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2천만 원씩 적자나던 음식점이 지역 대표 맛집으로 

사업가들에게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대답은 딱 한 가지다. 매출이 안 나오고 적자가 날 때다는 답이다. 인력문제, 화재, 천재지변 등 어떤 리스크도 매출만 잘 나오고 손익이 우수하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큰돈을 들여서 창업을 했는데 한 달에 2000만 원 넘게 적자가 난다면? 한두 달도 아니고 1년 넘게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부분의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중도포기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지역 맛집으로 자리 잡은 골목 상권 사업가가 있다.

지난 2011년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서  돼지국밥 맛집 ‘정짓간’을 운영하는 부재일 대표다. 정짓간은 현재 부산 지역 대표 맛집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창업 초기에는 월 수천만 원씩 적자가 나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1년 넘게 계속된 적자를 극복하고 성공한 비결은 뭘까?

- 어려운 시기 극복하고 지역 맛집으로 성장
- 의사 결정권 가지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부산에서 ‘정짓간’을  창업한 부재일 사장은 원래 인테리어 사업을 했다. 젊은 시절 인테리어 회사에 근무하다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본인이 직접 인테리어 회사를 창업했다. 그런데 인테리어 사업은 고달팠다. 일은 재미있었지만 접대 문제, 갑질, 거래처 부도에 따른 연쇄 부도 우려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 막연한 생각이 사업 밑천으로

평소 맛집을 방문하면서 나도 외부 거래처에 의존하지 않고 100년 가는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 바람 때문에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투잡으로 서울에서 돼지고깃집도 오픈해 봤고 성공한 경험도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부산 지역에서 160평짜리 음식점 매물을 만났다. 고깃집을 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컸다. 평소 국밥을 좋아하던 터라 단골로 방문하던 유명 맛집이 생각났다. 그곳을 방문해 5000만 원을 주고 노하우 전수를 제공받아 창업했다. 워낙 유명한 맛집에서 노하우 전수를 받았던 터라 이제는 성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문만 열면 손님이 미어터질 줄 알았다.

지인 2명과 공동투자로 8억 원 가까이 투자를 해서 매장을 열었다.
그런데 오픈만 하면 손님이 밀려들 줄 알았던 기대는 첫 달부터 깨졌다 매출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매장 규모가 크고 고정비 비중이 높다 보니 첫 달부터 적자가 만만치 않았다.

전체 투자비의 70%를 투자한 부재일 사장은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인테리어에서 번 돈으로 적자를 메꿨지만 각각 15%씩 투자해 투자 비중이 낮은 다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매장 적자와 운영에 관심이 덜했다. 1년 넘게 매달 2000~3000만 원씩 적자가 나자 부재일 사장은 투잡 운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적자 원인부터 분석했다. 매출이 많이 올라도 고정비율이 높아서 웬만큼 높은 매출이 아니고는 손익을 맞추기 어려웠다. 둘째, 동업형태로 투자자들이 매장에 없이 직원에게만 운영을 맡겨두다 보니 품질 서비스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세 번째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시 문을 연지 1년이 되어갈 무렵 메르스까지 터졌다. 인근 국밥집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다 보니 매출은 급락했다. 네 번째 높은 원가였다. 노하우 전수를 받았지만 거의 모든 양념을 본점에서 공급받았는데 원가가 너무 높아 남는 게 없었다.

적자 탈출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동업자 지분 정리였다. 매장을 살리려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사건건 동업자와 협의하고 보고하며 결정하려면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판단했다. 기왕 책임을 지려면 적자부터 전부 책임지는 게 오히려 편했다.

둘째 인테리어 사업을 직원에게 맡기고 본인이 직접 매장 운영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함께 해야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셋째 식당 규모를 줄여서 고정비 부담을 낮췄다. 160평 170석 중 30평은 재임대를 주고 130평 90석 규모로 만들었다. 너무 넓고 휑한 것보다 매장 규모를 줄이자 오히려 웨이팅이 걸리기 시작했다. 매장 분위기도 훨씬 아늑해졌다.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될 거라는 기대만 갖고 매장을 너무 크게 한 것이 문제 중 하나였다.

넷째, 품질과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정짓간은 매장에서 직접 육수를 만든다. 요즘은 대부분의 국밥집이 액상 수프를 사용하는데 육수를 직접 만드는 일은 여간한 수고와 노력이 따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100년 가는 음식점이 되려면 그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매장에서 직접 담그는 김치,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만두 등 어느 메뉴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덕분에 정짓간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모든 메뉴가 최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섯째 새로운 메뉴도 개발했다. 파삼겹 메뉴를 도입했는데 인근 회사원,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큰 인기다. 색다른 시그니처 메뉴로 화제가 되면서 돼지국밥 매출을 보완해주고 있다. 보쌈과 막국수도 인기다.

일곱째 독립할 준비를 했다. 양념소스 공급 가격이 비싼 것도 이익률이 낮은 주요 원인이라 판단해 직접 맛을 연구하고 개발해서 자체적인 양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일곱째, 고객들과 크고 작은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정짓간은 홀직원 1명당 무조건 하루에 한 고객에게 만두를 서비스하는 이벤트를 한다. 직원들이 서비스에 대한 자율권을 가지고 고마운 분, 새로 오신 분, 노인동반 고객 등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수제 만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 고객들은 도장을 열 번 찍으면 수제 만두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매장 실내외 연출에도 신경을 쓴다. 맛만 좋은 음식점이 아니고  모든 환경에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매장을 꾸미고 관리한다.

여덟째,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밀키트를 개발해서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서 판매도 한다. 돼지국밥, 순대국밥 등을 멀리서도 배송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단골들은 멀리 이사를 가도 온라인을 통해서 정짓간 육수를 맛볼 수 있다.

- 단단한 각오로부터 하나씩 실천

이런 꾸준한 노력 덕분에 정짓간은 적자를 극복하고 연 3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지역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밀키트를 개발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이제는 전국적인 맛집으로 발돋움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등록해 새로운 성장을 위한 공부도 시작했다.

이 모든 노력이 적자를 극복하고 지역 맛집으로 자리잡는데 도움이 됐지만 가장 큰 비결은 ‘반드시 100년 음식점을 만들겠다’는 부재일 사장의 의지였다. 단단한 각오가 있었기에 적자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실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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