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공세에 초강수로 맞불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공표하며 자신의 정치생명과 장관 직을 걸겠다며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원 장관이 당장 장관 직을 내려놓더라도 내년 총선 출마 등 정치적 대안이 있는 만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을 계기로 확실하게 존재감 각인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도 원 장관의 이러한 행보를 사실상 '총선 출사표'로 보고, 수개월 내 여의도 복귀 가능성을 점치는 모습이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장관 직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호언했다. 

또 그는 해당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당 간판을 내리는 것을 걸고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도 그는 세종 주상복합 건설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거짓선동에 의한 정치공세에 민주당이 혈안이 돼 있는 한 양평군민이 안타깝고 국토부도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지만 추진할 수 없다"라며 민주당이 정치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도로 사업 재개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관련된 사실 여부와 별개로, 원 장관의 이러한 대야 강경 대응은 단순 윤석열 내각의 일원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기질이 발휘된 사례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원 장관의 여의도 잠정 복귀설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것.    

실제로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원희룡 장관은 그간 국토부 장관으로서 커리어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라며 "이제 (원 장관이) 여의도로 복귀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양평 고속도로 논란을 계기로 확실한 '정치인 원희룡'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고 호평했다. 또 그는 "이번 일로 원 장관이 용산(대통령실)의 신임을 더욱 굳힌 것만으로도 더 이상 득실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같은 당의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야당이 이번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빌미로 국정조사까지 끌고가려 하는 모양인데, 원 장관이 최전방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적어도 자신의 정치 체급을 확고히 했다"라며 "장관 직을 걸겠다고 한 것도 결국 총선 출마까지 생각한 발언 아니겠나"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원 장관이 이른바 '스타 장관'으로도 불리며 여권 거물급 인사로 부상한 상황에서, 야당 정치공세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꺼내든 이번 초강수가 되려 발목을 잡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원 장관은 사실 이번 일이 아니어도 국무총리, 총선 출마, 차기 대선 등 선택지가 많은 잠룡급 인사"라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로 언론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자칫 초대형 악재라도 터지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원 장관의 강경 발언이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여권에선 그간 원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원 장관이 지난해 서울시 동작구로 주소지를 옮긴 것도 총선 출마지를 물밑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미 3선 의원과 제주지사를 지낸 그가 여의도 복귀보다는 차기 국무총리 등 윤석열 정부 고위직을 거쳐 차기 대권을 노릴 것이란 정치권 관측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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