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뜨거운 차’보다 낮은 ‘발암 가능 물질’
노봉수 교수 “유해 물질 유무보다 섭취량이 중요”

타격을 입은 제로슈거 제품. [뉴시스]
타격을 입은 제로슈거 제품.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칼로리는 거의 없지만, 단맛을 내는 식품들. 이른바 ‘제로 슈거’ 열풍이 최근 공포감으로 뒤바뀌었다. 핵심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햄·소시지’ 등 이미 일상에서 자주 섭취하는 가공육은 이미 제일 높은 1군에 속한다.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했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달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어 주로 ‘제로’ 등이 붙은 가공식품에 첨가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결론적으로 발암물질인 것이냐,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냐”라며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은 “먹어도 된다”로 요약된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9년 기준 아스파탐 섭취량이 평균 일일섭취허용량의 0.12%에 불과하다.

허용량을 초과하기 위해서는 체중 60kg 성인이 250ml 다이어트 콜라를 매일 55캔 마셔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IARC의 ‘발암 가능 물질’ 기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IARC는 암 유발 여부와 정도에 따라 물질을 5개군으로 나눈다.

발암 가능 물질? 1군과 2B군?

인체와 동물실험을 통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면 1군, 인체에서는 발암 가능성 근거가 부족하지만, 동물실험 결과에서 유의미한 증거가 나오면 2A군이다. 아스파탐이 해당된 2B군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인체 및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WHO 기준에 따르면 이미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1군에 해당하는 ‘발암 가능 물질’을 접하고 있다. 1군에는 술과 담배, 자외선, 소시지·햄 등 가공육이 포함된다. 2A군에는 붉은 고기, 뜨거운 차, 튀김 등이 있으며 아스파탐과 같은 2B군에는 김치 같은 절임 채소, 전자파, 나프탈렌 등이 해당된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지나친 공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스파탐과 같은 2B군이 반드시 암을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섭취가 문제가 될 수는 있으나 일상적인 음용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유해성보다 섭취량에 집중해야”

노봉수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얘기하면, 우리가 유해성 유무에는 관심이 있지만, 양에는 관심이 없다”라며 “이런 이슈가 나왔을 때는 얼마만큼 먹어야 유해하냐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봐야 된다”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막걸리의 경우 30여 병을 매일 먹어야 암을 유발할까 말까 하다”라며 “IARC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구분해서 발표한 것이지, 인체에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발암 가능 물질 아스파탐’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며, 소비자들과 식품업계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우려할 만한 양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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