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조건부 면허’ 운용
국회, '실차주행평가'가 합리적

고령운전자 인지능력 자가진단. [뉴시스]
고령운전자 인지능력 자가진단.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최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잇따르며, 운전면허 보유 관련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해외사례에 빗대어 면허를 자진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가는 가운데, ‘조건부 면허 도입’이라는 중재안이 떠올랐다.

지난 10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한 아파트에 차량이 추락해 1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동승자인 60대 여성이 사망하고, 운전자인 70대 후반 남성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당 차량은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주차된 경차를 들이받고 옆 단지에 떨어졌다.

2019년 정부는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를 도입했으나, 반납률 저조 등으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438만7358명 중 자진반납은 11만2942명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당진시의회 김명진 의원은 시의 고령운전자 운전사고를 두고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고령운전자에 대한 반납을 노력하도록 적극 홍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고령운전자들은 무턱대고 자진면허반납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택시기사 오 모(73, 남) 씨는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노인들은 일자리가 문제”라며 “택시를 관두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호소했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반납률이 더욱 떨어지는데, 이 또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농업종사자 박 모(68, 남) 씨는 “논에 일하러 갈 때나 물건을 옮길 때 어떻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나”라며 “차량 없이는 시내에 가기 어려운 농촌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읍소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조건부 면허’ 운용… 우리나라는?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도로주행시험을 통해 고령운전자의 운전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시간, 지역, 도로유형, 보조장치 등의 제약이 부과된 조건부 면허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고령운전자 대상의 실차주행평가 및 첨단장치 탑제차량용 한정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국내 제도는 신체 및 인지능력 검사에 기초해 면허 유지 또는 취소를 결정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향후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을 대비해 이를 합리적인 규제로 안착하기 위해 실차주행평가 도입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경찰청에게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 운전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운전능력평가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가상환경보다는 처음 면허를 취득할 때처럼 실제 차량을 갖고 운전을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을 점검하는 것은 당사자한테 중대한 사안이다”라며 “노인 계층의 경우 가상환경 같은 첨단기술에 익숙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론은 고령운전자를 포함한 교통안전을 위해서라도 ‘조건부 면허’와 같은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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