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경제 악화 우려로 제외
식목일·한글날도 지정과 제외 반복됐었다

국회의사당 제헌절 기념 현수막. [뉴시스]
국회의사당 제헌절 기념 현수막.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올해 7월17일은 제 75주년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헌법이 제정된 날로, 제헌헌법이 처음 공포된 1948년 7월17일을 기리는 국경일이다. 그런 ‘제헌절’의 공휴일 지정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가 공휴일 지정과 제외를 반복해온 제헌절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5대 국경일에 들면서도 공휴일이 아니다. 이에 최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며 다시 공휴일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제헌헌법은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제정된 헌법이다. 또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은 임시정부에서 만들어진 ‘대한민국임시헌법’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으나, 제헌절은 대한민국임시헌법의 제정일인 9월11일이 아닌 7월17일로 지정됐다. 

당시 제헌헌법은 제헌국회에서 7월12일 의결됐고, 정부는 5일 후인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을 공포했다. 이날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날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담긴 헌법을 조선 건국과 같은 날 공포하면서 오랜 역사를 이어온 대한민국의 적통성을 강조하고자 했다는 평이다.

5대 국경일 제헌절, 왜 공휴일이 아닐까

우리나라 법에서는 대한민국 국경일을 삼일절(3월1일), 제헌절(7월17일), 광복절(8월15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로 정하고 있다. 국가적 경사를 기념하는 국경일은 대부분 공휴일로 지정되며, 각종 행사가 개최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국경일이 공휴일은 아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날 중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만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제헌절만 공휴일에서 제외돼 있다.

제헌절은 1949년 10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처음으로 제정되면서 1950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공휴일이었다. 하지만 주5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2003년 근로시간 감축에 의해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논란의 결과로 2007년을

끝으로 제헌절은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에서 빠졌다.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는 제헌절이 광복절과 취지·이념 등에서 유사한 측면이 많아 공휴일 지정의 필요성이 적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휴일 재지정’ 끊임없이 제기돼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2012년에는 김명연 당시 새누리당 전 의원이 국경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2013년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2017년에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제헌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라며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23일 발의했다.

윤 의원은 “헌법은 나라가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며,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제헌절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돼 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국민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것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던 만큼 공휴일 지정을 통해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라며 “제헌절을 공휴일에 포함시킴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질 수 있게 한 헌법 공포를 기념하게 하고, 국민의 휴식권 보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목일과 한글날도 지정과 제외 반복

1949년 대통령령에 의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으로 4월5일을 식목일로 지정함과 동시에 법정 공휴일로 채택됐다. 1960년에는 3월15일이 ‘사방(砂防)의 날’로 식목일 대신 대체 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61년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면서 ‘산림법’ 제정으로 ‘범국민 조림 정책’ 시행과 동시에 공휴일로 부활했다. 그러나 2006년 제헌절과 같은 맥락으로 주5일제 도입과 동시에 노동시간이 줄자 ‘법정 공휴일’에서 ‘법정 기념일’로 변경됐다.

10월9일 한글날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이후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1991년 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10월1일 국군의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2005년 다양의 논의 끝에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바뀌었지만, 공휴일로는 지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22년 만에 다시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국가 공휴일은 어떻게 지정되는 걸까?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공휴일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령으로 시행되고 있다”라며 “국경일 및 기념일의 유의미 및 취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목일의 경우 법률을 바탕으로 환경부에서 지정 검토를 하는 등 기념일 성격에 맞게 주무 부처에서 담당하는 형식이다”라며 “이후 주무 부처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하고, 정부나 입법기관에서 발의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감소 우려로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됐지만, 일각에서는 제외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한국 노동자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연간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많다. 이에 국가 공휴일 재지정 논의는 더욱 탄력을 얻고 있다. 이번 윤 의원의 개정안을 통해 ‘제헌절’이 공휴일로 지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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