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현장 복귀 누구보다 원해
인력부족, 불법 의료 문제 심각...피해는 환자에게 고스란히

부산대병원 노동조합 제공/최은아 기자
부산대병원 노동조합 제공/최은아 기자
부산대병원 노동조합 제공/최은아 기자
부산대병원 노동조합 제공/최은아 기자

[일요서울ㅣ부산 최은아 기자] 7월 13일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민과 환자들이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이틀만의 노조 파업 철회로 정국이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부산대병원, 아주대병원, 고대의료원 등 9곳 지부의 개별적 파업으로 13일째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로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병원과 노조 양측의 대립으로 팽팽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파업 사태는 의료계의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그로 인한 업무과중, 숙련 인력의 부족,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 등을 노조는 지적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노조의 주장은 한결같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과중에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이로 인한 불법의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정감사 지표에 의하면 부산대병원의 경우, 입사 후 2년 안에 퇴사할 확률이 65%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신규 간호사 10명 중 약 7명이 퇴사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료 인력의 부족은 의도치 않은 불법의료, 대리처방을 야기하고 있다. 외과 의사가 수술로 자리를 비워 처방을 넣지 못하는 경우, 이를 간호사가 대신하도록 지시하는 일명 ‘대리처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상 처방권이나 진단서를 끊는 작성권의 모든 권한은 전적으로 의사에게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 필요한 약의 용량보다 더 많거나, 적은 양을 처방받게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가 응급, 시술, 수술 등 긴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리로 처방하는 간호사의 비율이 73.4%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과에서는 아예 의사의 비밀번호를 통일해 공유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간호사 조합원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 간호사들의 휴대폰에는 차마 보기에도 민망한 환자들의 신체부위나 변 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의사가 간호사에게 대리로 지시해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병원의 업무 실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간호사는 “복지부에서는 환자의 진찰과 처방은 의사가 직접하라고 하지만, 환자의 상태와 개인 정보 등은 간호사가 문자를 통해 의사에게 보내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환자 이송을 맡고 있는 한 원무직 조합원은 “한 개의 병동에 원무직 인력이 1명만 배정되어 있는데, 주말 같은 경우 6개의 병동을 원무직원 한 명이 다 봐야 한다”며 “신속한 환자 이송과 환자의 대기시간 감소를 위해서 인력 증원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라고 주장했다.  

부산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의 업무 실태가 인력부족 등으로 이렇듯 만성적으로 뒤죽박죽 운영되고 있는데도, 지금 언론에서는 파업의 쟁점을 정규직 직접고용 전환 문제로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현재 원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하나의 동일 선상에 있는 문제로 본다”며 “비정규직 문제도 이번 협상에서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대병원 노조의 파업이 그 끝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환자와 시민들의 불안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파업이 쉬이 끝이 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지난 2017년부터 불거진 노사의 해묵은 갈등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하지만, 부산대병원 노동조합 안상순 부지부장은 “시민과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사측과의 협의점을 찾아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부산대병원 노조 안상순 부지부장과 노사가 서로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 도출과 함께 그 해결점은 무엇인가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Q. 파업에 동원된 인원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그 규모는 대략 어떻게 되는지, 또 의사 인력의 충원이 시급해보이던데 의사가 파업에 제외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전체 조합원들이 모두 참석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철도, 가스, 전기처럼 필수 공익사업장인 까닭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 유지 부서가 있기 마련이지요.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응급실, 중환자실과 같은 필수 유지 부서에 소속된 인원과 나이트번, 나이트오프라 불리면서 교대 근무에 들어가시는 분들을 제외한 전체 조합원 4500명 중 300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조합원 대상자가 아닙니다. 교수, 레지던트, 인턴은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건직이라 불리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와 원무기술직을 포함한 원무직, 행정직, 시설직, 전산직 등의 직종을 일반직이라고 하는데 일반직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노사 대립의 쟁점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사측과 갈등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력입니다. 엄청나게 힘든 업무 로딩이 있고, 현장에서는 인원이 부족하다고 매일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 잡고자 하는 것입니다. 현장 직원들은 모두 과도한 업무로 인해 과로와 탈진, 사직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규 직원의 경우에는 채용 후 1년 이내 퇴사하는 퇴사율이 45%나 되고, 2년 이내 퇴사율은 65%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통계상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바가 시사하고 있는 점은 숙련된 인원의 부족을 이야기합니다. 그마저 남아있는 숙련공에게 전부 과중 업무로 돌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악순환 속에 저희가 공분을 사는 것은 이렇게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처우가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인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자기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일은 이러한 인력 부족이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불법의료 설문조사에서 저희 원 내의 간호사 95%가 의사 대신 처방전을 발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불법의료 부분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병원 측은 대리 입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리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현재 간호사의 업무 로딩은 한계를 넘었습니다. 현재 간호사 한 명당 15~20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인데, 원내의 간호사들은 간호사 본연의 업무인 환자 케어에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간호사에게 의사가 해야 하는 일, 약사가 해야 하는 일이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간호사가 왜 의사의 일을 해야 합니까. 하루 내원객만 1만 명이 넘는 지방 거점 병원입니다. 대리처방, 부당한 업무전가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해요. 다른 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종 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있지만, 자세한 내막이 보도되진 않은 것 같아요. 저희 내부 상황은 이렇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 적어도 공공기관에서 만큼은 비정규직 문제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차원에서 정부 가이드 라인을 세웠습니다. 

가이드 라인은 직접고용도 할 수 있고 자회사 설립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기업이라 해서 제 3섹터로도 비정규직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단, 모든 합의점은 노사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고 있어요.

저희는 직접고용으로 해결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병원 측은 “다른 방법도 있지 않느냐, 왜 꼭 직접 고용으로만 해결을 해야 하냐”며 서로 공방이 오고 가는 것이고요. 그렇게 2017년도부터 불거진 이 문제가 2023년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방역에 총집중하느라 이 사태가 커지지 않았는데요, 코로나가 종식 선언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병원 측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처음에는“전국의 국립대병원 총 13개 중 서울대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는데, 왜 우리 병원이 선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이후 서울대병원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니 “우리는 지방대병원이다. 다른 지방 국립대가 해결된 곳이 없는데 왜 우리가 먼저 앞장서느냐”고 기회적으로 말을 바꾸면서 말입니다. 어쨌든 점차적으로 모든 병원이 이 문제가 다 해결되어 13개의 국립대 병원 중 이제는 저희만 남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되었고요, 거기서 나온 결정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병원장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정 사안은 “이 문제를 조속히 결정하라”는 워딩이었는데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답변과는 달리 현재 답보 상태입니다.

Q. 요구안 중 우선순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요구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희는 특정 요구안에 우선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동일 선상에 있는 문제라 보고 있습니다. 인력, 불법의료의 심각성이 상당히 극심하듯 이와 더불어 여러 가지 산적해 있는 직종별, 부서별 현황들의 고충, 각종 애로 상황과 맞물려서 비정규직 문제도 같이 놓여있는 것 입니다. 어느 것 하나 우선순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어떤 것도 1순위, 2순위를 매길 수가 없습니다.

저희 요구안 모두를 원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병원장님의 결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법의료 근절, 병원장님의 지시 한마디가 있으면 의사들이 한 번 더 환자를 돌보러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국립대가 해결했다는 것은 병원장님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르는 부수적으로 예산상의 문제나 그 외의 문제도 다른 병원에서도 충분히 해결한 문제고, 비정규직 직접 고용 문제도 저희가 제안하고 설계한 대로 한다면 충분히 정규직 직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병원도 다 그렇게 진행했고요. 정부라든지 교육부, 기재부 등을 핑계대며 회피할 그런 월권 사항이 아니라고 봅니다.


Q. 파업으로 인해 진료 차질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이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산시민과 양산시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 유지 부서를 운영해 애를 쓰고 있지만, 평소의 가동률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니, 불편할 것이라는 것에는 동감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들려오는 질타는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한탄스러운 것이 있다면, 이러한 파업 투쟁이 단지 저희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춰지는 사실이 조금은 답답합니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설립 취지 아래 탄생한 단체가 보건노동조합입니다.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의 조합원들은 모두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는 바람뿐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대로 이 사태를 종결짓지 못한 채 흐지부지 현장에 돌아간다면 과연 지금의 의료체계가 나아질까 가히 염려스럽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들은 환자분들 모두가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파업과 투쟁은 병원이 겪고 있는 문제가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그러기 위해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일터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이번 파업으로 부산시민과 경남도민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산, 양산 직원 합쳐 6000명이 일하는 일터, 하루 내원객이 1만 명이 되는 지역거점병원의 미래를 결정짓는 행동입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교섭을 해서 이 상황이 마무리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저희들입니다.

파업 기간 내내 병원 방문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진료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부분에 대해 부산, 양산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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