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MB(이명박) 인사들을 대거 중용했다.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전 장관을 문화체육 특별보좌관으로, ‘친이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전 장관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 외에 친이계 인사들도 내년 총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MB들의 귀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지켜보는 친박계 인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친박-MB계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특보. 뉴시스
윤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특보. 뉴시스

국민 비호감 MB에 대표 3인방 중용 TK 진영 비토론 확산 '움직임'
강석호 자총회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친이계 장악 친박 홀대론도

여권에서는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 수시로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립을 강하게 잡으면서 대통령실이 내년 총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MB계 인사들의 귀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MB계 인사들 전진배치, 내년 총선 대거 출마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 등을 지낸 이동관 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언론인 출신이라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청와대 대변인, 언론특보 등 후보자의 경력을 들어 국회 여야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구의 장으로서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을 통해 조직을 안정화하고, 복잡한 현안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갈 수 있는 적격자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선거 기간 윤 대통령의 그림자 보좌역을 자처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대남(20대 남성) 전략과 생활밀착형 공약을 조언하며 젊은 층을 끌어안는 데 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자의 등판으로 여권 내에서는 MB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대통령 문화특보로 임명된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도 대표적인 MB계다. 이명박 정부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입각해 약 3년간 재임하며 장수 장관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여전히 각별한 사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후 천안함 46 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 참배에 이어 두 번째 공개 행보로 유인촌 특보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연극 파우스트를 관람했다.

또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임명되면서 공직에 복귀하기도 했다.

내각에도 MB계 인사들이 전진 배치돼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황태자로 불렸고, 박 장관은 18·19대 의원 시절 MB계로 불렸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검찰 후배로 지난 대선에서 선대본부 전략기획실장을 맡기도 했다.

대통령실에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외전략비서관이었던 김태효 차장은 외교 안보 정책을 조율했던 실세 비서관이었고, 김은혜 수석은 MB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강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서울특별시청 공보관, 홍보기획관으로 일하면서 MB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이 MB계로 분류되고 있다.

MB계 인사들이 전진배치 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인물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정 경험이 있는 인물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동관 홍보수석. 뉴시스
이명박 대통령과 이동관 홍보수석. 뉴시스

홀대 받는 친박계, 공천 갈등 발생하나

내년 총선에서도 MB계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MB계 인사들이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당 내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선 김희정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부산 연제구에서 재선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활약했고, 이후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어 MB계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권택기 전 대통령 당선인 특별보좌역, 권영진 전 대구광역시장, 김용태 국민의힘 구로을 당협위원장,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신성범 전 의원, 김재경 전 의원, 김정권 전 의원 등이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MB계 인사들의 부활을 바라보는 당내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MB계 반대진영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들어서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MB계 중에서도 약간 멀어졌던 MB계 정도, 아니면 주니어 MB계 정도가 장악한 상황이라며 주니어MB계였던 분들이 MB정부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빛을 보던 분이 아니었다. 윤핵관으로 착 달라붙은 분들이 다 그런분이다. 그분들이 사실 국가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박과 친이를 가리지 않고 1군을 모아서 정치를 한다고 그러면 보수 인재풀은 결코 좁지 않다현 정부의 인사가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도 여전한 만큼 과거 두 세력 간의 구원이 공천 잡음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무 감각이나 능력 측면은 물론이고 인물론을 고려했을 때도 빠지지 않는 MB맨들이 많기 때문에 총선 경쟁에 들어갈 경우 바람이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지나친 계파주의로 인해 경쟁이 고조되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MB계의 전진배치로 친박계 인사들은 홀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 살생부 명단을 친박계에서 작성, 홀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윤정부 22대 총선두고 친박 친이 갈등 재현?

김기현 대표와 이재오 위원장, 뉴시스
김기현 대표와 이재오 위원장, 뉴시스

나아가 내년 총선에서도 친박계가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해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전 의원,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변호사, 친박계 인사인 이완영 전 의원,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박계 인사들과 친이계 인사들의 반목과 갈등이 향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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