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박지양 변호사]

지역주택조합사업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주택에 대한 사전 공동구매’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1987년에 도입된 제도로서 40년에 가까운 역사가 있다. 조합이 주체가 되어 토지를 확보하고 주택을 건설하므로 조합원은 청약 경쟁 없이 자신이 직접 고른 신축 주택을 염가에 공급받을 수 있다.

주거 불안정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다. 해당 구역의 원주민이나 토지소유자라면 절호의 투자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 여기에 대형 금융사와 MOU를 체결하였다는 내용이나 시공예정사의 고급 브랜드 로고까지 현수막에 내걸리면 홍보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기 어렵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것도 사실이다. 사업의 성공률 자체가 무척 저조하고, 손실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 안기 때문이다. ‘원수에게 추천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업성공률이 저조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역시 토지확보율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기본적으로 남의 땅에 건물을 올리는 것이다.

사업의 구조 자체가 원죄처럼 분쟁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공익적 목적으로 자기 땅에 시행되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사업성이나 조합원 보호의 법적인 강도 또한 비교가 불가하다. 정부가 지난 2020년 지역주택조합사업 관련 주택법령을 개정하면서, 사업 대상 토지의 80% 이상 사용동의를 요구했던 기존 요건에서 15% 이상에 대한 소유권까지 확보해야 조합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은 이러한 토지확보율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지역주택조합사업 제도의 폐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소송실무적으로는 지역주택조합사업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틀부터 살펴 보면, 대법원은 조합원 가입계약의 취소나 해지를 인정함에 있어 엄격한 편이다. 단순 변심으로 인한 해지는 약정상 거의 인정될 여지가 없고, 민법상 취소사유의 요건도 철저하게 갖추도록 요구된다. 법리적으로는 지당하다. 법원이 당사자에게 법적 요건을 갖추어 효과를 주장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도가 유지되는 한 법원은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필요도 있다. 제도를 신뢰하고 있는 다른 조합원들 역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이 ‘공동구매’의 방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므로 변심으로 인한 가입계약의 해지를 쉽게 인정하였다가는 제도 자체의 존폐를 개개인의 심중에 맡기게 된다. 조합원 가입계약 해지・취소와 관련한 대법원의 엄격한 기조에 논리적으로 빈 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이 실패했을 때의 납입금 회수도 판결로 보호될 여지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조합원을 사실상 투자자에 가깝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실패 하였다고 법원이 손실금을 보전해줄 수는 없다는 논리와 유사하게 조합원의 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 법리적으로는 정당하나, 제도의 미비점으로 인해 고통받는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서운하기 짝이 없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제도적 취지 또한 오히려 위협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조합원 예정자는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먼저, 현혹되지 말아야 할 홍보들이 있다. 물론 건실한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제외한 몇몇 악덕 조합들과 업무대행사의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조합원과 조합 측을 모두 대리하며 실제로 경험한 사례들 중 가장 주의해야할 것들을 선별하여 소개한다.

①100% 안심보장조항을 조심해야 한다. 업무대행사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계약체결 후 1개월 내 단순변심에 따른 계약해지를 인정하며, 이 경우 납입금을 100% 환불한다’는 취지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조합원 예정자는 이 조항을 보고 일단 로얄층과 프리미엄 혜택(주로 발코니 확장, 빌트인 가구, 고급 가전제품 등이 제시된다)을 선점하되, 한 달 동안 생각해볼 여유가 있다고 받아 들인다. 그렇지 않다. 일단 동・호수의 지정부터 불확정적이다.

현실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담보될 수 없는 사항으로서, 계약체결을 확신하기도 전에 선점하고 볼만큼 가치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악랄한 점은 환불의 방식이다. ‘계약명의자 변경을 통해’ 환불을 해주겠다고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다면 특단의 주의를 해야 한다. 명의변경 방식의 환불이라는 것은 ‘계약자가 선택한 동・호수와 계약조건을 동일하게 인수하는 후임 계약자’로 명의를 변경한 뒤 그 후임 계약자가 지급한 납입금으로 환불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이 영영 나타나지 않는다면 환불은 불가하고, 대체로 나타나지 않는다. 신규계약자 입장에서 굳이 타인이 체결한 계약을 인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합 측 또한 신규계약을 체결하여 이윤을 얻고 싶어하지, 힘들게 유인한 계약자를 기존 계약에 대체하려 들지 않는다. 1+1과 1-1의 상황에서 조합 측이 택할 선택지는 명백하다. 결국 명의변경 방식으로 100% 환불이란 문구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절대적이다. <다음호에 이어서>

< 박지양 변호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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