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조사도 벼르는 野·노선검증위 꾸리자는 與
오래된 숙제 '부동산 백지신탁' 탄력 받을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야당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특혜 논란' 공방이 1라운드를 마쳤다. 원 장관의 '백지화'라는 초강수 뒤 20일 만에 개최된 지난 7월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서 여야는 16시간에 걸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은 연장전까지 이어진 현안질의의 결과가 '헛심 공방'이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이에 여야는 8월 휴가철이 끝난 뒤 양평 고속도로 논란의 2라운드에 돌입할 준비에 착수했다. 관건은 '무대가 어디인가'다. 

국정조사 압박하는 野

지난 국토위 전체회의서 여야는 자료 제출과 사과 공방을 두고 공전했다. 이를 두고 국토위 소속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7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실제로 중요한 자료는 대부분 공개가 되지 않았다. 공개된 것도 조작되거나 편집됐다"고 주장하며 원 장관의 엉터리 해명이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토위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 공방만 있었지 사실은 실질적으로 특혜가 있었던 흔적이나 근거나 이런 것들을 야당이 제시하지 못했다"며 실효성 없는 정쟁이었음을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도 이날 국회 본회의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명의로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처가의 특혜 의혹 및 제3자 국정 개입 의혹을 규명하고, 1조 8천억 원대 국책사업을 독단적으로 백지화시키며 위법적 행태를 거듭하는 원 장관 등의 책임을 묻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서 노선 변경의 주체와 경위 등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자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국정조사 목적을 명시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구체적인 국정조사 범위를 두고 ▲대통령 처가 토지가 위치한 양평군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한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후 신규 노선 변경 과정에서 제기되는 제반 절차에 대한 의혹 규명 ▲대통령 처가를 포함한 특혜 의혹 관련 인물들에 대한 양평군 내 토지 취득 경위, 목적, 형질변경 등 전수조사 ▲사업 확정 및 노선 변경 관련, 대통령실 등 권력층의 불법·부당한 개입 의혹 규명 ▲2023년 5월 8일 이후 국토교통부 및 한국도로공사 등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변경 관련 자료 파기 등 진실 은폐 의혹 등이라고 규정했다. 

與 국정조사 대신 노선검증위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반면 국토위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월 27일 민주당과는 다른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날 심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원 장관 '백지화 발언' 대국민 사과 및 백지화의 백지화 촉구 ▲공정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평가위원회' 구성을 통한 최적노선 결정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법제화 및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매각 요구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정쟁의 끝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여당은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의 정치 공세가 '인디언식 기우제' 같다고 질타한 바 있다. 따라서 원 장관과 여당은 심 의원이 제안한 노선 검증위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 장관은 지난 7월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 의원이 이미 노선검증위원회를 여야가 함께 꾸리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간사를 중심으로 전문가 검증위원회 구성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임위를 무제한 열고, 증인을 부르는 데 협조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라며 "국정조사에 갈 것도 없이 상임위에서 7일 전에만 전문가들을 부르면 되고, 증인 선서를 한 뒤 거짓말하면 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7월 31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빨리 고속도로가 건설돼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정치적 공세를 취해 정부를 흔들고, 총선을 앞두고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고 비판했다.

또 윤 원내대표는 "지금 국정조사를 하려면 법을 위반한 객관적 사실이 드러나고 여러가지 국정조사 요건을 갖춰야 된다고 우리 당은 본다"며 정쟁 소지가 다분한 국정조사보다는 노선검증위를 구성하는 방안에 힘을 실었다. 

다만 심 의원은 원 장관의 노선 검증위 구성 발언을 두고 면피성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심 의원은 지난 7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검증위원회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두 가지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첫째, 원 장관은 '백지화'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백지화의 백지화'를 공식 선언할 것"과 "둘째, 공정한 노선 검증을 위해 김 여사 일가의 강상면 일대 토지를 매각할 것. 이를 원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답을 받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국토위 한 관계자는 지난 1일 본지와의 취재에서 "국정조사는 발언의 법적 구속력을 갖기 위해 하는 것이다. 원 장관은 취지가 동일하다면 왈가왈부하지 말고 국정조사를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숙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탄력 받을까?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

아울러 심 의원은 양평 고속도로 논란의 완벽한 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백지신탁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심 의원은 지난 7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공정한 절차로 강상면 대안이 최적노선으로 결정될 경우에, 특혜 의혹은 해소되겠지만 여전히 대통령 처가의 이해충돌 문제가 존재한다. 이 이해충돌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수용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로를 놓을 때마다 여기는 누구 땅이니 피하고, 저기는 누구 땅이 피해 갈 수는 없다. 제가 오래전부터 제기했듯이, 고위공직자의 부동산을 백지신탁 했다면 이런 소모적인 정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을 법제화해야 한다. 해당 법안이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으니 신속한 논의와 통과를 양당에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7월 3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주식을 백지신탁 하는데 토지나 부동산 백지신탁을 못 할 이유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 이거를 우리 정치권과 공직자들한테 도입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 도입은 정치권의 오래된 숙제다. 앞서 2020년경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정 타당한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려면,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 주식 백지신탁제처럼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하는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 장관도 과거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의 도입에 목소리를 낸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원 장관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부터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앞서 2020년경에도 원 장관은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나 현재 고위공직자들이 약속한 대로 국회의원들이 집을 팔아야 되는 건 당연한 거고 이건 자격 문제다”며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그런 논의들이 초당적으로 진행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원 장관은 "자기 손이 깨끗하지 않은데 만질수록 더러워진다"며 당 지도부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 LH 부동산 투기 사태가 논란이 된 2021년경에도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오갔으나 실제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지난 2020년경 발의된 다수의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다만 관련 법안들의 검토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는 기본권 제한 및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과 심 의원의 개정안은 직무관련성 심사 없이 본인의 실제 거주하는 1주택만을 허용한다. 이는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취지로 파악된다. 

반면 윤재갑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주식 백지신탁 제도와 같이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한 뒤 재산권 침해의 정도를 낮추고 개별·구체적인 상황을 반영한 취지의 법이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신 의원과 심 의원의 개정안은 기본권 제한의 범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우려가 있으며, 직위변경·직무회피·거래제한·사후적 제재 등의 다른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일률적인 처분을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최소 침해의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신 의원의 개정안은 부동산 매각 후 감정평가액을 초과한 부분은 국고로 환수하도록 규정해 객관적 교환 가치 측면에서도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2012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부동산은 주식에 비해 환가가 용이하지 않고, 주거·영업 등 개인의 생존에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그 처분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검토보고서는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 도입 시 고려 사항으로 ▲매각 또는 백지신탁 대상과 예외에서 사용되는 주택·세대·실소유 등의 명확한 개념 필요 ▲제도 적용 시 부동산 관련 직무 수행 기관의 범위에 대한 정의 필요 ▲매각 기한 내 부동산이 매각되지 않은 경우 처리방안 규정 필요 ▲정책의 수단과 효과가 광범위 한 부동산의 특성상 보유·백지신탁한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 관여를 금지할 경우 관여 금지 정책을 구체화 필요 ▲ 부동산 관련 부처 공무원의 부동산 신규 취득을 제한할 경우 생활에 필요한 부동산 취득 상황 고려 필요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 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