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내년 422대 총선을 앞두고 커져가고 있는 무당층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무당층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무당층의 몸집은 여야 정당 지지율을 맞먹는 크기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여야가 초접전 박빙의 승부를 펼치게 될 총선에서 무당층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이준석 전 대표, 뉴시스

늘어가는 무당층에 정치권 긴장총선 핵심 변수로 자리잡아
- 무당층 총선서 울며 겨자 먹기국힘 or 민주’? 아니면 신당으로?

최근 정치권에서 여의도 제1당이 중도무당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푸념이 터져 나왔다. 이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6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이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사사건건 충돌하며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당층의 존재는 여야 모두에게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무당층이 조금씩 몸집을 키우더니 최근에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무당층의 크기가 여야 정당 지지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치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무당층 32%, 윤정부 출범후 최고치서울충청20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0%, 정의당 3%로 집계됐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 비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해 3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이다.

지역별로 무당층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캐스팅보트 지역인 대전세종충청이 35%였고, 연령별로는 여야가 모두 표심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18~29세에서 53%나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소폭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30%대를 유지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29%, 정의당 4%였다. 무당층은 직전인 7월 셋째 주(1820) 조사보다 1%포인트 내린 31%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무당층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최대 격전지인 서울(35%)이었고, 이번 역시 연령별로는 18~29(50%)였다. 두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0%, 민주당 23%, 정의당 5% 순이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38%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도 역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서울이 42%로 가장 많았고, 연령별로는 18~29세에서 52%로 집계됐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그밖에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무당층 늘어나는 이유는여야 공방 피로감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무당층의 규모가 이처럼 커진 이유는 여야 공방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무당층 비율보다 낮게 나타난 것은 민심의 경고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늘어난 무당층에 대해 전반적으로 여야 모두 다 싫다는 분들도 있지만 국정운영 전반이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국민들, 특히 여야 공방에 대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부분들이 지표를 통해서 나타난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갤럽 조사에서는 20대에서 무당층이 무려 53%로 나왔다얼마나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취약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야 정당이 아픈 부분이다. 실은 더 아픈 정당은 저는 민주당이라고 본다왜냐하면 지금 정부 여당의 온갖 악재, 여러 가지 공격 포인트를 가지고 있음에도 무당층보다도 뒤지고 있는 걸로 나오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배종찬 인사이트 K 연구소장은 한 방송에서 국민의힘에 주는 (무당층에 대한) 여론조사의 메시지는 뭐냐면 대통령과 집권여당이라고 해도 한목소리가 아니라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한 때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지금 대통령 주변의 배우자나 장모와 관련된 이슈도 있다“(국민의힘이) ‘이거 어떻게 해라이런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줘라, 이런 메시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급이 없네~" 무당층 선택? 아직은 오리무중

그렇다면 여야 정당 지지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무당층이 총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까. 결국 여야 모두에게 혐오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마음을 줄 곳이 없는 무당층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여든 야든 한쪽으로 흡수되는 길을 걷게 될까. 아니면 무당층의 대반란을 일으켜 제3의 신당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까.

현재 정치권에는 다양한 세력이 주도하는 신당이 우후죽순 태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은 출범이 이미 기정사실화됐고 여기에 더해 조국 신당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 뉴시스
안철수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신당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당 바로 세우기’(정바세)가 주최한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신당을 만들지, (국민의힘에) 남을지, 무소속으로 나올지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진짜 백지상태에서 프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전 의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며 총선이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굉장히 중요한 계기인데, 미력하고 작은 힘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 백지상태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비명계의 이낙연 발신당 합류설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이 어디까지 갈 것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대충 손잡는 척 연출하는 모습은 국민들도 금방 알아채고 그런 얄팍한 수준으로 손잡으면 금방 깨지게 될 것이고,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으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면서 분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유쾌한 결별이 분당이라는 것을 의미하나라고 묻자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면서 뜻이 다른데 어떻게 한 지붕에 같이 있을 수 있겠냐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향후 무당층의 규모가 커질수록 제3지대 신당을 노리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당층이 총선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아직은 오리무중이지만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YTN 라디오에서 무당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건 정치적 유동성이 커지는 것이라며 선거가 멀리 있으면 사실상 무당층들이 응답을 덜한다. 양당 지지층들이 더 많이 응답한다. 실질적으로는 무당층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면 유동성이 커지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출연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봐야 한다그런 것들이 앞으로 선거에 굉장히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11월 대란설이 있다“11월에 정치적 변동, 이것이 상당히 있을 수 있다. 3지대 신당이 다양한 곳에서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배종찬 인사이트 K 연구소장은 한 방송에서 무당층 비율이 높다는 건, 국민들이 그렇다고 해서 제3세력이나 신당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정치권에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이건 국민의힘, 민주당 둘 다 이권 카르텔이야.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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