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7월30일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노인을 비하하고 1인1표 기본권을 문제 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노인들에겐 1인1표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자기 중학생 아들의 주장이 “되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다만 1인1표의 민주국가에선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기는 했다.

그는 연봉 3억원의 금융감독원 부원장 3년 임기를 다 마치고 지난 3월 퇴임했다. 그리고선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8월1일 공언했다. 윤 대통령 치하에서 연봉 3억원의 천문학적 국록을 받아 챙겼으면서도 ‘치욕’이라고 했다. 김은경에게 노인은 비하의 대상이고 대통령은 치욕의 대상일 뿐이다. 그는 인간으로서 기본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는 그전에도 ‘민주당 대회 돈 봉투 사건’과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말을 뱉어내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경력을 찾아보았다. 그는 58세로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외국어대학에서 교수까지 했다. 대학 교수의 격을 떨어트렸다.

노인 폄훼 발언은 민주당의 단골 메뉴로 올라와 세인의 질책을 받은 지 오래다. 2004년 3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미래는 20대와 30대들의 무대”라고 했다. 이어 그는 노인들은 “어쩌면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며 “60대 이상은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했다. 수많은 노인들이 정동영을 향해 부모도 없는 “후래 자식” 아니냐고 들고일어났다. 같은 해 11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20대와 60·70대의 인격은 다르다. 뇌세포가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며 “자기가 다운되면 알아서 내려가야 하는데, 비정상적인 인간은 자기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노인들은 뇌세포가 망가졌으니 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은경 위원장이 노인에겐 1인1표 자격이 없다는 아들의 말을 “합리적”이라고 한 것은 노인비하 망언이다. 그는 같은 민주당계의 정동영과 유시민의 노인 비하발언이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것을 까맣게 잊은 듯싶다. 뿐 아니라 그는 같은 여성으로서 95세의 앙헬라 알바레스가 2022년 11월 미국의 제23회 ‘라틴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모양이다. 알바레스는 10대 때부터 음악 활동을 했지만 94세에 이르러 첫 알범을 냈고 다음 해 95세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너무 늦은 건 없다”고 털어놓았다. 민주당의 김은경·정동영·유시민의 노인비하대로 라면 알바레스는 30여년 전 음악을 포기하고 양로원에 들어가 누었어야 했다. 엘바레스의 수상을 보며 “젊은이들은 빨리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빨리 가는 지름길을 안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된다.

그 밖에도 젊은이들과 노인들에겐 1인 1표 투표권을 동등하게 주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김은경의 말은 반민주적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보통 선거권과 평등 선거권을 거부한 때문이다. 2500여 년 전 고대 아테네의 재산 소유에 따른 참정권 구별을 연상케 한다. 아테네는 포도 500통 이상 생산하면 제1 계급으로 분류, 집정관 피선거권을 부여했고 300~200통 이하 생산자들은 제3 계급으로 규정, 하급 공무원으로 근무토록 묵었다. 재산이 많을수록 사회적 책임감이 강해진다는 반민주적 발상에 입각했던 것이다.

  고대 아테네는 포도 생산량에 따라 참정권을 달리 했는데, 김은경은 나이에 띠라 투표권 행사를 달리 해야 하는 게 “되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이 아니고 2500년 전 사람 같다. 그런 사람이 민주당의 ‘혁신위원장’이다. 혁신위원장이 아니라 혁신 대상이다. 그에게서는 2500년 전의 곰팡이 악취가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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