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내부서도 "대의원제 때문에 대선·지선 패배한 것 아냐" 반발 

(왼쪽부터) 윤형중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 [뉴시스]
(왼쪽부터) 윤형중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잇단 설화로 오는 20일 활동을 종료하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오는 10일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의원제 축소는 엉뚱한 혁신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의원제가 현재 민주당의 위기에 근본적인 원인도 아닐뿐더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팬덤 세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란 판단에서다. 

민주당 내부에서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1표가 권리당원의 60표에 해당해 표 등가성이 '당원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다. 아울러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대두된 시점부터 친명계(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대의원의 표 비중을 축소해 금품 제공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반면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대의원제의 축소 및 폐지가 이뤄질 경우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인 강성 팬덤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아울러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의원제 폐지는)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잇단 설화로 이미 혁신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는 혁신위가 대의원제 개편을 강행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비명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8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의원제가 문제가 있어서 우리가 4.7 재보궐, 대선, 지선 3연패했나"라며 "(문제는) 도덕성 문제, 내로남불, 당내 민주주의 악화, 팬덤, 개딸(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이런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의원제 개편은) 결국 강성 당원들, 개딸들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을 하고 관철시키려는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혁신위는 이 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그런 연명책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기대할 것도 없었지만 기대할 바가 없는 게 아니라 지금은 백해무익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대표 지도부의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의원제 개편을) 지금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많은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대의원제 개편은 총선 전 이 대표의 사퇴를 가정한 전당대회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이는 오히려 이 대표를 흔드는 행동임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취재에서 "지금껏 혁신위가 자극적인 내용으로만 회자된 이유는 결국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을 끌 행보가 없었다"며 "대의원제가 내년 총선과 무슨 상관이 있나. 애초에 혁신위가 다룰 주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8월 워크숍을 통해 혁신위의 제안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제안이) 긴급한 현안이 아니라면 8월 말에 예정돼 있는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좀 더 상세하게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혁신위가 오는 10일 내는 안이 완전히 마지막으로 내는 종합의견이 될지, 추가로 (혁신안을) 더 낼지는 모르겠으나, 전체 의견이 제시되면 8월 워크숍에서 함께 논의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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