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길거리서 ‘개고기 시식’까지… 갈등 심화
설문조사 결과, ‘개식용 중단하라’ 55% & 나는 먹지 않겠다 80%
애매모호한 가축 관련 법 공백, 사회적 논의 통한 합의점 찾아야

개고기를 시식하는 대한육견협회. [뉴시스]
개고기를 시식하는 대한육견협회.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단골 이슈로 떠오르는 것 중에 소재가 있다. 개식용에 관한 것으로,  복날을 전후해 대한육견협회와 동물보호단체가 이와 관련 첨예한 대립 구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애매모호한 법 조항 때문인데, 양측의 근거 모두 완전하게 반박될 수 없는 상황.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개식용 금지 법안이 발의되는 한편,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초복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에서 대한육견협회(육협) 회원과 경찰이 대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육협이 대형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개고기를 꺼내 먹겠다고 하자 경찰이 발생할지 모를 소동을 대비해 막아선 것.

결국 육협 측의 거센 항의로 경찰이 물러섰고, 회원들은 장구와 꽹과리 등을 치며 개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도로 건너편에서는 동물보호단체들이 개식용 종식 촉구집회를 열고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육협이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까지 동원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개식용 문제는 해마다 복날쯤 논쟁이 일었다. 올해는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본 조례안은 5월말 김지향 국민의힘 시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원산지·유통처 등이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 단속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시의회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에서 상위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 도살 및 보신탕 판매하면 동물보호법·위생관리법 위반?

개·고양이의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학대와 불법행위를 근거로 개식용 제재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명시되지 않은 개·고양이 도살은 동물보호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식품 원료가 아니라 보신탕 판매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개들이 사육장에 갇히고 도살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더 많은 희생을 막으려면 조례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갑자기 (상인들에게) 업종을 바꾸라고 하면 물론 난처할 것”이라면서도 “서울에는 개고기 취급 음식점 229곳이 있으나, 다른 ‘보신 음식’으로 특화한 식당으로 바꾸는 사업도 추진해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개고기 반대 집회. [뉴시스]
개고기 반대 집회. [뉴시스]

“먹을 의향 없다” 80.7% 선택, “개식용 중단해야” 55.8% 동의

시민단체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지난해 초 전국 성인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5.5%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답변했고, 80.7%가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라고 선택했다. 응답자의 55.8%는 ‘개식용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했으며, 28.4%가 ‘현행 유지’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국회에서도 개식용 금지 관련 법안이 논의된 바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말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 또는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개를 사용한 음식물 또는 가공품을 취득·운반·보관·판매 또는 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어 식용 개 농장을 폐쇄하고, 폐업하는 경우 폐업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 의원은 2020년 말에도 식용을 목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도살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식용 개 사육, 도축, 판매, 불법일까? 애매모호한 법

축산법 시행령 2조 2항에 개는 노새·당나귀·토끼와 함께 가축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축산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에 개 사육과 관리를 따로 다룬 규정은 없다. 개 사육 농가는 이를 근거로 개 사육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개식용 반대를 주장하는 측은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열린 강원대 동물법센터 학술대회에서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려 목적이든 식용 목적이든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한 사육 자체가 법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축산법은 개를 가축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개고기 역시 축산법상으로는 축산물에 속한다”라며 “다만 개식용을 허용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또 다르다. 가축의 사육·도살·처리 및 축산물의 가공·유통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개는 이 법에서 말하는 가축의 범주에는 없다. 이에 개의 도살 방법 아울러 가공·유통 방법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도 없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에 의해 ‘개 도살 기준이 없으니 도축해도 된다’와 ‘법의 취지로 볼 때 반하는 행위다’라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개 도축 행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식품 사용 원료 목록 ‘식품공전’에도 개고기는 포함돼 있지 않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개고기를 파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육협은 식품공전 식품원료 판단 기준에서 ‘국내에서 전래적으로 식품으로 섭취한 근거’가 있는 것은 식용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천 년 동안 안전하게 먹어온 개고기는 식품원료로서 근거가 명확하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개식용과 관련해 법적인 공백이 메꿔지지 않는 상황.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으나, 당장 해답은 없다. 다만 시민들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개식용 문제가 원만하게 중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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