고졸신화로 유명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 역시 제3지대 흐름에 올라탔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치권에 불고 있는 제3지대 정당의 긴박한 움직임을 집중 조명했다.

금태섭, 김종인, 이상민 3인이 대화를 나누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금태섭, 김종인, 이상민 3인이 대화를 나누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여야 극단 정치에 중도무당층 급증주요 여론조사서 최대 30%
금태섭·김종인 신당에 국힘 출신 정태근·정의당 출신 박원석 합류설
10월 강서구청창 보궐선거 분수령3지대 신당 성공 여부 분수령

역대 총선에서 제3지대 정당은 늘 태풍의 눈이었다. 지역적으로 영·호남, 이념적으로 보수·진보를 근간으로 하는 여야 양당체제는 강력했지만 균열을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620대 총선이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호남을 싹쓸이하는 녹색돌풍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당초 원내교섭단체 기준 의석인 20석도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두 배에 육박하는 38석을 얻었다. 금태섭·정태근·박원석 전 의원의 도박에 가까운 정치적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것은 물론 지역적 기반 또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도무당층에 머물렀던 유권자 표심 역시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돌입하면 결국 기존 여야 정당 중 한 곳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여야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여론이 높아질수록 제3지대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MZ세대의 지지 여부도 관심사다.

국힘·민주 내로남불지지 철회3지대 신당

여야 지지층이 빠지면서 중도 무당층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6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층은 30%대 초반이었다. 반면 여야 모두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무려 28%를 기록했다. 이념성향 역시 보수·진보가 아니라는 응답자 역시 45%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3지대 정당이 필요하다는 주목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무선전화면접 100%)에서 응답자의 47.7%한국 정치발전을 위해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42.4%였다. 긍정·부정평가 격차는 5.3%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팽팽하지만 제3지대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의견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점이 놀라운 대목이다.

세부적인 지표는 더 구체적이다.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자의 48.1%, 민주당 지지자의 46.8%가 각각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동의했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역시 48.7%가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동의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득표율이 각각 5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대선 이후 약 1년여 만에 여론이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무조건 여야 정당에 보내는 철옹성과 같은 지지가 무너진 것이다.

연령별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18~29(50.2%), 30(51.7%), 40(50.3%)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 필요성에 동의하는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다만 신당 창당시 총선지지 성향을 묻는 질문에는 29.1%그렇다’, 60.3%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밖에 10.6%는 모른다고 답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3지대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총선 지지에는 다소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제3지대 정당이 독자생존보다는 총선 때마다 반짝정당으로 활동하면서 여야 거대 양당에 흡수통합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으로 해석하면 제3지대 정당이 경제·복지·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노선을 보여주면서 기존 여야를 뛰어넘는 비전을 선보이면 적잖은 파괴력을 보일 수 있다. 극단적인 진영간 이념 논리와 정치양극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 집단을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서울 성북구 정태근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성북구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해 정 후보가 준비한 자신의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 사인을 하고 있다. 2020.04.07.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서울 성북구 정태근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성북구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해 정 후보가 준비한 자신의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 사인을 하고 있다. 2020.04.07. 뉴시스

양향자신당 이어 여야 소장파 신당 창당설

최대 30%에 이르는 중도무당층이라는 정치지형의 급변에 따라 제3지대 정당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여야 거대 양당이 민생경제는 내팽겨친 채 총선 유불리를 둘러싼 정쟁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적 인식에서다. 극단적인 보수·진보라는 이념에서 벗어나 중도적 실용주의를 내세워 여야 거대 정당에 실망한 국민적 지지를 얻겠다는 복안이다. 한마디로 여야 양당 체제의 폐해를 걷어내고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3지대 신당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접어들었다.

가장 발걸음이 빠른 이는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다. 양 의원은 지난달 26한국의 희망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양 의원은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 낡은 정치, 특권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정치·과학 정치·생활 정치가 만들 새로운 시대로 이제 건너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상무로 고졸신화의 상징인 양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영입인재로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탈당 이후 국민의힘이 주도한 국회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특위를 이끌어왔다. 양 의원은 신당 창당에 여야 현역 의원 5명 정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선보였다. 한국의희망은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출마시켜서 50석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은 수도권 중심 정당을 표방하면서 30석의 목표 의석을 제시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오디션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벤치마킹해 이른바 국민공천 프로젝트라는 상향식 공천을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 전 의원은 조국사태 이후 민주당과 결별한 뒤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민의힘에 합류했지만 이후 양당제의 폐해를 비판하면서 제3지대 띄우기에 열중이다. 선거승리의 청부사로 불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최근 한나라당 소장파 출신의 정태근 전 의원, 진보정당인 정의당 출신으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인 박원석 전 의원과도 손잡고 초안적 대안신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3인방은 이념과 지역에 매몰되기보다는 총선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수도권을 위주로 활동해온 소장 개혁파 성향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박 전 의원은 공식적인 참여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3지대 신당의 필요성에는 상당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정의당 비례대표 1·2번이었던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합류할 경우 파괴력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 또는 야당 성향의 제3당이 아닌 진보정당 인사까지 합류한 그야말로 거대 양당을 초월한 진정한 의미의 제3지대 정당 탄생을 위한 구색을 갖춘 것이다. 내년 총선에 대비한 구체적인 정치 스케줄도 제시했다. 오는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들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금 전 의원의 현역 시절 지역구가 서울 강서갑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만일 강서구청장 당선자를 낸다면 제3지대 신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금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예를 들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출발했을 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평가했다.

3지대 파괴력 설왕설래이변 가능성도 업(UP)

김종인-금태섭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뉴시스
김종인-금태섭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뉴시스

3지대 신당 창당 흐름이 태풍으로 진화할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여의도 정치권은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간판 얼굴이 부족한 것은 물론 대한민국 업그레이드를 이룩한 구체적인 비전이나 플랜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과 민주당 현역 의원들 역시 제3지대 신당의 파괴력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하나의 지역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 배출하는 소선거구제라는 높은 벽을 제3지대 신당이 뛰어넘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3김 시절, YS(김영삼 전 대통령)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틈바구니 속에서 자유민주연합을 주도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정치입문과 동시에 새정치의 상징이자 유력 차기주라로 떠오른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실제 성공 사례도 찾기 힘들다. 현재 제3지대 신당을 주도하고 있은 인사들의 경우 김종필 전 총리와 안철수 의원보다 정치경험과 대중적 지명도 등에서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유력한 대선주자나 지역 기반이나 이념 기반, 3개 중에 어느 하나는 분명히 있어야 선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양당에 대한 양비론이나 안티 체제에 의존한 반사체 정당으로는 유의미한 존재감이나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전제로 양당 이외의 제3지대 정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호남에서 제3 정당들이 큰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야 거대 정당의 총선 공천은 변수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들의 대규모 공천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역시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심리적 분당 상황에 놓인 친명·비명간의 공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천에서 탈락한 경쟁력있는 현역 의원들이 탈당 후 무소속을 선택하기보다는 여야 외곽의 제3지대 신당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낙천자들이 새정치를 명분으로 제3지대 신당에 대거 가세할 경우 상호 윈윈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3지대 신당이 경우 가장 애로요인인 자금과 조직을 확대할 수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3지대 정당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정치여건에서 매우 어렵다. 차디찬 시베리아에 홀로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과거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던 국민의당 돌풍은 민주당 내분에 따른 일회성 반사이익이었고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에 흡수 통합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반에 못미치는 의석을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크고작은 제3지대 정당이 연동현 비례대표제 등을 기반으로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안팎을 정치적 파괴력은 사실상 예측불허라면서 대한민국은 산업화·민주화의 성공 이후 시대정신과 비전을 찾지 못한 채 소모정인 정쟁만 되풀이하고 있다. 격동과 이변이 빈발한 한국적 정치현실을 고려할 때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 신당의 성공이라는 아무도 예측못한 성공 스토리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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