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2017, 조국 민정수석 산하 특별감찰반은 금융위원회 국장이던 유재수가 업체 관계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금품을 받는다는 첩보를 받고 감찰에 들어간다. 하지만 감찰은 끝을 보지 못하고 중단됐다. 좌파 일색인 민정수석실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셨던 유재수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다. 소위 감찰무마 사건, 이게 세상에 알려진 건 특감반 수사관이던 김태우가 이를 폭로한 게 계기였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20232, 법원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재판에서 이를 유죄로 선고하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정치권의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킨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

, 대선이 한창이던 20219, 성실히 사는 수많은 이들의 뒷목을 잡을 기사가 나왔다. 김만배라는 사람이 1억원을 투자해 1,200억을 벌었고, 남욱은 8,700만원으로 1,000억원을, 정영학은 5,500만원으로 600억을 벌었다는 것이다. 소위 천화동인이라 알려진 7명의 투자자들이 받은 배당금은 무려 4천억원, 이들이 투자한 돈이 4억에 불과했으니, 수익률은 무려 10%에 달했다. 훗날 대장동 게이트로 불리게 된 이 사건으로 김만배와 유동규, 남욱 등은 이미 한 차례씩 구속됐고, 지금 검찰 수사는 이 사건을 설계했다고 밝힌 이재명 대표를 조준하고 있다.

, 20228, 민주당에서 사무부총장을 지낸 이정근이 한 사업가로부터 10억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그녀는 자신이 과거에 쓰던 휴대폰을 폭우 때 분실했다고 했지만, 검찰은 그녀의 어머니 집에서 해당 휴대폰을 찾아낸다. 그런데 그 휴대폰은 판도라의 상자였다. 송영길 전 의원이 민주당 당대표가 되던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가 오간 녹취파일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으니 말이다.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나한테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윤관석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그 이렇게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 훗날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라 불리게 된 이 사건은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며, 의원들간의 끈끈한 의리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윤관석과 이성만을 제외한 이들은 대부분 구속됐다.

무릇 게이트라 불리는 사건들에는 스모킹건이 될만한 증거가 있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이 지금 열을 올리는 양평 고속도로 의혹엔 이런 게 없다. 국토부 직원이 양심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이와 관련된 녹취파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값이 껑충 뛴 것도 아니다.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고속도로니만큼, 양평군민에게 좀 더 좋은 도로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느라 예비타당성 (예타) 조사를 마친 노선 대신 다른 노선을 택했는데, 그 끝에 김건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게 현재까지 밝혀진 의혹의 전부다.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0.5를 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안 되기에 비용이 가장 덜 들어가는 안으로 예타를 받고 노선을 변경하는 건 제법 있는 일, 양서면이 종점인 안으로 예타를 받은 게 절대불변의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에서 계약한 용역업체가 노선변경을 주장했고, 변경된 안이 과거에도 여러번 언급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건 조사할만한 거리도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차분하게 설명하면 되지 왜 국토부장관이 전면 백지화를 시켰느냐고 하지만, 아니 민주당이 차분한 설명으로 설득되는 집단인가?

후쿠시마 처리수에 대한 IAEA의 실사 보고서가 나오자 “IAEA가 일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상식 이하의 주장을 하는 분들이 바로 민주당 아닌가. 이번 양평 건에 대해서도 원희룡 장관이 다시 분필을 잡고 일타강사의 스킬을 뽐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가짜뉴스의 대명사인 김의겸 의원이 이를 단군이래 최악의 이권카르텔로 명명하고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이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이 의혹을 최대한 오래 끌어 총선에서 이기자는 것, 양평 고속도로 의혹이 게이트가 되지 못하고 괴담에 머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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