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돌아 사실관계에 이목이 쏠린다. 양측 모두 합병설에 대해 논의 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이용자들은 기대하는 눈치다. 양사 모두 적자 늪에서 허우적대는 만큼 합병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올해 들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한 매체가 양 사 합병설은 지분 48.9%(감사보고서 기준)를 보유한 티빙 최대주주 CJ ENM이 수익성 악화로 인해 웨이브 최대주주인 SK스퀘어(37.4%·감사보고서 기준)와 인수합병 절차를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발단이 됐다.

양측은 이 같은 합병설을 부인했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설은 2020년 7월에도 나왔다. 유영상 대표(당시 SKT MNO 사업부장)가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고 깜짝 제안하면서다.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티빙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업계는 양사의 합병설이 재차 돈 배경에 대해 넷플릭스 독주에 따른 토종 OTT의 생존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분석서비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5월 기준 OTT 활성 이용자 수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153만명, 티빙 514만 명, 웨이브 391만 명으로 양사를 합쳐도 넷플릭스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 넷플릭스 독주, 웨이브·티빙 합병설

양사 모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로 꼽힌다.

티빙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8% 늘어난 2476억 원이다. 이 기간 영업손실도 전년보다 56% 증가한 1192억 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판권 상각에 따른 무형자산상각비(1404억 원)와 콘텐트사용원가(1169억 원)가 각각 전년 대비 127%, 65% 증가했다.

웨이브도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7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느는 데 그치고 영업손실은 1217억 원으로 전년의 2배로 불어났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총 11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기업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519%로 높은 편이다.

양 사가 합병에 협의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주주들의 설득이 쉽지 않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심사 당시 양사 합산 점유율(18.05%)이 1위 넷플릭스(38.22%)에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을 내리고 승인했다.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은 약 32%라 장기 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업계는 티빙과 웨이브가 하나의 공룡 플랫폼으로 재탄생하게 되면, 이익을 얻는 두 가지 방법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반발한다.

현재는 두 곳에서 수익을 따로 내는 구조라면 합병하면 하나로 합쳐지고 결국 콘텐츠 업계 입장에서도 두 곳에서 한 곳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을 우려한다.

다만 합병하면 웨이브와 티빙의 MAU가 900만 명이 넘는다. 넷플릭스와 '한판 대결'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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