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숙장관, 김영환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최소 2명 이상 필벌해야

사전에 점검하고 보도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아 뒤늦게 가타부타 얘기하기조차 낯부끄러운 잼버리 참사지만 또다시 직접적인 책임자 처벌을 회피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보면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책임과 관련, 사전 준비 소홀은 물론이고 수습 과정에서조차 정신없는 소리로 국민의 울화통을 터트린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얘기다.

여권 고위관계자, 보다 더 정확히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등 여권 내 핵심실세들은 김 장관 경질론. 책임론에 대해 '선 전북도 조사'를 내세워 반대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여가부 불용론을 제기하며 폐지를 주장하던 여권 핵심인사들이 여가부 옹호론, 동정론을 펴고 있다. 여가부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족한 예산과 인력 등으로 잼버리를 주관하기는 역부족이었으며 오히려 예산과 권한을 모두 갖고 있던 전라북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여가부 폐지에 힘이 더 실리겠구나 예상했는데 반대로 여가부를 응원하는 꼴이다. 김 장관에 대한 대통령과 여권핵심의 사적인 인연이 아니라면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무엇이 두려워 책임질 장관을 보호하려는지 모르겠다.

전라북도의 잘못은 잘못이고 여가부의 잘못은 잘못이다. 감사와 수사를 통해 전라북도의 잘잘못을 따져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잘못, 즉 지난 1년여간 방치한 여가부와 김 장관의 책임 역시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한비자(호랑이가 개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날카로운 발톱과 어금니 때문이다)나 마키아벨리의 사악한 군주론을 거론하지 않아도 신상필벌은 중요하고 경쟁력의 핵심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수차례 교체 또는 징벌요구를 받은 여권인사들이 많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여권은 한결같이 불가 입장이다. 선출 정무직이라거나 탈당해 책임을 물을 처지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이유는 내년 총선을 우려해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장관의 경우 해임·교체할 만한 뚜렷한 책임도 없지만 대부분 유력한 내년 총선 출마 후보인데 우리가 나서서 스크래치 내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단체장과 관련해서는 "총선에서 단체장이 우리 당이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난다"면서 "만약 10월 재.보선에서 야당이 이긴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기대 불망"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정확한 신상필벌은 공정의 시작이다. 잘한 이에게는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이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리면 자연스럽게 공정과 성실이 퍼지고 사회 기강이 잡히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서로 불신하고 내로남불이 확산돼 일이 잘못돼도 책임지질 않게 된다.

이상민 장관은 그래, 사고발생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으니 이해할 수 있다. 사후적 조치가 아쉽기는 하지만 해임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은 다르다. 이들은 사건발생과 그 후속조치까지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충분히 해임과 교체의 명분과 이유가 충분하다. 선출직이라도 소속 정당이라면 당 차원의 사임권고나 출당을 할 수 있다. 사전에 탈당했다해도 사후 출당과 사임 권고를 해야 한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범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반드시 필벌해야 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이들 중에서 최소한 한두 명은 해임에 준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국민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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