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악어. 피도 눈물도 없는 악어를 만난 기분이 든다. 악어는 제가 죽인 먹이를 먹으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나 도지사란 사람은 눈물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땅의 권력자들은 애꿎게 죽은 사람들이 불쌍하기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더 민감하다. 그렇다 보니 변명하기 급급하다. 책임지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폭우 피해로 나라 곳곳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지하차도는 물에 잠기고, 산이 무너져 마을을 덮쳤다. 전국에서 40명 넘는 사람들이 희생됐다. 일부는 아직 시신도 못 찾고 있다. 그 시신을 찾겠다고 나섰던 젊은 해병마저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자연이 불러온 천재지변에 무기력했다.

전국에 물난리가 난 시간에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은 해외에 있었다. 해외 순방 일정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국내의 재난보다 국외에서 남의 나라 전쟁통으로 뛰어든 대통령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라고 했다.

한술 더 뜬 사람도 있었다. 충북도지사는 한두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했고, 자신이 현장에 일찍 갔다고 바뀔 것은 없다라고 했다. 158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똑같았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기록적인 폭우로 귀한 생명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을 최우선 덕목으로 해야 할 정치인, 권력자들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생명과 안전을 맡겨야 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이번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고를 당한 당사자일까? 경계를 게을리한 실무공무원일까? 현장에 출동해서 교통 통제를 하지 않은 경찰일까? 그 지역의 행정을 총괄하는 시장, 도지사일까? 이 나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은 대통령과 주요 정당들일까? 아마도, 실무공무원과 경찰이 가장 책임지게 될 것 같다.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고, 말단의 책임을 묻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공무원들은 일을 안 할 것이다. 책임을 질 일을 만들지 않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책임질 일을 맡지 않는 것이다. 재난안전 관련 부서는 기피부서가 될 것이다. 안 가면 되고, 어쩔 수 없이 가게 된다면 일을 만들지 않아 책임질 일을 안 만들려 할 것이다.

상황을 바꿀 수 없고, 바꿀 의지도 없다면 그 자리에 없어도 될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앉은 자리가 책임지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2007, 태안에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대통령이던 노무현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책임은 내가 집니다그가 현장에서 수습 중이던 공무원들을 북돋우며 전한 유일한 메시지였다. 우리는 후퇴하고 있다.

<이무진 보좌관>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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