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800명 중 ‘안전사고 경험했다’ 55%
우정사업본부 “4년간 총 3131명 증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우체국 집배원들이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고강도 노동과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 집배원들의 산업재해율이 소방관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지며, 업무 가중 완화와 안전 보장 확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4년간 3000여 명의 집배원을 증원하며 근로환경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쌓인 택배. [뉴시스]
쌓인 택배. [뉴시스]

우체국 집배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노동자 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우체국본부)는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집배원들이 쓰지 못하고 저축한 연가는 공무원 중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광완 우체국본부 위원장은 “휴가를 하루 가면 15일 동안 ‘겸배’를 해야 하는 관행 때문에 집배원은 여름 휴가가 반갑지 않다”라고 말했다. ‘겸배’란 동료 집배원이 휴가로 자리를 비울 때 다른 구성원이 업무를 메꾸는 관행이다.

우체국 집배원, 저축 연가 17만6572일

지난해 집배원들이 저축한 연가는 1인당 평균 9.6일. 노조는 총 17만6572일의 연가가 사용되지 못했다고 추정했다. 이런 고강도 노동으로 집배원은 어려운 업무 난이도를 가진 소방관보다 산업재해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7년 집배원 산재율은 1.62%로 소방관의 1.08%보다 높았다. 같은 해 전체 산업 평균 산재율인 0.49%와 비교하면 4배 수준인 것이다. 과다한 업무량과 더불어 기존 집배 구역과 다른 낯선 곳을 배송해야 하는 ‘겸배’의 경우 사고 위험성도 높다.

지난해 노조가 전국 집배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1800여 명 중 겸배 업무 시 ‘빠르게 배달’,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 등의 이유로 ‘평소보다 서두른다’라고 답한 집배원이 99%, ‘안전사고를 경험했다’라고 답한 집배원이 55%였다.

우정사업본부 “근로환경 개선 위해 노력”

노조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집배원 저축연가일수는 1인 평균 9.6일, 전체 집배원 1만8393명을 적용하면 총 17만6572일이다. 약 720명이 충원돼야 하는 업무를 겸배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의 노조의 주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집배원 유고 시 업무대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22년 집배원 유고율 5.0%보다 많은 6.75%의 예비인력 1000여 명과 집배실장 등 300여 명의 지원인력을 확보했다”라며 “노조의 주장 대로 겸배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편물 배달물량이 18년 36억 통에서 22년 29억 통으로 23.6%인 7억 통 감소했음에도 집배원 노동강도 경감을 위해 집배 인력을 18년 초 1만9149명에서 22년 2만2280명으로 16.4%인 3131명 증원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이런 증원 등의 방식을 통해 차근차근 근로환경을 개선 중”이라며 “단계과정을 꾸준히 밟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노사 간의 주장이 상이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집배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양측의 합의점이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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