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지선 승리 여세 이어질지 여부가 관건...여야 초박빙 구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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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22대 총선시계가 빨라졌다. 대전‧충남권은 역대 전국구 선거에서 최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담당했던 지역으로, 여야 격전지이자 전국 민심의 축소판으로도 손꼽히는 지역이다. 충청도는 특정 정당에 대한 몰표가 나오는 일이 드물고, 현안에 따라 양당 지지율이 요동치는 지역이다보니 ‘충청 표심=중도 민심’이라는 여의도 공식이 정착됐을 정도다. 다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전은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 등으로 이러한 전통적 패턴을 깨고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쥐어줬다. 이 밖에 충남권은 대체로 여야간 팽팽한 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저마다 접전이 예상되는 대전‧충남 선거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략 인선’에 골몰하고 있다.

대전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이 7개 선거구를 모두 가져갔다. 내년 총선은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당정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만큼, 국민의힘으로선 캐스팅 보트로서 상징성이 큰 대전을 반드시 수복해야 하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 선거에서 대전 선거구를 몇 석까지 수성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아울러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석 지분도 ‘18 대 4’로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으로 대전 정치지형이 어떻게 뒤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지선 승리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대전에서 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인 데 반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리스크를 매개로 현지 민심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허태정 전 대전시장 [뉴시스]
허태정 전 대전시장 [뉴시스]

‘민주 7석’ 대전, 與 대선‧지선 승리 여세에 변동성 커  

우선 대전의 ‘정치 1번지’인 중구는 전·현직 의원의 리턴매치가 주요 관전포인트로 지목된다. 지난 총선에서 황운하 민주당 의원에게 2.13%포인트라는 극세사 격차로 석패한 국민의힘 소속 이은권 전 의원이 절치부심하며 지역구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지역구 텃밭을 관리해 온 만큼, 중앙당에서도 차기 총선 카드로 유력하게 지목되는 인물이다. 반면 ‘검찰개혁’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황 의원은 중앙‧지방 정치권에서 꾸준히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현역 프리미엄’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대전 서구을은 내년 총선에서 가장 표심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다.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과반 표심을 확보하며 뚜렷한 우세를 보였기 때문. 민주당 3선 중진 현역인 박범계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여당의 기세가 만만찮아 지역구 수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박 의원 대신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박 의원의 대항마로 국민의힘 양홍규 당협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전 유성구갑은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구청장을 지켜낸 선거구로, 내년 총선에서도 야당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역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의 3선 도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진동규 전 유성구청장과 박성효 전 대전시장 등이 재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유성구을의 경우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당 지도부를 겨냥해 분당(分黨)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잇따라 쓴소리를 내면서 내부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실 수 있어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렇다 보니 지역정가에선 유성구청장을 지냈고 고정 지지층이 두터운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유력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선 유성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과 국민의당 출신인 신용현 전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민주 강세 지역인 유성구을의 진입장벽을 넘기엔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엄존한다. 이에 대통령실‧정부 출신 등 친윤(친윤석열) 인사가 차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 [뉴시스]
박완주 무소속 의원 [뉴시스]

충남, 여야 점유구도 반반 속 초박빙 승부 전망    

충남은 내년 총선에서 여야 힘싸움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관측되는 지역구다. 역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몰표를 내준 사례가 전무한 만큼, 전국적으로 표심 향배를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선거구로 꼽힌다. 

충남의 ‘정치 1번지’ 천안갑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 지역구로, 국민의힘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맞수로 내세울 경우 리턴매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의 원류 최측근 출신인 문 의원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문 의원으로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불과 1.4%(1328표)포인트 차이로 진땀승부를 펼쳐야 했던 신 차관이 결코 녹록치 않다. 현재 여당에서도 천안갑의 경우 ‘신 차관 만한 후보가 없다’는 게 내부 중평인 만큼, 올 하반기 중에는 정부 직을 내려놓고 지역구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후문이다.

천안을은 지역구 현역인 3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최근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내년 총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해당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일찌감치 제명된 박 의원은 복당은 물론, 출마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면서다. 박 의원은 재판에 넘겨진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으로 명예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닫혔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에 현재 민주당에선 박 의원의 공백을 메울 대체재로 이규희 천안을 당협위원장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반면 박 의원의 궤도 이탈로 활로가 트인 국민의힘에선 검사 출신인 이정만 천안을 당협위원장의 총선 재도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신진영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이 위원장에 앞서 천안을 지역구 관리를 맡은 이력을 앞세워 총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주‧부여‧청양은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의 재선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정 의원과 과거 총선에서 두 차례에 걸쳐 맞붙은 이력이 있는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보령‧서천은 지난 6.1 보궐선거로 지역구에 입성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깃발을 꽂고 있다. 민주당에선 나소열 보령서천 지역위원장이 대항마 카드로 거론되나, 서천보다 인구가 두 배가량 많은 보령 출신인 장 의원의 우세가 점쳐진다.

홍성·예산은 4선 중진인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선거구로 보수 우세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해당 선거구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관전포인트다. 지역구 현역인 홍 의원과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제2의 정치인생을 걷고 있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일찌감치 물밑 경쟁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내포신도시로 청년층 인구가 대거 유입되는 등 현지 여건이 급변하고 있어 민주당이 탈환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곳이 홍성‧예산이다. 이런 가운데 김학민 전 홍성예산지역위원장이 민주당 공천 1순위로 거론된다.  

이 밖에 서산‧태안과 논산·계룡·금산은 각각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민주당 의원 등 중량감 있는 현역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 큰 이변이 없다면 여야 현역 의원들의 재선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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