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티켓보다 싸진 주가, 주주가치 심각히 훼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CJ CGV가 조(兆) 단위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좌불안석이다. 주주들 불만이 커지면서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CJ CGV 주가는 7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 CJ의 2분기 실적 부진 전망이 나오며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 '차입금 상환' 사용 순위 기존 2순위에서 3순위로 변경
- 변화한 환경, 재정 악화 개선 위한 혁신적 노력 필요


CJ CGV는 지난 12일 전 거래일(9310원) 대비 10원 오른 9320원으로 장을 마쳤다. CJ CGV는 한때 10만 원을 웃돌았던 종목이다. 2016년 1월 29일에는 12만8351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 결국 1만 원 선 붕괴…. 주가 악재 계속 

CJ CGV는 지난달 20일 1조 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5700억원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며, 4500억원은 모회사인 CJ를 상대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일반 공모한 자금 5700억원 중 67%에 해당하는 3800억원은 단순 채무 상환용이다. 결국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에 투자되는 비중은 33%에 그쳐 '투자자 돈으로 빚 갚는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를 의식한 듯  CJ CGV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와 관련해 자금의 사용 목적 순위를 일부 변경했다.

CJ CGV가 7일 제출한 증권신고서 정정 공시를 살펴보면 신주 발행으로 조달하게 될 자금의 사용 목적에서 ‘차입금 상환’의 사용 우선순위가 기존 2순위에서 3순위로 바뀌었다. 기존 3순위였던 특별관 확장, 공간 플랫폼 구축 등의 사용 우선순위는 2순위로 상승했다. 이는 CJ CGV가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금의 사용 우선순위를 바꾼 것은 유상증자의 목적이 미래 성장전략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기업들이 주가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자금 조달 시 은행의 도움을 받을 경우 금리 부담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발행도 힘든 상황이라 빚을 지지 않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상증자를 택하는 것이다.

다만 유상증자는 통상 시가보다 낮게 발행되는 데다, 신주 발행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만큼 주가에는 ‘악재’로 여겨진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의 2분기 매출액은 10조603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4930억원으로 28%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는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의 부진과 CJ CGV의 연속적인 유상증자,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출자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이틀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발행가격이 확정되는 시기인 7월 말까지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단기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는 지난 6월 29일 논평을 내고 "CJ CGV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즉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CJ CGV의 주가는 2016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약 93% 하락했다. 팬데믹의 영향 이전부터 주가가 급락하던 상황으로, 심각한 경영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부채상환 등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부실 경영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결국 주주에게 전가시켜 는 것은 물론 기업과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다. CJ CGV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J와 CJ CGV는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의 독보적인 리더인 만큼 문제점 들을 깊이 생각하시고 CJ와 CJ CGV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CJ그룹이 미래에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일갈했다.

- 돌파구 마련할 수 있을지 이목 집중

CJ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히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다"라면서 "CGV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 출발해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앞으로는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 공간사업자로 거듭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극장 관객 수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54%, 매출은 66%까지 회복했다고 한다. 그는 "극장 정상 운영으로 실적 정상화가 임박해 있고 CJ 올리브네트웍스 흡수로 내년부터는 수익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 개선 가능성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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