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청, 2021년 교사 소송비 지원, 단 10건
교원단체 “교육부 장관 비판 및 세부 지침 요구”

진상규명 대책 촉구 집회. [뉴시스]
진상규명 대책 촉구 집회.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 서초구에 있는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교사들은 그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치는 강화됐지만, 교사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입을 모으고 있다. 이어 극단적 사건을 야기한 학생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돼왔다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교원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운데, 교육부는 사태수습에 나섰다.

최근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양천구 모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 A씨가 지난달 30일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당시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고 바닥에 내리꽂히는 등 폭행과 동시에 욕설을 들었다며 인터넷에 상황을 알렸다.

지난 18일에는 서초구 모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B씨가 지난해 발령받은 2년차 신규교사라는 사실이 동시에 알려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인터넷상에서는 B씨가 학생들의 다툼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이른바 ‘학부모 갑질’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폭행’과 ‘학부모 갑질’ 논란, 들끓는 교직사회

폭행과 학부모 갑질 이에 따른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며, 교직사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권추락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돼왔지만, 교육당국의 미흡한 대처가 반복돼 현재까지 이르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부 학생·학부모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고발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어 사망 원인에 대한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교사 B씨가 사망한 서초구 모 초등학교 교장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에 대해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어린 위로를 건넨다”라고 말하며 B씨의 ‘담당 업무가 학교폭력이었는가’, ‘정치인 가족이 연루됐는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교장은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에 있지만,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사실 확인 없이 떠돌고 있다”라며 “부정확한 내용들은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지 못하게 하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바로잡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교육활동 침해 사례 늘어, 2021년 소송비 지원 단 10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육활동 침해로 피해를 본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을 위한 교원치유지원센터(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관련 교사의 소송비를 지원한 횟수는 단 10건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육활동 침해 교원에게 소송비를 지원한 건수를 합산하면 27건에 불과했다. 연 평균 7건의 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나아가 경북, 광주, 부산, 세종, 울산, 인천, 전남, 전북, 충남 등 9개 교육청은 5년 동안 교육활동 침해 교원의 소송을 단 한 건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원지위법에서 정한 ‘교육활동 침해’의 의미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피해’를 의미한다. 이에 피해회복 등을 위한 교사의 소송비용은 국가(교육 당국)가 부담하게 돼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는 2109건이었다. 2021년 동안 17개 시도교육청이 지원한 상담 및 치료비 총액은 6억2607만 원으로 교원 1인에게 심리상담 및 치료를 위한 10회 상담 기준 금액 100만 원을 지원했다고 가정해도 630명 즉, 30%에 불과하다.

교육부 “대책 마련하겠다”, “교육계에 대한 도전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사 B씨가 숨진 서초구 모 초등학교를 방문해 교권 침해 문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학교 현장에서 학습권이나 학생 인권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선생님들이 위축되고 아동학대 신고로도 많은 민원을 제기받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인권이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라며 “학부모님들도 문제 제기나 민원을 정당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인식이나 문화도 같이 개선해나가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 ‘심각한 교권침해가 원인이 됐던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교육계에 중대한 도전이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20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간담회에 참석해 “교육부는 그동안 교권확립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최근 사안들은 우리 사회가 학생 인권과 학습권 보장에 비해 교사의 권리 보호와 학생 지도 권한을 균형 있게 확립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전교조 “이주호 장관 발언, 문제”, 교총 “교육부 세부 지침 요구”

전교조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학교에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나 기구가 필요하다”라며 “이주호 장관의 ‘인권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라는 엉뚱한 발언은 문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교육부에 실질적인 세부 지침들을 빨리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야가 각각 발표했지만,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서둘러 통과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연맹)은 교권 보호를 위한 신속한 입법 처리를 호소했다. 교사연맹은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몰고 가는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은 교육으로써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회에는 수백 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어 여야가 발의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라며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교육계는 잇따른 사건·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펼쳐져야 함과 동시에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행정부와 입법부의 확실한 대처와 향후 예방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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