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총력 방어 나선 현정은 회장, 돌파구 마련 고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다국적 승강기 기업 쉰들러홀딩아게(이하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이면서 10여 년간 현대엘리베이터그룹 경영권에 적대적 행보를 보였던 만큼 이번 행보도 경영권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쉰들러가 주가 하락을 통해 다른 투자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트 회장 겸 현대그룹 회장의 대응력이 주목받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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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2차례에 걸쳐 총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4만8807주를 매각하며 지분율을 16.5%에서 15.8%로 낮췄다. 한 주당 4만3000원 선에서 거래돼 약 38억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산된다.

쉰들러는 앞으로도 지분을 계속 팔아 10%대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하루 거래량이 10만 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쉰들러 지분 매각은 주가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직접 건드린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처음으로 매각 배경에 대해 재계 이목이 쏠렸다. 쉰들러는 투자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으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또 흔든다

쉰들러는 지난 20년간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
쉰들러는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지난 4월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결국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또한 쉰들러는 2006년 KCC와 울산화학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는데, 2010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자, 승강기 사업을 넘기면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현 회장이 이를 거절하자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바 있다.

- 현 회장, 지분율 늘리고 주가 올리고

이번에도 현 회장의 대응력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쉰들러의 야욕에 대항해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으로 반격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6일 3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신탁 기관은 한국투자증권으로 내년 1월 5일까지 6개월간 운용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이번 자사주 취득에 대해 "2대 주주 쉰들러의 계속된 주식 매도에 대한 소액주주 보호 및 주가 안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 취득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선 지난 5월에도 11월까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히며, 현재까지 235만 4981주를 확보했다.

이번 자사주 확보로 최대 주주인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도 확대된다. 4월 13일 기준 현 회장의 보유 지분율은 26.57%였지만, 이번 자사주 취득을 통해 실질 지배력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현 회장의 자사주 확보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하락은 곧 현 회장의 경영권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자사주 취득을 활용한 주가 방어와 지분율 확대를 통해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한편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노리는 배경에는 매력적인 국내 승강기 시장이 있다. 국내 승강기 시장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글로벌 3위의 내수시장을 갖췄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내수시장 40%를 점유한 국내 1위 업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매출 2조 1293억 원 가운데 승강기 설치 및 유지·보수 등 엘리베이터사업부 매출만 1조 9296억 원으로 90.6%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사업부 매출의 80%는 내수시장 매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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