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박사 박원영.(이예림 기자/ 헤라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의학 박사 박원영.(이예림 기자/ 헤라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요서울ㅣ부산 이예림 기자] 어머니 ‘헤라(웬청쒸)’에 이어 “다문화인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젊은 한의학 박사 ‘박원영(진링)’을 소개한다.

다문화 2세인 박원영(31)은 중국 선양 출신으로 한의학계의 기대되는 젊은 인재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쳐, 중의학과 한의학의 장점을 접목한 불치병 치료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는 “한약의 우수성과 한의학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는 도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박원영 박사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다문화가수이며 다문화문화원 헤라(웬청쒸) 원장의 무남독녀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박원영 박사는 주말과 휴일을 어머니가 경영하는 경남 하동노루궁뎅이버섯연구소에서 보낸다. 어머니가 재배하는 버섯에서 항암물질을 추출하는 연구에 참여할 만큼 적극적이다.

최근, 한국으로 귀화한 그녀는 Young Scientist Program(생화학분자생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Bet Presentation(최우수 프레젠테이션상)을 수상하면서 특출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다문화인을 대표한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와 함께 그녀의 열정적인 삶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젊은 한의학 박사로 큰 주목을 받고 있으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약을 하고 계신지?

최근, 자연과학 연구와 전통 한의학의 장점을 융합하여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효과적이고 안전한 한약재에 유래된 항암제를 개발하여 종양 치료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겠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방법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한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한의학을 전공한 이유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높이와 깊이가 있는 의학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선조들이 쌓아온 지혜와 경험이 담겨 있다는 얘기죠. 자연의 신비를 깊이 관찰해 체계적으로 기록함으로써 사람들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전해 온 선조들의 노력도 있었고요, 오늘날 한의학이 그 가치를 잃지 않고, 현대 의학에 큰 영감과 가치를 제공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죠.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한 제가 후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랜 역사와 현대를 접목시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 기대감이 크죠.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며 한의학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자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 한국으로 귀화했다고 들었습니다. 소감은?
뿌듯합니다. 작년 12월,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된 저로서는 다양한 문화와 함께 사람도 자연도 아름다운 한국에서 일하며,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특히, 한의학 박사로서 한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고요. 한국의 전통적인 의료 방법과 현대 의학의 융합은 매우 흥미로운 분야로 기대가 큽니다. 이를 통해 한의학 발전과 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도 되고요.

- 한국어를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달려 들었더니 지금은 연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네요.. 

- 가수이자 하동농부 '헤라'님의 따님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머니는 어떤 분?
저희 어머니는 가수 헤라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요즈음엔 하동농부로 더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웃음) 예술을 뜨겁게 사랑하는 분이 어머니라는 건 맞는데요, 이젠 농장에 푹 빠져 있어요. 제 인생에서 많은 영감을 주시는 분이 어머니세요. 실제로 어머니의 열정과 근성은 저의 연구에도 큰 힘을 실어주고 있죠.

- 한약재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진행 상황은?
현재까지 실험한 결과를 보면 암세포에 대한 한약재의 항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아직 임상시험 단계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중의학과 한의학의 장점만을 접목한 약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던데.
중국 요녕성 중의약대학에서 6년 동안 학업을 마치고 학사학위를 취득한 저는 부산대학교 한의학 전문대학원에서 2년 동안의 학업과정을 거쳐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러한 학업 과정들이 중의학과 한의학 분야에서의 학문적 지식과 연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 온 지식들이 중의학과 한의학의 융합 연구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최근 연구 활동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일과 올해의 계획은?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꼽으라면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생화학분자생물학회 국제학술대회’였습니다. 그날 ‘훌륭한 젊은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결과를 발표한 경험’에서 '최우수 프레젠테이션 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땐 얼마나 감동적인 줄 몰라요. 항암제 개발로 웅어리졌던 피곤함이 한 순간에 풀려버렸어요. 올해의 계획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더 많은 연구와 혁신적 발전을 이뤄내고자 하는 게 제 계획이니까요. 지금까지의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약재를 기반으로 한 치료법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욕심뿐입니다. 환자들에 대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탐구로 신약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 한의학에 대한 가치관과 목표는?
“환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건강노화한의과학연구센터에서 하기태 교수님(지도교수)과 함께 ‘국민의 건강 노화와 무병장수’를 목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건강노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는 곧 인류의 건강한 미래와 한의학의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시초니까요.

- 인생에 롤 모델이 있다면?
제 인생의 롤 모델을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어머니”라고 꼽습니다. 그만큼 어머니는 내가 성장하는 동안 늘 감동을 주던 분입니다. 항상 가족과 주위를 배려할 줄 아는 어머니는 그녀의 아픔보다 다른 사람들의 힘듦을 더 아파합니다. 게다가 어머니의 끈기와 인내심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런 어머니의 악착 같은 근성은 저의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실제, 어머니는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 탓인지 인내심을 갖고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저 역시 포기라는 단어를 모릅니다.

- "다문화가정을 위해 의료 봉사를 펼치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귀화는 했다고 하지만, 다문화인인 제가 다문화가정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 의료 환경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욕심이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요. 사실 다문화가정들은 종종 의료 접근에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그래서 보다 적극적 의료 서비스로 그들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 다문화가정에 한마디
언제나 기도하며 응원합니다. 인류 모두가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존중합니다. 여러분 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태려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딸인 저 역시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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