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월 중에 새롭게 실업급여를 신청한 수급 자격신청자는 87,308명이다. 어떤 이는 이걸 두고 87천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하지만, 또 어떤 이는 87천여 명이 놀면서 실업급여로 꿀을 빨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보다. 5월 현재 실업급여수급자는 670,573명인데, 이걸 두고도 달콤한 시럽급여받으며 유유자적한다고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나 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실업급여를 두고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같은 자리에서 실업급여 담당자라는 사람은 한술 더 떴다.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고 일했을 때 자기 돈으로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사며 즐기고 있다라고 헛소리를 했다.

새롭게 집권한 정부가 실업급여 체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낄 수는 있다. 자신들의 뜻대로 실업급여 하한액을 손볼 수도 있고, 실업급여 수급 횟수를 제한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정부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실업급여 제도를 손보려 하는지, 정부의 개혁안은 현 제도보다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면 될 일이다.

현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를 바꿔보겠다고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고 비아냥대고, 어떤 근거도 없이 여성과 청년 실업자를 실업급여로 샤넬 같은 명품을 구매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정신 나간 사람들로 몰아붙이고 있다. 현 집권세력이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을 얼마나 왜곡되고, 편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정부여당이 실업급여를 개혁하겠다고 하면서 보여주는 행태는 설령 실업급여의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동의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조악하다. 실업급여 담당자라는 사람은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를 샀는지, 해외여행을 갔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청년들이 실업급여로 받은 돈에 보태 재충전 겸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식으로 실업급여수급자 일반을 세금 축내는 식충이로 지목하고, 실업 상태로 접어든 여성, 청년들을 비하하고 혐오를 충동질해서 무엇을 얻으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나는 분명하다. 이런 행태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실업급여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천박한 인식과 철학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실업급여를 받아 본 사람은 안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은 밀폐된 방 안에 갇혀 부족한 산소로 호흡하며 초조해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실업 기간은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노는 시간이 아니다. 세상에 놀고 싶어서 실직당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쉬고 싶어도 가족의 생계 때문에, 아이의 학원비 때문에, 박봉과 고된 일을 그만두기 어렵다.

현 정부는 실업급여 개편을 시럽급여라는 프레이밍을 통해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어용학자들 모아 놓고 세미나라도 열어 실업급여 개편의 이론적 기반이라도 갖춰 보려는 노력조차 없다. 이런 자들에게 실업급여는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와 함께 등장했고, 실업급여 제도가 실업자의 사회안전망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를 지켜주는 안전망이라는 것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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