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反 현역 의원 ② 親 강성팬덤 ③ 李 지키기 ?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그 동기를 의심받고 있다. 혁신위는 출범식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당의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혁신위는 헝겊으로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처럼 성역 없는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혁신위는 판단의 저울추가 한쪽으로 깊게 기울어진 듯한 오해를 사는 중이다. 

현역 의원은 기득권이라는 시각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0일 혁신위가 출범한 날 "민주당은 정당 공천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현역 의원을 향한 냉소적인 시각은 항상 존재했으며 그에 따른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 또한 언제나 거론된 문제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혁신에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방향성에 있다. 

비명계(비이재명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그게 계속 머리에 남는다.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이다. 이건 강성 친명들 시각하고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이들의 시각에서 현재의 민주당은 얌전한 공무원 정당이다. 현역 의원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안주해 정부와 싸우지 않고 타협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밖을 향해야 할 총구를 내부의 이 대표에게로 들이민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과 당원들은 당원 중심의 공천제도 및 대의원제 폐지 등을 통해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혁신위의 최근 행보는 원외 친명 세력과 유사한 궤를 보였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18일 MBC 라디오에서 "저희 홈페이지를 지금 만들었는데 거기에 공천룰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래서 국민들이 원한다면 안 다룰 수는 없을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으며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서도 "폐지가 될지 어떤 식으로 유지가 될지는 지금 저희들이 굉장히 심각하게 논의 중이다.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것이 한 60% 정도 의견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음날인 지난 7월 19일 친명계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함께한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의원의 절반가량과 3선 이상 다선 의원의 4분의 3 정도의 물갈이를 촉구하며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 공천 제한 등을 제안했다. 

지난 7월 24일에도 더혁신회의는 당내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내년 총선 규정의 개정 청원의 동의자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넘었다며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진지한 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공천 제도의 개정은 ▲경선후보자가 2인 이상인 경우 단수 공천 금지 ▲동일 지역구 연속 3선 이상 현직 의원의 득표 50% 감산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 및 전국권리당원 평가를 통해 하위 20% 국회의원 명단 공개 및 경선 득표 50% 감산 ▲현행 40%인 공천적합도 조사 비중 하향 및 정체성과 의정활동능력 비중 상향 등이다. 

코로나 학력 저하 학생 같은 초선 의원?

혁신위가 친명계의 깨복쟁이(허물없는 친구)라는 오해를 사는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혁신위가 당내 세력을 대하는 발언의 온도 차도 큰 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2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그전에 가르쳤던 학생과 코로나 세대를 겪었던 학생들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일단 그들은 학력 저하가 심각했다"며 "그런데 제가 많은 국회의원을 만나 뵙지는 않았지만 초선이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인 것이다. 그래서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발언했다. 

비명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상당히 심각한 발언"이라며 "초선 의원들에 대해서 마치 학습 지진아처럼 코로나 학습 지진아로 취급하는 발언들, 이건 너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발언들은 혁신위의 권위를 추락시킨다고 비판했다. 혁신위가 당내 정치인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초선 의원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귀국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두고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 전 대표가)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발언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아울러 서복경 민주당 혁신위원은 지난 7월 6일 혁신위 회의를 통해 분당설을 언급한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옆집 불구경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말 좀 조심해 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2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일부 발언들이) 굉장히 지나칠 정도로 자유스럽게 봤다"며 "개인 정치하기 위해서 툭툭 튀어나오는. 물론 다양성은 있지만 그것들이 약간 언어가 어느 수위를 넘어서서 분열을 조장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3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뜻이다. [뉴시스]

혁신위는 지속적으로 당내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그러면서 원활하지 못한 소통의 책임을 초선 의원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혁신위는 민주당 내홍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강성 팬덤을 향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20일 KBS 라디오에서 "우리가 팬덤 정치라고 하는 것이 지금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그분을 따르는 그것도 사실은 팬덤이다. 노사모도 팬덤이고 트럼프 지지자들도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며 "약간 격양되게 반응하거나 서로 약간 으르렁거리는 것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지지를 당하는 그 국회의원이 소통하는 데 조금 더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문자 폭탄으로 대표되는 강성 팬덤의 과격한 지지는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앞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을 추측하고 색출에 나선 행위 또한 당내 분열 조장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혁신위는 아직까지 팬덤 정치에 대한 어떤 조치도 발표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의 표현에 따르면 강성 팬덤은 '조금 색깔이 다른 같은 식구들'로 정의된다. 당내 당원들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내 다양성을 존중하는 입장이라면 대의원제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월경 "권리당원 수가 적은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대의원제는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의원제 폐지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도 대의원제는 숙의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당내 의견이 특정 정치 세력에 편중되는 것을 보정하는 역할인 만큼 당내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아울러 대의원제 폐지로 인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 강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 틀린 말 아니다 

아울러 혁신위의 친명 오해에 쐐기를 박는 말은 서 위원의 발언이다. 지난 7월 18일 SBS 라디오에 출연한 서 위원은 '혁신위가 이 대표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교체될 수 있는 방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탄핵밖에 없다. 저희는 아직 이 분이 탄핵에 이르는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의원은 지난 7월 2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서 위원의 발언을 두고 "경악했다. 이게 도대체 뭔가 용감한 건가 무식한 건가"라는 평가를 남겼다. 이어서 조 의원은 혁신위의 역할은 윤리심판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 역시 혁신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은) 대선 패배, 지방선거 패배, 이 대표 체제의 1년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다"며 "그런데 지금 혁신위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선을 긋고 이재명 체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평가할 생각이 없다라고 하는 모습으로 보여지고 오히려 이대표 지키기 위원회라고 오인 받을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도 이 대표 개인에 대한 문제를 떠나서 제왕적 당대표 체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지난 7월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김 의원은 "아무리 형식은 시스템 공천이지만 위원회를 다 당대표가 알아서 임명을 하지 않나. 그럼 나중에 이재명, 이낙연 누가 당대표가 되든 '저거 당대표가 다 자기 측근들 중심으로 했다' 이렇게 공격을 받게 되고 당내 분란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혁신위가 띄운 '체포동의안 기명표결' 또한 그 의도를 의심 받고 있다. 혁신위는 지난 7월 21일 "표결정보 공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원 책임을 무겁게 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돼야 하는 정보"라며 "민주당이 주도해 21대 임기 내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난 7월 27일 CBS 라디오에서 "이제 와서 기명 투표를 해서 누가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명계를 뜻하는 은어)인지를 (보겠다는 뜻), 만약에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던지는 사람들은 다 수박으로 낙인찍을 텐데. 그렇게 되면 국민이 뭐라고 바라보겠나"며 "완전히 불체포특권은, 포기 선언은 완전히 꼼수였구나라고 보지 않겠나. 오히려 혁신이 아니고 반혁신이라고 낙인찍히리라고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검찰이 8월 중에 이 대표의 체포영장을 청구할 경우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명투표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1차적인 당의 혼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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