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소득 따른 지원… “차등 없어야”
김영주 의원, 소득기준 폐지 법안 발의
소아청소년과 위기, 미숙아까지 영향

미숙아 인큐베이터. [뉴시스]
미숙아 인큐베이터.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미숙아·선천성 이상아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 등으로부터의 지원은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숙아나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신생아의 부모가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전해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진주현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미숙아 대상 평균 의료비는 약 1600만 원으로, 만삭 출생아 약 430만 원에 비해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 기준 상위에 있는 신혼부부라 할지라도 적지 않은 부담임은 분명하다. 이에 국회에서는 ‘소득기준’을 폐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무직 직장인 최 모(34, 남) 씨, 김 모(32, 여) 씨 부부는 결혼 2년차다. 월 33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최 씨는 지난해 말 김 씨가 임신을 하며 외벌이에 나섰다. 하지만 김 씨가 조기 양막 파수로 불과 30주 만에 1.1kg의 극소 저체중 미숙아를 출산해, 막대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간 누적 병원비만 2000만 원을 넘어섰다.

미숙아 치료비용은 소득 기준으로 취약계층이 아니라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진주현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초미숙아 평균 의료비가 16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에 국한해서 실시한 조사이기에 실제 미숙아 부모들의 의료비 부담액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출생 비율 증가세

최근 고령임신과 난임시술 등의 증가로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 출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숙아 건강통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저체중 출생아 비율은 2011년 5.2%에서 2021년 7.2%로 1.4배 늘어났다. 선천성 이상아는 2009년 출생아 1만 명당 516명이었지만, 2018년에는 1538명에 달해 3배가량 증가했다.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의 치료 등 의료비에 대한 과다한 지출로 부모가 신생아의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도 이어진다. 현재 일부 지자체 의료비 지원사업은 소득 기준상으로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에 한해서만 지원하고 있다.

신생아에 대한 수술과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등 막대한 치료비 지출은 소득수준 관계없이 큰 부담이 된다. 이에 계층을 막론하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모인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의료비 지원 관련 소득 기준을 폐지하자는 주장과 조례 검토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김영주 의원 법안 발의 “소득기준 폐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소득 기준 관계없이 미숙아, 선천성 이상아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을 대표발의했다. 소득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에만 지원되던 것으로부터 전 계층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김영주 의원은 취재진에게 “현재 보건복지부에 소득 기준 관련 지원이 거부된 사례에 대한 통계를 요구했으나, 관련 통계를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라며 “소득에 따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어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소득 기준을 없애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라며 “하지만 대부분 출산관련 사업은 지자체의 협력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정부가 지원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내용도 법안 발의 내용에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의료비 부담으로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의 부모가 치료를 포기하면, 아이는 평생 장애를 갖거나 심한 겨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된다”라며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소득 구분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0조에 따르면 보건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주체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 명시돼 있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변경되며, ‘의료 지원은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항목이 추가된다. 

소아청소년과 붕괴, 미숙아 출산에 치명

한편 최근 전반적인 출생률 저하로 수요가 줄어든 소아청소년과가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이런 현상이 미숙아 출산 또는 관리에도 치명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A 산부인과는 입원 치료 중인 산모에게 조기진통 증상이 나타나자 인근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긴급 연락을 취했다. 조기 출산을 막기 위한 처방을 전부 활용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에 미숙아 분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치료시설이 구비된 곳으로 산모를 옮겼다. 

조기진통이란 만삭이 되기 전인 임신 20주~37주 사이에 자궁수축과 함께 자궁경부가 열리는 것이다. 이때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폐 기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스스로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워 인공호흡기 및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숙아 치료를 위해서는 집중치료실 병상과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미숙아 출산은 산부인과가 맡고, 신생아 집중치료는 집중치료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담당하는 구조.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세부 전문의가 줄어들고, 전공의가 사라지며 미숙아 분만을 전담할 수 있는 병원도 자연스레 희소해지고 있다. 

신생아 세부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에서도 추가적인 기술을 가진 숙련인력이다. 신생아의 미세한 변화를 24시간 관찰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전문영역에 비해 보상이 적어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표적인 기피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의료시스템 정상화, 구조적 변화 필요

병원 입장에서도 미숙아는 신체에 맞게 특수 제작된 장비들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 의료장비보다 단가가 높아 병원 개원 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수 개월간 입원하는 미숙아 특성상 병상 회전율이 낮아 투자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와 관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생아실 담당 의사들의 복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공무원, 법조계, 정치인들에게 누누이 얘기했다”라며 “의료시스템 자체가 정상화되지 않은 채 개인의 희생에 기대 병원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건축 중인 아파트가 붕괴된 것을 보면 엄청난 돈을 들여 재시공하면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혀 돈을 쓸 생각이 없다”라며 “이미 아이들을 숱하게 숨지게 만들었고, 더 죽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비 지원이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관련 부처 중심으로 확대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소득 관계없이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들에 대한 선제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저출생과 직결되는 출산환경에 대한 강도 높은 개선 필요성도 꾸준히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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