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혁신위 리스크로 내년 422대 총선패배 위기감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가는 곳마다 초대형 사고를 치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야심차게 출범한 혁신위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김은경 위원장은 최근 제2의 노인폄하 발언으로 불리는 메가톤급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코로나 초선비하 발언에 이어 또다시 여명(餘命) 비례투표발언으로 논란의 당사자로 떠오른 것이다. 김은경 위원장은 발언의 앞뒤를 거두절미하고 진의를 왜곡했다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정가 안팎에서는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반응마저 나올 정도다. 민주당 지도부까지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고집을 꺾지 않던 김은경 위원장은 여론압박에 뒤늦게 사과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했다. 민주당 혁신위 해체나 김은경 위원장 사퇴론 요구는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막나가는 혁신위 리스크로 총선참패 위기감에 내몰린 민주당의 복잡한 속사정을 파헤쳤다.

대한노인회 찾아 사과하고 고개숙인 김은경 혁신위, 뉴시스
대한노인회 찾아 사과하고 고개숙인 김은경 혁신위, 뉴시스

김은경 혁신위원장, 코로나 초선 이어 여명(餘命) 비례투표 발언 후폭풍
청년층 투표 참여해명 강조여론 뭇매에도 거부하다 뒤늦게 공식 사과
- 혁신위 리스크 커지면서 민주당 내년 4월 총선참패 위기감 고조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거센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2004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발언의 악몽을 떠올리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가뜩이나 이재명 대표의 10월 퇴진설 논란으로 당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혁신위 리스크마저 날로 커져가는 내우외환의 상황이다. 혁신위는 당의 쇄신과 비전 제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고만 치면서 식물 혁신위로 전락했다. 정치적 권위와 위상이 땅에 떨어진 만큼 어떤 혁신안을 내놓더라도 무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총공세에 나섰다. 현대판 고려장 노인폄하 패륜정당 등 당의 모든 화력을 총동원해 김은경 혁신위와 민주당 때리기에 나섰다. 더 큰 문제는 혁신위 해체 또는 위원장 사퇴가 이뤄질 경우 발생할 후폭풍이다. 천신만고 끝에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가 좌초한다면 민주당의 혁신은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불가능 수준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애물단지 전락혁신위, 초대형 자충수 민주 좌불안석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餘命, 남은 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자기(아들) 생각이었다. 되게 합리적이지 (않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1로 표결해야 하나”(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730일 서울 성동구 모 카페서 20·30세대 청년과 좌담회 )

김은경 혁신위가 좌충우돌하고 있다.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발언 파문으로 발탁과 동시에 사퇴한 이후 우여곡절 출범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초선발언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7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 세대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한데, 초선이 딱 코로나 때 초선들이다.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언급해 비난을 자초했다. 혁신의 파트너이자 정치적 동지인 당 소속 초선 의원들을 인격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설화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는 점이다. ‘코로나 초선발언은 그야말로 애교수준이었다. 이른바 여명 비례투표발언이 결정타였다. 남은 수명에 따라서 투표권을 부여하다는 것은 상식에도 반하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11의 대원칙을 훼손한, ()헌법적 발상이다. 청년층의 투표참여를 강조하는 선에서 그쳐야 할 발언이 불필요하게 사족을 붙이면서 사태를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시켰다.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다. 이상민 의원은 나이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게 우리 헌법정신인데 굉장히 몰상식하다고 격한 비판을 쏟아낸 게 대표적이다. 당을 혁신하기는커녕 혁신위 자체가 희화화되면서 총선을 앞둔 혁신동력이 사실상 고갈되고 있다. 당장 내년 총선에 비상등이 커졌다. 내년 422대 총선에 고령층 유권자는 1000만명에 달한다. 20·30MZ세대보다 상대적으로 투표율도 높고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하다. 젊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무리수가 노인층 표심 이탈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70세 이상 연령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2주 전 17%에서 6%p 하락한 11%를 기록했다. 이는 정당 지지도 23%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국힘 제2의 노인폄하vs혁신위 영혼없는 사과여론악화

뉴시스
뉴시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혁신은 현대판 고려장이며 총공세에 나섰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공개 사과, 위원장직 사퇴는 물론 민주당의 혁신위 해체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연대 책임론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 출신들의 노인비하발언도 소환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록 30·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 개인적 원칙은 60대가 되면 가능한 책임있는 자리에 가지 않고, 65세부터는 절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등이다. 

김기현 대표는 여름휴가 중 SNS를 통해 민주당 혁신위는 김은경 위원장 이하 전원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모든 직으로부터의 사퇴는 물론, 혁신위를 스스로 해체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면서 함량 미달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재명 대표는 연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노인 폄하 발언의 긴 역사가 있는 정당이라면서 표 계산을 앞세워 극단적 국민 분할 지배 전략으로 선거에 접근하는 민주당의 구태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는 막말 참사라면서 석고대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김 위원장과 혁신위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었다. 노인층의 집단 반발과 여론 악화에도 혁신위는 공식 사과를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혁신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리하면 김은경 위원장의 발언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민주당 혁신위는 입장문에서 김은경 위원장은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1'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발언 취지를 왜곡해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인 프레임이자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사과없는 혁신위의 입장문에 여론이 반발하자 김 위원장이 직접 등판했다. 김 위원장은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제가 곧 60세다. 저도 노인 반열에 들어가는데 무슨 노인을 폄하하겠느냐.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과가 아닌 유감의 표명이었다. 민주당 일부 인사도 혁신위를 옹호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비례대표 출신인 양이원영 의원은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김 위원장을 지원사격했다. 아울러 논란의 당사자인 김 위원장이 공식사과를 거부하는 가운데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먼저 사과하는 어색한 풍경도 만들어졌다. 민주당으로서는 혁신위의 연이은 자충수에 사실상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버티던 김 위원장은 마침내 고개를 숙였다. 사과없는 유감 표명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한 김 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노인폄하 발언과 관련, “지난 일요일 청년 좌담회에서의 제 발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논란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 김호일 노인회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노인회 방문 이후 전국의 노인분들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 다시 앞으로 이렇게 가벼운 언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너무 늦은 것은 물론 여론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으로 인식되면서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았다.

마이웨이혁신위 뒤늦은 사과총선참패 위기감 고조

노인관련 구설수에 오른 정동영 전 장관과 유시민 전 의원. 뉴시스
노인관련 구설수에 오른 정동영 전 장관과 유시민 전 의원. 뉴시스

문제는 후폭풍이다. 특히 혁신위의 향후 행보는 불투명하다. 김 위원장의 메가톤급 구설수에 따른 여론악화와 뒤늦은 사과로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혁신의 불씨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당의 혁신작업의 핵심인 공천 문제를 둘러싼 계파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본인의 정치적 위상 추락은 물론 당 안팎의 신뢰도가 바닥 수준이라는 점에서 어떤 혁신안을 내놓더라도 위기탈출이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사퇴압박에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게다가 혁신위를 둘러싼 내홍이 지속될수록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또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혁신위는 비명·반명그룹의 퇴진 요구에 이재명 대표가 던진 승부수다. 더구나 앞서 이래경 혁신위가 출범과 동시에 좌초하면서 이 대표는 더욱 곤궁에 빠졌다. 이 대표는 김은경 혁신위를 출범시키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은경 혁신위마저 실패한다면 이 대표는 더욱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당 안팎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야권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저렇게 설화가 생겼으니 좀 빨리 해체하는 게 (낫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혁신위원장을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도 이제는 더 이상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앞으로 실수하시면 저부터 나서서 혁신위원장 사퇴하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내우외환의 위기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코인투기 논란 등의 여파로 지지율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당의 비전과 활로 제시를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연일 사고를 치면서 상황은 최악이다. 특히 여명 비례대표 발언을 효과적으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파문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노인폄하 정당이라는 주홍글씨 속에 선거운동에 나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혁신위 리스크로 오도가도 못하는 사실상 진퇴양난의 위기라면서 “‘김은경 혁신위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이재명 대표다. 혁신위의 위상이 추락할수록 이 대표 역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혁신위 최대 난제는 22대 총선 공천룰의 합리적 조정이다. 혁신위 수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계파간 첨예한 갈등사안을 컨트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혁신위 해체 또는 좌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내부 공멸 수순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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