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김준석 언론인] 파행으로 얼룩졌던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지만 막대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새만금 현지에서 연일 폭염과의 사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식사·화장실·샤워 등 열악한 위생환경이 폭로되면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으로 불렸다. 그늘 하나 없는 새만금을 왜 잼버리 장소로 선택한 것이지, 6년에 이르는 준비기간과 1000억원 이상의 혈세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내외신의 융단폭격이 쏟아졌다. 급기야는 여름휴가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구원등판해 범정부차원의 총력 지원을 지시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했다. 이후 재계를 필두로 지자체와 종교계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상황은 호전됐다. 다만 태풍 6호 카눈의 북상에 따라 이젠 폭염이 아닌 폭우가 발목을 잡았다. 4만에 육박한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새만금 철수와 더불어 수도권 대이동에 나서야만 했다. 11일 폐막 이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공연으로 아쉬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전말과 후속 파장을 짚어봤다.

텅 빈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 뉴시스
텅 빈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 뉴시스

4만여 잼버리 참석자, 열광의 케이팝 콘서트 아쉬운 유종의
- 尹
대통령 긴급 지시에 상황 호전민관합동 지원 봇물
- 전현직 정부 책임론 공방 속 여야 총선 앞두고 총력전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폐영식을 가졌지만 후폭풍이 심할 전망이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여야 정치권의 극심한 책임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가적 자긍심에 엄청난 생채기를 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매머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나라다. 대회가 마무리될 때마다 세계인이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 운영은 정반대였다. 산업화·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선진국 대한민국이 맞느냐는 의문이었다. 특히 대회 초반 내내 나라 망신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해외 유력언론의 비판 보도가 지속되면서 최악의 경우 ‘2030 부산엑스포유치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왔다. 여야는 새만금 잼버리를 둘러싼 대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정부 책임론과 전라북도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중앙정부 책임론을 정조준하고 있다.

‘K팝콘서트유종의 대회중 나라망신비판

새만금 잼버리는 아쉬운 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세계 청소년들이 가장 기대했던 ‘K팝 슈퍼라이브공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출연진은 역대 최강이라고 부를 정도로 화려했다. 파행으로 얼룩졌던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 보증수표로 불렸던 방탄소년단(BTS) 공연은 불발됐지만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브, 뉴진스, NCT드림, 몬스타엑스 유닛 셔누·형원, 마마무, 강다니엘, 있지, 더보이즈,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권은비 등 총 19개팀에 참여해서 세계 150여개국 4만여명의 스카우트들과 만났다. 11일 오후 서울 상암벌에는 잼버리의 종료가 아쉬운 듯 4만여명의 함성이 불을 뿜었다.

다만 대회 막판 선전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잼버리는 실패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폭우로 야영장 배수 대책이 부족한 가운데 연일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한 폭염 속에서 악전고투를 치렀다. 더위를 막을 그늘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음식의 위생문제까지 노출됐다. 게다가 수백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충분한 의료시설 지원마저도 없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열악한 화장실 시설이었다. 현장에서 수많은 개선 욕구가 쏟아졌지만 쉽게 개선되지 못했다. ‘선진국대한민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순간이었다.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을 위해 6년에 이르는 기간은 물론 1171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사용됐지만 제대로 된 준비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언론보도로 알려진 부실운영 실상은 처참했다.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공무원들이 잼버리와 관계없이 스위스, 이탈리아 등 잼버리 준비와 관계없는 외유성 해외출장에 나섰다는 점이 폭로되기도 했다. 국내 주요 언론은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운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현실판 생존게임 국가적 수치 최악의 악몽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전반적인 대회운영을 비판했다. 해외 유력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영국 방송인 BBC참가자들은 열악한 위생 상태, 썩은 음식, 쉼터와 프라이버시 부족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워싱턴포스지 역시 한국 정부는 2016,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행사를 계획하는 초기부터 예견했던 폭염이라는 극한 날씨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나라 망신이라는 글이 속출했다.

아울러 잼버리의 부실운영 여파로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져다는 지적도 외신의 지적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국제언론에 보도된 이번 사태는 2030년 부산 세계 엑스포 유치에 올인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오는 11월 세계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앞두고 한국의 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런 참사가 있었는데 어떤 나라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엑스포 유치) 표를 주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 구원등판 상황 호전민관합동 총력지원 위기극복

새만금 잼버리 행사관련 비상회의 주재하는 한덕수 총리. 뉴시스
새만금 잼버리 행사관련 비상회의 주재하는 한덕수 총리. 뉴시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등판했다. 대통령 휴양지인 경남 거제 저도에서 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은 4일 폭염에 따른 온열환자 발생과 관련,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의 무제한 공급 식사의 질과 양의 즉각적인 개선을 지시하면서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 지원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우려와 지시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의료물자 추가 지원과 위생 관리 강화, 관광 프로그램과 문화 체험 가동 등 잼버리 난맥상 타개를 위한 주요 조치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일일이 지시했다. 대통령실 역시 여야 정치권의 책임공방에는 선을 그으면서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을 위한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긴급 지시 이후 범정부적 차원의 총력 대응 기조가 만들어지면서 대한민국 위기극복의 DNA가 만들어졌다. 특히 태풍 카눈의 북상 이후 세계 각국 스카우드 대원들의 새만금 대철수 이후에는 전국민적인 관심과 응원이 이어졌다. 마치 97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전국민이 금모으기에 나섰던 것과 유사한 사회적 흐름이었다. 이 때문에 새만금 현지에서 폭염과의 사투로 고생한 고생한 스카우트 대원들 역시 수도권 등지에 이동해 오히려 K(코리아)잼버리를 누리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실상의 전화위복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국민 한 분 한 분이 잼버리 홍보대사라고 생각하고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전국 주요 시도는 물론 재계와 종교계까지 총력 지원에 나섰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지자체는 여름방학 중인 대학 기숙사를 긴급 섭외해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로 제공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는 2만여명을 수용하는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립미술관·역사박물관·공예박물관 등 서울 대표 문화시설 9곳을 야간 개장하고 120다산콜센터 외국어 상담 서비스 등 외국어 안내도 지원했다.

이어 종교계도 힘을 모았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은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 위치한 기독교 수양관, 교회시설, 수련원 청소년 센터 등을 지원했다. 불교게 역시 전국 각 사찰에 위치한 템플스테이 시설을 지원했다. 특히 조계종은 잼버리 참가자들의 숙소 지원과 관련, 수도권과 충청일대에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44개 사찰 명단을 제공했다. 재계의 지원도 빛났다. 삼성, SK,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 수도권에 위치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자사 연수원을 숙소로 제공하고 참가자들이 문화활동을 지원했다. 앞서 재계는 국내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새만금 현지의 열악한 상황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 삼성은 현지에 의료진원단을 급파한 것은 물론 LG·HD현대·이마트·SPC 역시 냉동 탑차·생수 등 신속 지원했다. 아울러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도 아이스박스를 긴급 수배해서 폭염 지원에 나섰다.

국힘, ‘전북책임론정조준vs민주 윤 대통령 사과해야

폭염과 태풍에 시달린 새만금잼버리는 이제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갔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지를 철저히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당장 잼버리 파행운영과 관련, 강도 높은 국무조정실 직무감찰은 물론 감사원 감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도 거론되고 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직제를 보면 5명의 공동위원장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당시 장관 대행),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포함돼 있다. 또 김관영 전북지사는 집행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잼버리의 실무 운영을 주도한 전라북도와 책임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책임론이 거세다. 다만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 수장 다수가 잼버리 조직위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책임론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잼버리 파행사태에 대한 인식은 180도 다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판과 관련, “국익 자해행위라고 꼬집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의 총제적 무능이라고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원죄론과 전라북도 책임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촉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른바 전북책임론 vs 현정부 책임론이다. 여야는 이와 관련해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5일 여성가족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불꽃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잼버리의 파행 운영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다짐하고 있다. 칼끝은 문재인정부와 전북이다. 잼버리의 새만금 유치를 주도한 것은 물론 중앙정부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 실무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다. 포문은 김기현 대표가 열었다. 김 대표는 세계 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건 20178월 문재인 정권 시절이라면서 민주당이 국익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자당 인사들의 패륜 행각과 당 대표·국회의원들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국면전환용으로 국제대회를 악용하는 행태는 결코 제대로 된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전북도와 부안군은 잼버리 대회를 이유로 거액 예산을 배정받은 다음 해외 출장을 나가 대표적인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크루즈 여행도 했다고 한다국민 혈세를 흥청망청 관광으로 퍼다 쓴 것은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이 사고수습에 애쓰는 중앙정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며 윤석열 정부 흔들기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새만금잼버리 공동위원장들 왼쪽부터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갑),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김관영 전북도지사. 2023.06.16. 뉴시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새만금잼버리 공동위원장들 왼쪽부터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갑),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김관영 전북도지사. 2023.06.16. 뉴시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기한 문재인정부 책임론에 강력 반발하면서 현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13개월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이는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전점검, 일정관리, 사후조치 부분에 대한 국가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15개월 전 물러난 전 정부 탓을 하는 역대급 준비 부실과 후안무치, 정부가 친 사고를 국민에게 설거지시키는 책임전가를 사과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와 더불어 김현숙 여가부 장관 책임론과 함께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론도 제기할 태세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낸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운영은 온갖 역경에도 수많은 국제대회를 유치해서 성공한 국민적 자긍심에 상처를 깊은 남겼다새만금잼버리의 후폭풍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오는 11월로 다가온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은 후안무치라면서 대규모 국제행사의 성공·실패를 당리당략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협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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