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여의도는 국정조사 대전 중이다. 양평고속도로·감사원·문재인 사드운영·선관위 등 국정조사 추진을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전 정부를 향해 공세를 퍼부으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는 모습이다. 당 대표 사법리스크, 돈 봉투 살포 의혹 전당대회 등으로 민주당이 코너에 몰린 가운데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을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을 꺼내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양평고속도로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양평고속도로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 양평고속도로-감사원 겨냥 국정조사에 문 정부 대상 역공
- 국힘, 신원식 국방위 간사 문정부 사드운용-선관위 국정조사 추진

여야가 합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조사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데다, 4당이 단독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결의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백지화됐다.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여권은 김 여사를 겨냥한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특혜 의혹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사업 백지화라는 초강수로 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통령 처가 게이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김 여사가 선산을 옮기거나,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중단은 선언했다.

원 장관은 우리가 아무리 팩트를 이야기하고, 노선에 대해 설명하더라도 이 정부 내내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고, (더 나은) 최종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 사업과 관련해 청탁이나 압력받은 사실이 있다면 저는 장관직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대신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는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리라고 주장했다. 사업중단이 민주당의 근거 없는 선동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사업은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을 때 제시된 노선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양평군에서 예타 노선과는 다른 3개의 노선을 다시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 중 두 번째 안이 기존 예타 노선을 대체할 안으로 검토됐고, 이 노선의 종점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사업 백지화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의 처가가 개입한 이권 게이트라고 보고,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곁가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본질은 딱 한가지다. 누가, , 멀쩡한 고속도로의 위치와 종점을 바꿨냐는 것이라며 정부가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면 당당하게 그 경과를 밝히면 된다. 국정조사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라며 정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변경된 이유가) 양평군 요청이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올해 2월까지도 양평군은 종점 변경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평군이 요청한 건 IC(나들목)설치였는데 느닷없이 종점과 노선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 근처로 변경됐다이 변경안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시기 국토부가 자체 용역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정부와 국민의힘이 (고속도로 노선) 백지화 소동을 벌이고 국민들을 속이려 해도 이번 사태 본질이 ‘(대통령) 처가 게이트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당장 국정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 국토위, 운영위를 소집해 진실을 밝히고 경기도 의회를 대상으로 특별 감사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대일 굴욕외교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있다. 2023.03.29. 뉴시스
한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대일 굴욕외교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있다. 2023.03.29. 뉴시스

맞대응 나선 , 정부 정조준

국민의힘도 밀리지 않겠다며 야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국정조사 대상이 돼야 하는 건 문재인 정부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최적 대안 노선 검토를 포함한 타당성 조사 방침 결정과 선정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면 그 대상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엇을 두고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인지 기가 막힐 뿐이라며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이 사안을 끝없는 정쟁으로 몰고 가 사업을 장기 표류시키고 이를 통해 뭔가 의혹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선동해 정략적 이익을 챙겨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사드 운용을 고의로 제한했다는 의혹과 관련,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2017년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방중을 기점으로 중국의 의사를 반영해 이른바 사드 3불과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결정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국방부 실무자들을 포함해 (방중) 전후 당시 업무 관련자들의 신빙성 있는 증언들을 다수 확보했다고 말했고, 국방위 소속 여당 의원도 방중 후 상부에서 문서 파기 지시도 내려왔다는 증언도 있다국방위뿐 아니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함께 국방부, 외교부와 국가안보실 등 당시 외교안보 부처와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대대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사드 고의 운용 제한 의혹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정부의 고위 인사들에 대한 수사 본격화로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최대한 물증을 많이 확보한 뒤 총선 정국에 맞춰 정기국회에서 야권 압박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표의 방중 직후인 2017530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2대 외에 4대의 추가 반입 사실을 숨겼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여야가 지체 없이 국정조사를 언급한 것은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프레임에 말릴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꺼내는 국정조사 카드에 국정조사 카드로 맞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가 배치되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운용장비가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마을에서 경찰과 주민의 대치속에 사드기지로 향하고 있다. 2017.09.07. 뉴시스
추가 배치되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운용장비가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마을에서 경찰과 주민의 대치속에 사드기지로 향하고 있다. 2017.09.07. 뉴시스

내년 총선 승리 위해 정쟁 도구된 국정조사

대표 사법리스크, 돈 봉투 살포 의혹 전당대회, 김남국 국회의원의 대규모 가상자산 투자 파문 등으로 여론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반격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여권에서도 이 대표의 각종 사법 리스크와 송영길 전 대표가 연루된 돈 봉투 전당대회 파문 등의 이슈를 덮기 위해 민주당이 여권과의 격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돈 봉투, 코인, 대장동, 성남FC 등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가라며 방탄용 정치공세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국정조사가 용두사미식으로 반복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조사가 여야의 정쟁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정치적 상황이 불리해질 때마다 주장하는 명분뿐인 국정조사에 대한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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