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맹신은 금물… 활용 서비스 혹은 인턴사원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중요”

송태민​
송태민​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IT 전문가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은 1999년 IT 기업에 첫 입사한 이후 24년간 총 13개의 회사를 두루 다니며 경험함으로써, IT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IT 전문가다. 직접 곰플레이어를 디자인했고, 오랫동안 싸이월드, 네이트 등에서 디자인과 서비스기획 그리고 개발 능력까지 모두 발휘했다.

현재 ‘어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송태민 소장은 IT 트렌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TV방송, 라디오 그리고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IT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직접 IT 기술들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송태민
송태민

-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오픈 AI의 챗GPT와 구글의 바드, 이미지 생성 모델인 미드저니를 활용한 인공지능 서적 100권을 동시에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책들의 저자들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됐나요.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을 모집했는데요, 100명이 넘는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들이었어요. 의사, 약사, 변리사, 대학교수, 학과장, 부총장, 경제창조혁신센터 센터장, 인공지능 개발자, 대형 출판사 직원 등 대부분 전문직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해주셨으며, 초등학생, 고등학생 등 학생들도 일부 참여했습니다.

- IT 전문가로서 직접 생성형 AI 미드저니를 활용해 인공지능 서적 100권의 그림들을 생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책의 표지도 디자인하시는 등 전체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이끄셨는데, 해당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직접 결과물로써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공지능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 같다’ ‘어떤 업무가 편할 것 같다’ 등등이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참여자로서 프로젝트에 함께한다면 의미 있는 모습들을 사회에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거든요. 혼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보다 많은 분과 함께 세상에 알려주는 것이 더 좋잖아요. 그것이 단체, 커뮤니티의 힘이니까요.

송태민
송태민

- 최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될 만큼 그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요, 오픈 AI의 챗GPT와 미드저니 등 생성형 AI의 활용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인간과 인공지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인간이에요. 즉, 최대한 나의 인턴사원, 나의 매니저라고 생각하고 활용하는 것이 좋아요. 전혀 모르는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도 물론 방법이겠지만, 현재까지의 기술력을 보면 부정확한 면이 분명히 있으니까 나의 전문 분야에서 반복적이거나 단순한 업무만 전부 인공지능에게 맡긴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키면 좋아요.

다만 챗GPT, 미드저니 둘 다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을 시켜야 할지, 또는 어떻게 좀 더 진보적으로 질문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에 더욱 깊게 녹아들고,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전망인가요.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요. 인공지능으로 인해 단순 반복이 적어지면서 시간 효율이 매우 좋아지고 있어요. 그러므로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인공지능으로 사람의 업무가 편해지고, 환경도 좋아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송태민
송태민

- 사람이 인공지능과 함께 창작 활동을 하면 점점 인간 본연의 창작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소장님의 견해는 어떠한가요.

▲있어 보이게 행동하는 것은 누구든 충분히 가능해요. 하지만 있어 보이게 한다는 말은 본질은 아닌데 겉모습에만 신경 쓰는 것일 수 있다는 거예요. 창의적인 부분은 아직까지 인공지능 스스로는 힘들어요.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상세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아요. 즉, 어떤 프롬프트를 어떻게 상세하게 어떤 상상력으로 써야 할지는 아직까지 사람의 몫이에요.

제가 154권의 서적 표지를 디자인하고 앨범 재킷 수십 개를 디자인했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일반 사람은 불가능하거든요. 디자인 작업 중 일부만 인공지능으로 가능한 것이지 전체가 가능한 것은 아니며, 창의적인 부분은 사람의 상상력이 없으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어요. 그렇기에 창의적인 부분에서 사람의 역할이 뛰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인공지능 서적 100권을 출간한 후 대중들의 사회적인 반응은 어떠한가요.

▲대부분 놀라워할 수밖에 없어요. 혼자서 100명의 저자와 2달 만에 종이책 서적을 출간했으니까요. 그리고 70권이 넘는 서적이 베스트셀러 순위까지 진입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으로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모두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지만 서적 집필 자체에는 부담을 가졌던 사람들이 도전해서 성공한 것을 보고 수많은 사람이 앞으로 도전할 것으로 판단되기에,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생각입니다.

송태민
송태민

- 인공지능 사용 시 특히 주의하고 유념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을 맹신하지 않고, 우리 인간보다 위에 있는 것이 아닌 우리가 활용하는 서비스 혹은 인턴사원 정도로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예요. 또한, 지금 커가는 아이들은 앞으로 더욱더 많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나게 되겠지만, 너무 편하게 살아가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들은 미래 인공지능 활용법에 대해 더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혀 무척 힘들지도 모른답니다. 사소한 것들조차 인공지능에게 시켜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 조기은퇴에 성공한 ‘프로N잡러’로서 유명하신데, 현재 몇 개의 직업을 보유하셨나요. 또한 그에 따른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저는 가장 강력한 무기 1개만 갖고 있으면 나머지는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디자인이에요. 그것도 무슨 디자인이든 다 가능합니다. 24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얻은 무기인데요. 웹디자인, 앱, 프린트, 영상 등 대부분의 시각디자인은 전부 가능해요. 그래서 이를 통해 음반도 작업하며 즐기고 있어요.

40장의 음반을 발매한 가수이기도 해요. 노래는 힙합을 했는데, 약 160곡 작사·작곡을 해왔으며 전부 발매됐어요. 이 외에도 서적을 쓰는 작가이기도 해요. 이제까지 50권이 넘는 서적을 썼는데요, 대부분 IT 전문서예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를 위한 웹표준, 어비의 모바일웹, 사물인터넷, O2O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등 다수죠. 이 외에도 폰트 제작, 유튜브 광고, HTML5 강의 등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제게 돈을 벌게 해주는 직업이 되고 있어요.

요즘은 수백 명과 많은 행사를 기획 및 진행하고 있어요. 100인 100권 프로젝트도 500명과 함께 행사를 만들었으며, 오는 9월1일에는 유튜버 300명들과 ‘어비 페스트 2023’이라는 행사를 오픈할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협찬 등을 받아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 즐거운 행사를 기획해서 만드는 것 또한 저의 주된 업무인 셈이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저 혼자 하기보다는 많은 사람과 방법을 나누며 즐겁게 함께하고 있어요.

송태민
송태민

- ‘프로N잡러’로서 일을 즐기시며 자유와 행복을 누리시는데,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KBS TV 1개, 라디오 2개에 고정적으로 출연하고 있어요. 그래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쯤 KBS 방송국에 도착해 라디오를 마친 후 방송국 사람들과 회의 및 식사를 하고 TV 녹화방송을 진행하는데요. 녹화가 없는 날은 연기학원에서 연기 수업을 받고 있고, 녹화가 끝난 저녁에는 개인 스튜디오로 와서 유튜브 콘텐츠 기획 및 촬영을 진행하거나 행사 기획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가능한 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만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과거에는 교육도 매우 많이 진행했었지만, 현재는 교육들은 빈도수를 적게 하고 있어요.

이제 회사를 퇴사한 지 3개월이 지나가고 있거든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들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한 것이 바로 방송이에요. 기존 회사원 생활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바로 루틴한 삶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 국내 IT업계의 얼리어답터이자 상품시장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오피니언리더로서 널리 알려졌는데, 이 같은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0년 넘게 IT업계에서 일을 하고 배운 노하우들을 업계에 공유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명하게 되었고, 첫 번째 서적 역시 말 그대로 초대박을 치며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였어요. 그리고 IT 리뷰 등으로 사람들에게 UX 등 연구한 것에 대해서 공유하기도 했지만, 아이패드 미니 1호 구매자, 애플워치 1호 구매자, 아이폰 1호 구매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1호로 구매한 이력이 있다 보니 더욱더 주목받게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IT 전문가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누구든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중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고 자신의 전문성을 포기하는 것이 맞을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한 분야만 열심히 하는 T자형 인재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것들을 열심히 파면서 진행하면 T자형이 아닌 ㅠㅠㅠ자형 인재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여러분들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노하우가 분명 형성될 거예요. 그 노하우를 반드시 주변과 공유하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나만 알고 있는 노하우는 노하우가 아니에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그 참된 성장이 목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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