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서이초 학부모는 누굴까요?”

파 사이트 클리앙에는 이런 글이 하루에도 십수 개씩 올라온다.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719, 세간에는 그녀의 사망이 학부모 갑질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교사가 교육 차원에서 한 말이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 소문이 근거없는 것만은 아닐 듯했다. 교사의 죽음은 분명 안타깝지만, 그 죽음이 교사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다면 의미가 있을 듯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맘카페를 위시한 좌파 사이트에서 해당 학부모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의 자녀라는 설이 나돈 것이다. 사실이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의원의 손주 중엔 그 학교에 다니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초로 소문을 퍼뜨린 맘카페 회원도 잘못했으니 한번만 봐달라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으니, 이젠 사건을 정쟁화하는 대신 좀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했다.

그 와중에 주호민 사태가 터졌다. 잘못을 저지른 주씨 아들에게 교사가 훈육 과정에서 한 말을 주씨가 녹취한 뒤 아동학대혐의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직위해제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는데, 이것이야말로 학부모가 초등학교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갑질의 모범사례일 터였다. 많은 이들이 주씨를 비판했다. 주씨가 유명 웹툰 작가에 방송인이라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주씨 입장에서야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 사건이 교사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전혀 의미없는 건 아닐 수 있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좌파 사이트에서 난데없이 주씨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유가 뭘까? 주씨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등 평소 좌파적인 언행을 했기 때문이었다. 조국수호 사건에서 보듯 자기편이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나도 무죄라고 우기는 게 좌파들의 특징, 그들은 이번 사건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첫째, 한기호 의원은 아닌 걸로 드러났지만, 서이초 사건의 가해자는 여권 유력인사가 맞다. 둘째, 그 유력인사를 보호하기 위해 현 정권이 주호민 사태를 키웠다. 셋째, 주호민을 공격함으로써 그들의 프레임에 갇히는 대신, 그 가해자가 누군지 찾아내자. 그들이 매일같이 서이초 사건을 환기시키는 건 이 때문이었다. 이들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KBS에서 <더 라이브>를 진행하는 최욱은 게스트를 모셔놓고 다음과 같이 질타했다.

왜 정순신 이동관보다 주호민에게 더 공분을 합니까? 왜 분노가 더 큽니까? 정순신, 이동관은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나까 저는 더 무겁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그런데 왜 주호민에 더 많은 이들이 분노하냐는 거예요.”

박근혜 정권 때까지 저는 정치 무채색입니다!”를 외치다 탄핵 즈음해서부터 갑자기 극좌파가 돼 승승장구하는 최욱, 그는 저 발언에서 자신의 속내를 숨겼다. 공직자 여부가 그리 중요하다면 아들이 성추행을 저지른 민주당 정청래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건만, 그렇게 안 했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학부모 갑질은 꼭 고위층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과거와 달리 학부모라는 위치는 초등학교 교사에게 갑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사를 보자. 2년 전 의정부 초등학교에서 교사 두 명이 6개월 간격으로 투신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학부모 갑질이었단다. 그런데 좌파들은 이 사건의 가해자가 누군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서이초가 위치한 서초동과 달리, 의정부 학부모는 힘있는 이가 아닐 것 같아서가 아닌가. 서이초 사건 때는 신나게 가해자를 찾던 좌파 언론들도 의정부 초등학교 사건엔 별 관심이 없다. 사건의 원인을 분석해 더 이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곳이 선진국이라면, 네 편 내 편을 따지며 사건을 정쟁화하기 바쁜 우리나라는, 명백한 후진국이다. 앞으로 서이초 사건이 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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