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명‧낙 회동’ 오리무중에 잡음 지속...이낙연 일거수일투족에 시선 집중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좌),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좌),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대표간 회동 여부와 구체적 시기에 정가의 이목이 쏠려있다. 이런 가운데, 그간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던 민주 계파간 관계가 더욱 위태위태한 줄타기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현직 당 대표와의 깊은 앙금이 해소되지 않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이낙연계 등 범친문(친문재인)계가 물밑 결집하고 있고, 이재명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친명(친이재명)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 문제로 인한 당내 지각변동은 없어야 한다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는다. 최근 야권에 파장을 부른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의 ‘한 지붕 두 가족’ 작심발언은 민주당의 복잡한 내부 사정을 적시한 대목으로, 이를 단순 호사(好事)로 치부하기엔 전운이 짙은 게 현실이다. 다만 민주당 인사들은 대체로 이러한 극소수의 목소리가 당내 기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며 민주 분당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5선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하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분당(分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 당내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유쾌한 결별’의 의미를 묻는 진행자 질문에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겠다”며 “분당도 그런 형태 중의 하나일 수 있다. 뜻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한 지붕 아래 있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분당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재명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범친명계로 꼽히는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이 친명‧비명으로 양분화된 당내 상황을 ‘심리적 분당 상태’로 규정하면서, 민주 분당설에 재차 불을 지폈다. 

이에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의원이 꺼내든 분당설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은 있다. 민주주의 정당에서 갈등이 없을 수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결별이니 분당이니 이런 이야기는 당내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얘기”라고 전면 반박했다. 또 그는 내년 총선까지 이재명 체제 아래 단일대오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도 분당설에 대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전‧현직 대표(이재명‧이낙연)간 만남 여부가 불투명하다 보니 강한 워딩(표현)들이 나오는 것 같다”라며 “친명이니 비명이니 하는 표현도 사실 하나의 프레임이지 않나. 당 방향성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계파가 다른 것도 아니고, 또 분당과 같은 극단적 상황을 논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명낙 회동’ 차일피일...이낙연의 속내는  

그럼에도 민주당의 물리적 분화 가능성이 꾸준히 점쳐지는 배경에는 지난달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가 있다. 민주당 비주류를 이끌 잠정 리더십 0순위로 꼽히는 그가 현실정치 복귀를 암시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정치권에선 그가 이재명 지도부를 타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수를 마친 이 전 대표의 귀국 소식에 직접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안했지만 2주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두 사람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고 사실상 이재명 지도부에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전 대표의 최근 궤적도 심상찮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귀국 이후 이 대표의 회동 제안을 뒤로 물린 채 영‧호남을 오가며 고(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독자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의 제안은 뒷전인 모습이다.

이렇듯 이 전 대표가 ‘정치 앙숙’인 이 대표를 상대로 물밑 신경전을 펴고 있다는 게 정치권 중평이다. 비명계와 단일대오 유지가 절실한 이 대표와 달리 이 전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차기 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당내 비주류 세력을 주춧돌 삼아 야권 진영에서 세를 다지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에서 거론되는 이낙연발(發) 호남 신당 창당설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거론되지만, 당분간은 정국 추이를 관망하며 윤석열 정부와 당내 주류를 동시 견제하며 존재감을 굳혀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표로선 이 대표의 제안에 몸을 가벼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에 정통한 야권 한 관계자는 “자기정치를 생각하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가 정적인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 선뜻 나설 까닭이 없다”라며 “끝내 이 대표와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시일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와 손을 맞잡는 순간 ‘이낙연’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만연한 ‘이낙연 대선 책임론’도 전‧현직 대표간 만남을 가로막는 감정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친명 강성 당원들은 줄곧 지난해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이 0.74%포인트라는 극세사 격차로 패한 것은 이 대표의 당내 경선 라이벌이었던 이 전 대표 측의 ‘내부총질’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심지어 이 전 대표의 정치적 본산인 호남 정가에서도 이러한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게 민주 호남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전남도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 여론 중 “(민주당의) 지난 대선 석패의 책임 소재를 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은 이낙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 민주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낙연계와 비명계를 낮잡아 부르는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름을 힐난하는 표현) 논란도 이 전 대표로선 심기가 불편한 대목이다. 

‘대의원제 폐지, 공천룰 개정’도 민주 분열 뇌관

이 밖에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불체포특권 폐지’에 이어 차기 정당개혁 의제로 꺼내들 수 있는 대의원제 폐지와 공천룰 개정도 민주당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줄지어 출범하고 있는 친명계 원외조직 등을 중심으로 공천룰 개편과 대의원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혁 요구가 당 안팎에서 빗발치고 있다. 해당 의제들이 현실화할 경우 당내 비주류에 대한 총선 공천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위기감이 커진 비명계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역 의원들 개개인의 정치생명이 걸린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규정들이 원외 친명계의 요구에 따라 대거 개편된다면 계파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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