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난 시달리는 사업장 특별한 대안 없는 경우 많아...갈등 분쟁 여전

[일요서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 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에서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정년퇴직을 하면 실제 은퇴하고 노후를 보내는 경우도 많았지만, 기업들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정년이 지난 직원을 재고용(촉탁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고령 근로자들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은퇴를 미루고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근무할 필요성이 있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 기업들(특히, 중소기업)은 근로자의 법정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연 정년이 되는 직원이 회사에게 재고용(촉탁 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는데, 관련 이슈를 알아본다. 

[뉴시스]
[뉴시스]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0.74명으로 매우 낮다는 통계가 있다. 이로 이해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대책을 세우고 있다. 출생률 저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특히 이는 생산가능인구를 축소시킴으로써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고령 인구는 점차 증가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얼마 있지 않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경우)에 진입할 예정이다.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회사에게 촉탁직 재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 명확한 근거나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도 근로자의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요구를 인정한 사례와 부정한 사례가 함께 있다.

법원이나 노동위원회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계약기간 만료가 되는 경우라도 근로계약이 다시 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권리, 소위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촉탁직 재고용에 있어서도 기간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촉탁직으로 재고용될 수 있는지를 ‘기대권’의 인정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법원은 단체협약에 적격심사 요건이 충족되면 재고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나 단체협약에 정해진 절차에 따른 재고용 의무규정을 둔 경우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었고, 별도의 근거 규정이 없이 기간제 갱신기대권 법리를 유추 적용해 촉탁직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일반적인 갱신기대권 법리를 우선 확인해보고, 근로자의 정년 이후에도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는 기대권을 어떤 경우에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갱신기대권 판단 기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에 따라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를 최대 2년의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고, 만약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소위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다. 이렇게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해당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고, 당연히 계약기간 만료 등으로 퇴직 처리할 수도 없다. 

반면, 2년 이내의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될 경우 별도의 처분 없이 퇴직시킬 수 있지만, 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기간제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갱신기대권’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에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며, 기간 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조치 등에 있어서 갱신기대권을 넘어서 정규직 전환 기대권까지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 

#1. 정년 이후 촉탁직 근로계약이 체결된 이후 갱신기대권 

법원(대법원 2016두50563, 2017.02.03. 등)은 정년 이후 체결된 근로계약의 갱신 시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정년이 지난 직원과 1년짜리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직원은 계속해서 촉탁직으로 근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과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예외사유(고령자 고용법에 따른 만 55세 이상 고령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을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경우의 갱신기대권 판단에 있어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판단기준 이외에도 직무수행 능력과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해당 사업장의 정년이 경과한 고령자의 근무실태 및 계약 갱신 사례 등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2. 정년 이후 최초의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갱신기대권 

법원은 취업규칙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의 경우라도 회사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정년일로부터 3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정년에 도달해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에 대해서 사용자가 그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판단해 왔다.

즉, 취업규칙 등에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일정한 조건, 범위 내에서 정년으로 퇴직한 근로자를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경우, 해당 규정은 일반적으로 ‘재량 규정’으로 해석되어,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들에게 촉탁직 재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나 기대권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물론, 해당 판결과 달리, 취업규칙 등에 정년 이후 촉탁직 재고용을 보장하는 ‘의무규정’을 둔 경우라면 이에 근거해 촉탁직 재고용이 인정될 여지는 있을 것이며,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 이후 촉탁직 재고용에 관한 노동 관행(관례)이 형성되어 사실상 제도로 확립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업장이 인력난에 시달리다 보니 실제 중소 제조사업장에 방문해보면 60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정년 규정과 함께 대부분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규정을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문제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정년 및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와 관련한 분쟁(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재고용 요건 등에 관해서도 소속 근로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사전에 분쟁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