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근거 vs 개정안 근거 될 수 없다...판결 결과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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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대법원(2017다46274, 2018다14986)은 회사가 파업(점거)을 한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개별 조합원에게 노동조합과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 및 제3조 개정안(소위 ‘노란 봉투법’)에 대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 및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에서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여당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비판하자, 대법원도 이례적으로 이에 대해 반박을 하는 등 갈등 상황이 증폭되고 있다. 

- 개별조합원 책임제한 정도는 노조 내 지위와 역할, 참여 경위 판단해야
 
첫 번째 사건은 전국금속노동조합 00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2010.11.15.부터 같은 해 12.09. 사이에 원고 00자동차 주식회사 **공장을 점거해 해당 공정이 278.27시간 동안 중단됐고, 원고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근로자) 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손해액 271억 원 중 일부인 20억 원 청구)을 청구한 사건이다. 

두 번째 사건은 전국금속노동조합 00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2013.7.12. 조합원들로 해금 원고 00자동차 공장 내 일부 라인 공정을 점거하도록 해 해당 공정이 63분간 중단됐고, 원고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인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고들은 자동차가 예약판매 방식으로 판매되고 원고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어 자동차의 인도일이 다소 늦어진다고 해 바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지 않으며, 쟁의행위 종료 후 연장 및 휴일근로를 통해 부족 생산량이 모두 회복돼 예정된 판매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으므로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발생한 바 없다고 다툰 사건이다. 

첫 번째 사건의 경우, 제1심과 제2심에서 각각 원고가 일부 승소했고, 피고들의 위법한 쟁의행위 가담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그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원고의 일부 청구(20억원)를 사실상 전부 인용했으며, 이에 피고들 패소부분에 대해 피고가 상고했다. 

두 번째 사건의 경우, 제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으나, 제2심에서는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가 주장하는 조업중단 기간에 상응하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고 책임제한(50%)을 거쳐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등 원고가 일부 승소하자, 피고들 패소부분에 대해 피고들이 상고했다. 

- 대법원의 판단 : 2017다46274, 2018다41986, 2023.6.15. 선고 

원고가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을 상대로 조업이 중단됨으로 입은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일부 청구한 첫 번째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피고들이 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2017다46274 판결) 

원고 공장의 일부를 점거해 공정을 중단시킨 데 대해 이에 참여한 조합원을 상대로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한 두 번째 사건에 대해 종래 대법원은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해당 제품이 적자제품이라거나 불황, 제품의 결함 등으로 판매가능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의 간접반증이 없는 한, 생산된 제품이 판매돼 제조업체가 매출이익을 얻고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24735 판결 등)해 왔는데, 이러한 추정 법리가 매출과 무관하게 일시적인 생산 차질이 있기는 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가 발생한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위법한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는 등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됐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그 범위에서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 추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해, 생산량이 회복됐더라도 이는 손해 산정에 고려할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보아 생산량이 만회됐는지에 관해 심리, 판단하지 않고 피고들의 생산량 회복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2018다41986 판결) 

- 판결의 의의 : 대법원 보도자료 

첫 번째 사건(2017다46274)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대법원은 일정한 유형의 사안에서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 제한 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이 판결은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책임제한 비율을 달리 할 수 있다고 본 기존 선례들의 연장선상에서,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개별 조합원 등을 상대로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안에서, 개별 조합원 등의 책임제한 정도는 개별 조합원 등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최초로 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법의 규정, 쟁의행위의 단체법적 성격, 개별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상 단결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점,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과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에 가담자마다 질적인 차이가 있는 점 등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조합원별로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또한 밝혔다. 

두 번째 사건(2018다41986)에 대해는,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추정 법리에 근거해 청구하는 사안에서, 쟁의행위 종료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되는 등 쟁의행위로 생산이 감소됐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그 범위에서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의 추정이 깨지게 된다고 최초로 설시한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종전 판례가 설시한 간접반증 사유에 더해 고정비용 상당 손해추정을 깨드리는 사유를 보다 구체화(생산감소로 인한 매출감소 결과에 이르지 않음)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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