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전수조사' 權·'통일부 대전환' 金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전현직 통일부 장관의 행보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장관의 임무를 마치고 국회로 돌아온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복귀와 동시에 코인 논란에 휩싸이며 정쟁의 중심에 섰다. 반면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은 조용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앞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예상보다는 격렬한 공방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야당은 불성실한 자료 제출이 더 큰 문제임을 지적했다. 베일에 싸인 장관이란 설명이다. 

너무 많은 것이 알려진 권영세 前 장관 

권 의원은 선수로만 4선을 달성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권 의원은 "정치인은 정치로,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정체성이 정치인임을 분명히 했다. 그 뒤 1년 만에 국회로 복귀한 권 의원은 본격적으로 총선을 겨냥한 행보를 걸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순풍이 예상된 권 의원의 복귀 길은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권 의원이 고액의 가상자산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논란 이후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유 여부를 전수조사 했다. 그 결과 11명의 의원이 자진신고 했으며 이 중에는 권 의원도 포함됐다. 

일부 언론은 권 의원이 3년 간 거래한 가상자산 누적 금액이 10억 원 이상으로 400회 가량 거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리위는 가상자산 투자 금액 1000만 원 또는 거래 횟수가 100회가 넘는 의원의 경우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27일 "우리 당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관련 자료를 보고 받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법적 조치를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거래 자진신고 내용이 알려진 것을 두고 윤리특위 자문위 소속 유재풍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7월 26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의혹을 감추기 위해 입 막기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권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근래의 가상자산 거래 논란이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중이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김 의원 개인의 문제로 출발한 가상자산 거래 논란은 다수의 여야 의원들의 거래 내역이 공개되자 곧 정치권 전반의 검증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였다. 

앞서 여아는 지난 5월경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국민권익위원회에 의원 개개인의 개인 정보 동의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거래 논란이 확산되자 여야 합의를 통해 개인 정보 동의서를 제출하고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이는 방향을 고심 중이다. 만약 권익위 조사가 실시될 경우 다시금 정치권에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일에 싸인 김영호 現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 [뉴시스]

떠나는 권 의원이 너무 많은 것이 알려져 홍역을 치렀다면, 들어온 김 장관은 너무 알려진 바가 없는 탓에 논란에 휩싸였다.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한 김 장관은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북한 체제 파괴', '김정은 정권 타도' 등과 같은 강경한 대북관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장관의 후보자 지명에 대해 "대화와 교류를 통해 통일의 기반을 준비해야 하는 통일부 장관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통일이 아니라 영구 분단을 기도할까 걱정스러운 사람"이라는 혹평을 남겼다. 따라서 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의 비판이 집중된 부분은 자료 제출 문제였다. 민주당은 김 장관이 주식·부동산임대차계약서·병적기록부·과태료부과내역·관세법위반내역·건강보험료 부과내역 등 기초적인 자료도 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12년 의정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비판했으며,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김 장관이 유튜브 사업을 위해 임차한 사무실에 대한 계약서를 두고 제3자의 정보가 있어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제3자 정보를 익명 처리한 뒤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장관이 재차 거부하자 이 의원은 "뭔가 뒤가 구린 게 있는 것 아닌가. 진짜 뭔가 공개되는 순간 아주 대단한 파장이 일어날 만한 비밀이 있는 것이다. CIA로부터 받은 건 아니지 않나"고 꼬집었다. 

반면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이번 인사청문회와 관련 후보자는 공식요구자료 1022건, 서면질의 자료 1124건 해서 총 2146건의 자료를 후보가 제출했다. 제가 따져보니까 권 의원 때에 비해 자료제출 건수가 1.9배 많았다. 그리고 이인영 장관 때 제출한 자료보다는 2.5배가 많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김 장관의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 공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국 전 장관이 자녀 문제로 불거진 논란을 떠올리면 비교가 쉽다. 민주당은 김 장관의 자녀가 어떤 학교를 다니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민주당 한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장관 개인이 기본적인 자료를 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령 병역 증명서를 제출했다면 복무 일수나 부대 특이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질의 사항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인영·강경화 전 장관들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런 문제는 여야가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다"면서도 "다만 김 장관은 그 중에서도 좀 강하게 개인 정보를 방어한 편인 것은 맞다. 여당조차도 자료를 거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끝내 채택되지 못했다. 그 뒤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요청했으며, 민주당 소속 외통위원 일동은 성명을 내 윤 대통령의 지명철회와 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김 장관은 '공직 후보자'보다 '개인'을 앞세워 자료제출을 거부했다"며 "이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자료제출 거부가 반복될 것이고, 이는 국회의 국무위원에 대한 청문회를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검증 수준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보고서 재송부에 불응하자 지난 7월 28일 청문보고서 없이 김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한편 정치권은 조용한 청문회와 비교하면 통일부는 더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앞서 본지가 취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북한과의 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부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는 맞지 않는 부처다. 김 장관의 임명은 통일부를 식물부처로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앞서 본지가 취재한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의 임명은 통일부가 외교부와 함께 자유주의 연대 기조에 발맞춰 행동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이 담긴 인사라고 본다. 야당의 생각처럼 통일부를 축소하는 취지의 인사는 아닐 것"이라며 "김 장관은 이론보다 행동이 앞서는 통일운동 실전파다. 아마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했던 통일부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는 강한 조직으로 만들 계획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좀 시끄러워질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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