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코드의 원형인 마고(麻姑) 코드는 천·지·인 삼신일체라는 생명 코드이다. 마고의 ‘마(Ma)’는 어머니, 엄마, 어멈 등의 뜻으로 영어의 mother, mom, mama, 수메르어의 우뭄(umum), 고타마 싯다르타의 어머니 마야(Maya)부인, 성모 마리아(Mary), 러시아의 토속인형 마툐르시카, 일본의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 마야(Maya)문명, 마고 삼신을 모시는 베트남의 토속종교 모교(母敎), 마고 삼신을 의미하는 마을 어귀 ‘솟대에 앉은 오리[鳥] 세 마리’, 『우파니샤드』에서 우주만물과 유일신 브라흐마의 합일을 나타낸 불멸의 음성 ‘옴(OM: 어머니·엄마를 뜻하는 옴마·오마니·오마이 등의 축약어)’, 이들 모두 마고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신(三神)은 본래 천·지·인 셋을 말하는 것이지만, 삼신일체의 천도(天道)를 체현한 마고·궁희·소희(궁희·소희는 마고의 딸들)를 일컬어 마고 삼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고의 삼신사상은 우주 ‘한생명’을 표징하는 천·지·인 삼신일체의 생명사상이며, 미혹함을 풀어 참본성을 회복하는 ‘해혹복본(解惑復本)’의 사상이다. 마고의 삼신사상에서 복본을 강조한 것은 참본성을 회복하면 일체의 이원성에서 벗어나 조화세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은 마고 문화를 상징하는 숫자이다. 삼신사상의 잔영을 보여주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중국 발해만 동쪽에 있다는 봉래산·방장산·영주산의 삼신산, 우리나라 금강산·지리산·한라산의 삼신산이란 지명은 모두 삼신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삼신으로부터 받은 세 가지 참됨, 즉 성(性)·명(命)·정(精), 천·지·인의 상생 조화를 나타낸 삼태극(三太極), 배달국의 삼랑(三郎 또는 三神侍從之郞: 천·지·인 삼신을 섬기는 화랑), 단군조선의 삼한관경제(三韓管境制: 진한·번한·마한), 고구려의 삼족오(三足烏), 백제의 삼족배(三足杯), 천부인(天符印) 3개, 고려의 삼경(三京) 제도, 원방각(圓方角), 삼짇날(음력 3월 3일), 삼우제(三虞祭), 삼세번, 33천(天)인 도리천(忉利天), 3·1운동 민족대표 33인, 33번의 제야(除夜)의 타종의식 등은 모두 마고의 삼신사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삼신사상은 불교의 삼신불, 기독교의 삼위일체, 힌두교의 트리무르티(Trimurti: 삼신일체 또는 삼위일체), 무극·태극·황극의 삼극(三極)과 동학의 내유신령·외유기화·각지불이의 삼원 구조에 근본적인 설계원리를 제공했다.

마고 문화의 자취는 동아시아 전역은 물론 세계 도처에 남아 있다. 세계 4대 문명으로 일컬어지는 황하문명, 인더스문명, 메소포타미아(수메르)문명, 이집트문명과 그 후에 나타난 마야문명, 아스텍(아즈텍)문명, 잉카문명이 신화와 전설, 민속과 신앙 등에 있어 많은 공통점이 있으며 이들 문화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문헌학적·고고학적·문화인류학적·민속학적·언어학적·천문학적 연구 등을 통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어 그 원형이 바로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한 마고성과 거기서 비롯된 후속 문화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하북성 창주의 마고성, 강서성 남성현의 마고산, 요녕성 금주시의 마고상(像), 마고에서 유래한 마카오라는 지명(마카오에도 마고像이 있음), 『장자』 제1 소요유 편에 나오는 막고야산(藐姑射山), 캄차카반도의 마고야산(麻姑射山), 『산해경』에 나오는 고야국(姑射國) 등에서 마고 문화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마고와 관련된 이름은 특히 한반도에 많이 분포해 있다. 남제에서 부르던 백제의 다른 이름 고마(固麻), 『고려사』 충혜왕 후(後)5년(1344) 정월조 기록에 나오는 ‘마고의 나라(麻姑之那)’, 지리산 산신으로 일컬어지는 마고할미, 지리산 천왕봉 성모상과 노고단(老姑壇), 경북 영해의 마고산과 문경의 마고산성, 삼신산이 있는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제주도의 옛 지명 영주(瀛州), 북두칠성이 손에 잡힐 듯한 곳에 마고 선인이 산다 하여 이름 지어진 포항시 북구 죽장면 두마리(斗麻里), 경남 밀양시 천태산의 마고할매당, 대전 동구의 노고산성, 경기도 용인의 마고산성, 경기도 부천시와 강화도의 노고산, 서울 마포구의 노고산, 황해도 신평군의 노고산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마고의 삼신사상이 널리 전파된 것은 마고성이 위치한 파미르고원 일대가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핵심지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미르고원은 동쪽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이어지고, 동북으로는 천산산맥과 알타이산맥이 이어지며, 동남으로는 곤륜산맥과 히말라야산맥 그리고 티베트고원을 통하여 중국·인도 대륙과 접하고, 서남으로는 술라이만산맥과 이란고원을 통하여 메소포타미아와 연결되며, 서북쪽으로는 아랄해와 카스피해에 이른다. 파미르고원 동쪽에는 운해주(중원지역), 서쪽에는 월식주(중근동 지역), 남쪽에는 성생주(인도 및 동남아 지역), 북쪽에는 천산주(천산산맥 지역)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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